그래도 학교 - 캐나다 영 리더스 초이스 상 수상작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30
고든 코먼 지음, 안지은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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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중3이 된 큰 아이가 중학교에 입학할 당시, 아이도 그리고 엄마인 나도 참 많은 것을 걱정했었다. 왕따, 집단따돌림, 학교폭력 등이 현실로 다가오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너무도 많은 사건사고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일어나고 있는 탓에 무사히 학교 생활을 할 수 있기를 바라고 또 바랬다. 우려와 달리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는 아이는 간혹 학교에서 일어나는 왕따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곤 하는데, 이는 뉴스에서만 일어나는 사건들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버젓이 자행되고 있는 일들임을 확인하게 되는 슬픈 현실이었다. 학교는 더 이상 삶의 지혜를 얻고, 인간관계를 배우고, 꿈을 키울 수 있는 공간이 아니라 경쟁에서 이기는 법을 배우는 공간이 되어가고 있는 듯 했다. 학교의 가치나 의미가 점점 퇴색되어감에도 불구하고 우리 아이들이 학교라는 사회에 속해있어야만 하는걸까? 온갖 의구심이 고개를 들지만, 그래도 학교는 우리 아이들이 세상을 배우고 사람과의 관계를 배울 수 있는 가장 적정한 곳임에 틀림이 없다. 그 이유를 <<그래도 학교>> 주인공 캡의 좌충우돌 학교생활 속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그래도 학교>>는 주인공 캡, 과거에 대안농장에서 살았던 도넬리 아줌마, 아이들의 주모자격인 잭, 잭과 레나 패거리들의 피해자 1순위였던 휴 등이 번갈아가며 화자로 등장하는 입체적 스토리텔링 구조를 가진다. 한 사람의 입장이 아닌 각자의 입장에서 보여주는 이야기는 그들의 생각을 더 잘 표현하고 있다.

 

열여섯 살인 캡은 무면허 운전으로 체포된다. 운전면허가 뭔지, 체포된다는 게 무슨 의미인조차 모르는 캡은 '돈에 굶주린 현대사회의 무한경쟁에서 탈출하라'라는 말을 가장 중요시 여기는 대안농장 공동체에서 레인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으며, 홈스쿨링으로 교육을 받고 있다. 길 잃은 바깥세상의 문화 속에 깃든 독성을 피하고 싶은 할머니는 정규 학교에 가면 온통 속임수만 배우게 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모든 일들이 할머니가 자두나무에서 떨어져 엉덩이뼈가 골절돼 8주를 입원해야하는 일이 벌어지면서 바뀌게 된다.

캡은 할머니의 입원으로 오래전 갈런드 농장에서 살다가 나이가 들어 더는 히피 생활을 못 하겠다고 판단한 부모님 때문에 세상으로 나오게 된 도넬리 아줌마와 함께 살아가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처음으로 클래버지 중학교에서 학교 생활을 하게 된다.

클래버지 중학교는 전통적으로 제일 숙맥인 애를 학생회장으로 뽑는다. 아이들은 1년 내내 숙맥이 연설하고, 회의를 열고, 웃음거리가 되는 걸 지켜보며 즐거워하는 것이다. 잭은 백만 년에 한 번 나타날까 말까 한 최고의 회장 후보로 휴 윙클맨을 생각하고 있었으나, 캡을 본 순간 학생회장직에 딱 맞는 애라고 생각한다.

 

사람이 너무 많은데다 말도 빠르고, 물건에만 관심이 많은 학생들로 인해 바깥세상이 싫은 캡의 학교생활은 잭의 일행으로 인해 순탄치않은데다 도넬리 아줌마의 딸인 고등1학년 소피를 무척이나 싫어하는 탓에 캡은 농장 밖의 세상이 복잡 미묘함을 느낀다. 캡 덕분에 최고의 얼간이 자리에서 벗어난 휴는 캡과 친구가 되지만, 조심하라는 경고를 할 수 없었는 처지이다. 레나 곁을 맴도는 잭을 좋아하는 나오미는 잭의 마음에 들기 위해 캡을 괴롭히는 일에 적극적으로 행동하지만, 캡의 순수한 마음에 울컥하고 만다. 캡에게 학교는 현기증 나는 곳이었고, 도넬리 아줌마는 그런 캡이 안쓰럽기만 하다.

 

"주변에 사람이 많으면, 그 사람들 때문에 상처 받을 가능성이 더 커지는 것 같아요."

"맞아. 하지만 우리가 받아들여야 하는 가능성이란다." (본문 58p)

 

학생들의 괴롭힘, 소피의 히스테리에 캡은 순수한 마음으로 대처하였고, 아이들은 점점 캡 주변으로 모이게 된다. 학생회장이 되자 전체 1,100명의 투표권자인 아이들의 이름을 알지 못해 회장될 자격이 없다고 했던 캡의 순수한 마음을 비로소 이해하게 된 것이다. 캡을 곤경에 빠트리려고 했던 파티 계획은 캡의 완승으로 끝나게 되고 잭은 무너지고 만다. 레인 할머니의 치료가 끝나고 캡은 농장으로 돌아가게 되지만, 캡의 마음을 알게 된 소피, 아이들은 캡을 원한다. 그런 아이들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불러주는 캡은 다시 세상 속으로 돌아가게 된다.

 

지난 몇 주 동안 그렇게도 갈망하던 모든 것, 나의 갈런드였다. 집에 돌아오게 돼서 행복했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요란한 사물함 문소리, 아이들이 재마나게 재잘대는 소리가 드리는 평균 C 중학교 복도를 계속 거닐었다.

...학교는 아이들로 부적거리고, 시끄럽고, 불쾌하고, 심지어 겁도 났다. 하지만 고유의 리듬과 급박함과 활기가 있었다. 그것들이 너무 그리워 마음이 아팠다. (본문 204p)

 

아이들 세계도 어른만큼이나 복잡한 속내를 가지고 있다. 경쟁심도 느끼고, 질투를 하기도 하고, 좋아했다가 미워지기도 한다. 이런 투닥거림 속에서 아이들은 성장하고 그 속에서 지혜를 얻기도 한다. 요즘 학교에서 일어나는 많은 사건사고들이 불안과 걱정을 갖게 하지만, 아이들이 학교에서 또래와 함께 서로 어울리고 부딪히면서 지내면서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처할 때 성장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학교가 가지고 있는 진정한 가치, 의미가 아닐까 싶다.

<<그래도 학교>>는 너무나 순수한 캡의 학교 생활을 통해서 학교생활과 교우관계의 의미를 묻는 성장소설이다. 캡의 좌충우돌 학교 생활 속에서 아이들이 학교생활과 교육관계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을 듯 싶다. 간만에 정말 유쾌하고 즐거운 성장소설을 만난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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