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 만화 한국 대표 문학선 10
김동화 그림, 황순원 원작 / 주니어김영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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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부터 성인까지 아우르며 우리가 필독서로 생각하는 작품들이 몇 있다. 그리스 로마 신화, 한국문학, 세계명작, 삼국지 등이 바로 그러한데, 필독서이니만큼 초등학생들이 읽기 쉽고 이해하기 쉽도록 다양한 장르와 구성을 가진 작품들이 앞다투어 출간되고 있다. 특히 삼국지, 그리스 로마 신화는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장르인 만화로 구성된 책들이 많이 출간되면서 다소 어려운 내용들을 이해하기 쉽게 구성하여 어릴 때부터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나 역시도 삼국지, 그리스 로마 신화는 만화책으로 소장하고 있는데, 장르의 특성상 아이들이 재미있게 읽고 있는 편이다. 세계 명작, 한국 문학선 역시 필독서이니만큼 소장하고는 있지만 사실 아이들이 선호하여 읽는 편이 아닌지라, 어느 날 문득, 이러한 문학 작품도 만화 장르로 출간된다면 아이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잠시잠깐 생각해 본 적이 있다. 특히 세계 명작은 애니메이션을 통해서, 만화책을 통해서 많이 접하고 있지만, 한국 문학은 쉽게 만나보기가 어려운 탓이다. 만화를 선호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미지나 영상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만화 장르가 가진 장점을 이용하는 것은 굉장히 효율적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렇게 잠시 떠올렸던 생각은 곧 잊고 있었는데, 주니어김영사에서 <만화 한국 대표 문학선> 시리즈를 출간되었다는 소식에 우리 아이들이 한국 대표 문학을 만나볼 수 있는 폭을 넓혀주었다 생각하니 얼마나 반가운지 모르겠다.

 

 

이 시리즈는 <메밀꽃 필 무렵>을 필두로 <아달의 후예><사랑 손님과 어머니><동백꽃><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운수 좋은 날> 등 현재 13권까지 출간되어 있다. 그 중 한국 대표 문학 중 가장 좋아하는 <<소나기>>를 먼저 읽어보았는데, 만화의 단점을 배제하고 장점만을 쏙~ 뽑아내어 수록된 구성은 내용이 알차고 작품을 이해하는데 손색이 없었다.

 

 

흔히 소설 원작의 만화라고 하면, 그저 소설을 쉽게 읽히기 위해 줄거리를 요약해 놓은 학습만화류의 도서를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그것은 문학작품으로서도, 만화 그 자체로서도 생명력을 지니지 못한다. 이야기가 아무리 소설의 근본이라지만 그저 줄거리만 알았다고 해서 결코 그 소설을 읽었다고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때로는 아름다운 문장으로 자연을 찬양하고, 때로는 날카로운 심리묘사를 통해 인물의 내면을 잔인하게 파헤치면서 독자들로 하여금 삶의 본질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마련해 주는 게 바로 소설이다.

그런 의미에서 <만화 한국 대표 문학선>은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만화가 자신의 고유한 영역에서 예술성을 획득했을 때, 원작 소설의 향기와 가치를 그대로 공유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만화의 각 컷에서 등장하는 인물의 생생한 표정과 몸짓, 심지어는 옷의 주름과 같이 사소한 요소 등을 통해 원작에 묘사된 등장인물의 내면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추천의 글 中)

 

 

열번 째 이야기 <<소나기>>는 황순원의 소나기, 별, 독 짓는 늙은이, 학을 비롯하여 오영수의 화산댁이, 하근찬의 수난이대, 이무영의 제1과 제1장 등 총 7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황순원의 작품 외에는 국문학사를 통해 제목과 특징만 접해봤던 작품이었는데, 원작의 느낌을 그대로 살린 새로운 문학 <만화 한국 대표 문학선> 시리즈를 통해 처음 읽어보면서, 내면을 그대로 반영한 인물의 표정이 작품의 느낌을 더욱 잘 표현주어 단편 소설 속에 담겨진 우리 민족의 '한'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유년의 상처를 겪으면서 성숙해지는 소년의 이야기를 담은 [소나기], 밉게 생긴 누이가 어머니를 닮았다는 말을 인정할 수 없는 아이, 어머니를 대신해서 자신을 보살피는 누이가 싫은 아이가 누이의 죽음 뒤에야 누이를 생각하는 이야기 [별], 시대의 변화에 따라 밀려날 수 밖에 없는 지난 것들을 상징하는 송영감, 현대 문명 앞에서 소멸되어 가는 전통적인 것을 고집하는 인물의 집념과 좌절을 통해 급격히 변모하는 사회의 한 단면을 그린 [독 짓는 늙은기], 6.25 전쟁으로 서로 적군이 되어 만난 어릴 때 친구였던 두 사람이 적대적 현실이 아닌 어릴 적 친구로 돌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학], 두메에 묻혀 사는 화산댁이를 부끄러워하는 막내아들 부부를 통해 지극힌 속물적인 인물을 묘사한 [화산댁이], 일제 강점기와 6.25 전쟁으로 팔과 다리를 잃은 두 부자가 힘을 합쳐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이야기를 통해 서로 의지하며 살아간다면 어려운 현실을 극복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수난이대], 낭만적으로 그리던 모습과 전혀 다른 시골에서의 생활에 적응해가면서 자신이 키운 곡식에 대한 애정을 느끼게 되는 수택의 농촌 생활을 담은 [제1과 제1장]까지, 각 작품마다 우리나라의 격변기로 인한 아픔이 그대로 녹아들어 있었다.

 

 

<<소나기>>는 원작의 느낌을 그대로 살리면서 만화가 주는 장점을 더하여 만화장르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한 듯 하다. 한국적인 느낌을 담은 삽화는 원작 고유의 느낌이 드러나도록 하여 작품의 느낌을 이해하기가 훨씬 수월했다. 한국 문학 읽기를 즐겨하지 않던 아이도 이 시리즈에 관심을 갖는다. 이렇듯 <만화 한국 대표 문학선> 시리즈는 우리 아이들이 한국 문학을 접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데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출처: '소나기'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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