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내 모자가 아니야 - 2013 칼데콧 상 수상작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31
존 클라센 글.그림, 서남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1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소통의 부재와 진정한 대화가 무엇인가를 짧은 대화와 그림으로 표현했던 <내 모자 어디 갔을까?>의 두 번째 모자 이야기 존 클라센의 <<이건 내 모자가 아니야>>는 첫 번째 이야기보다 더 강렬하고 짜릿하다. 전작에서 소통에 대해 논하고 있다면, 이 작품에서 작가는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데 초점을 두었다. 이 짧은 글과 그림이 추리소설을 능가하는 긴장감 넘치는 추격전을 담아냈다고 하면 믿을 수 있을까? 하지만 작가는 그 이상을 해냈다고 가히 말해도 좋으리라.
전작에서는 곰이 잃어버린 모자를 찾아가는 과정을 담았다면, 이 작품에서는 모자를 가져간 범인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이건 내 모자가 아니야.
그냥 몰래 가져온 거야. (본문 中)



모자를 가져간 범인은 작고 앙증맞은 물고기다. 몰래 가져온 모자는 이 작은 물고기에게 아주 잘 어울린다. 모자를 훔쳐 달아나는 작은 물고기는 모자의 주인인 커다란 물고기가 오랫동안 잠에서 깨지 않을거라는 확신을 한다. 만약 잠에서 깨더라도 모자가 사라진 건 알지 못할 것이며 혹시 모자가 사라진 걸 알게 되더라도 아마 자신이 가져갔다는 건 눈치채지도 못할 거라 생각한다. 혹시 만약에라도 누가 가져갔는지 눈치채더라도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는 모를 거라 생각한다.



이 작은 물고기는 그런 확신 속에서 독자들에게 자신이 가는 곳이 어딘지 살짝 알려준다.
작은 물고기가 가는 곳은 키 크고 굵은 물풀들이 빽빽하게 우거진 곳인데, 그 안에 있으면 잘 보이지 않아 아무도 자신을 찾아내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세상에 완전범죄는 없다. 작은 물고기를 본 증인이 있다. 하지만 그 빨간게는 작은 물고기가 어느 쪽으로 갔는지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겠다고 했으니 걱정이 없다.





작은 물고기는 연신 자신의 행동이나 생각을 조잘조잘 얘기한다. 모자를 훔친 것이 나쁘고, 이 모자가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것도 잘 알고 있지만 커다란 물고기에게는 너무 작은 이 모자는 자신한테 딱 맞기 때문에 갖고 싶었단다.
드디어! 키 크고 굵은 물풀들이 빽빽하게 우거진 곳에 작은 물고기가 도착했다. 물풀 속으로 쏙~ 들어간 물고기는 자랑스러웠다.



내가 잘 해낼 줄 알았다니까. (본문 中)

작은 물고기는 모자를 훔친 것에 대한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기 위해 연신 조잘댔다. 그러나, 작은 물고기의 생각과는 달리 커다란 물고기는 정반대의 행동을 취해왔고, 아주 매서운 눈으로 작은 물고기를 쫓아오고 있었다.



아무도 날 찾아내지 못할 거야. (본문 中)



작은 물고기는 물풀 속으로 들어갔고, 뒤이어 커다란 물고기 역시 작은 물고기를 쫓아들어갔다. 그리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는 물풀 속에서 큰 물고기가 유유히 빠져나왔다. 모자를 쓴 채.
작은 물고기가 몸을 숨긴 물풀은 여전히 조용하다. 도대체 그 속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키 크고 굵은 물풀들이 빽빽하게 우거진 그 곳에서 모자를 쓴 채 나오는 커다란 물고기를 보면서 아이들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 시작할 것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거야? 작은 물고기는 어디로 간 거야?
혹시나 숨어 있는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에 아이와 함께 열심히 풀풀 속을 쳐다보지만 눈을 크게 뜨고 아무리 찾아봐도 작은 물고기는 보이지 않는다.



조잘조잘대는 작은 물고기를 조용히 쫓아오는 커다란 물고기의 추격전에 아이와 함께 숨을 멈추고 페이지를 넘겼다. 이 짧은 글과 유머러스한 그림으로 어쩜 이렇게 커다란 긴장감을 심어놓을 수 있는지...작가의 표현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함께 책을 보던 아이는 모자를 훔친 작은 물고기의 최후가 커다란 물고기의 뱃속임을 상상한다. 모자를 훔쳤으니 벌을 받아야 마땅하다는 아이의 권선징악론. 헌데 나는 모자를 훔친 물고기가 잘 못 했음에도 불구하고 작은 물고기가 서둘러 도망치기를 간절히 원하게 된다. 완전범죄를 꿈꾸지만 불안해하는 작은 물고기의 어리숙함이 왠지 가여운 탓인가? 같은 그림책을 보고서도 이렇게 서로 다른 상상을 하게 하는 <<이건 내 모자가 아니야>>는 이렇듯 아이들의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하게 할 것이다.



작은 물고기와 커다란 물고기의 숨 막히는 추격전이 그려진 이 그림책은 '존 클라센의 작품은 절제된 색감과 이야기의 절묘한 반전으로 아이들의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한다'는 심사평으로 2013년 칼테콧 상을 받게 된다. 이제, 귀여운 작은 물고기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지 다같이 상상해보시길....!

(사진출처: '이건 내 모자가 아니야'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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