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기와 마음이 자라는 나무 35
차오원쉬엔 지음, 전수정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13년 6월
평점 :
품절


<<빨간 기와>>는 중국 현대사의 최대 격변기인 문화 대혁명 시절에 사춘기를 보낸 중학생들의 이야기로 전국국어교사모임이 선정한 우리 시대 최고의 성장 소설이라는 극찬을 받은 작품이라고 한다. 나라도, 시대적 배경도 다르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사춘기 소년소녀들의 이야기와 별반 다를 바가 없었는데, 미래에 대한 고민, 이성에 대한 감정, 친구, 학생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권력 다툼 등이 중학생 딸아이의 생활과 너무도 닮아 있는 듯 하여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저자 차오원쉬엔의 작품은 <사춘기>를 통해서 접한 바 있다. 이 작품 역시 1966년 중국의 혁명 정신 재건을 목표로 한 문화대혁명 시절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주인공 시미는 메이원을 만나서 새로운 세상을 보며 꿈을 찾을 수 있는 계기를 갖게 되었고, 메이원은 가족을 잃은 슬픔 속에서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서 슬픔을 이겨내는 법을 배운다는 내용을 담은 작품이었다. 흡사 황순원의 <소나기>에서 엿볼 수 있는 순수함이 느껴지는 작품인데, <<빨간 기와>>와 더불어 읽어보면 좋을 듯 싶어 잠깐 소개해 본다.

 

<<빨간 기와>>는 주인공인 린빙이 화자가 되어 이끌어가는 작품이다. 아버지 꽁무늬를 따라 유마디 중학교에 들어서는 장면을 시작으로 전개되는 이 이야기는 린빙이 새로운 친구와 주변의 여러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깨닫고 이해하면서 성장해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담아내고 있다. 유마디 중학교의 기숙사에서 생활하게 된, 소처럼 우람한 체계에 가물치처럼 시커먼 셰바이싼, 거울을 자주 들여다보며 무엇이든 지시하려고 하는 마수이칭, 그리고 류한빈과 금새 친해지게 되는데, 그 중 집안 형편이 좋아 친구들에게 고기를 자주 사주는 마수이칭과는 집을 오가며 각별하게 지내게 된다. 바람을 쐬면서 급속도로 친해진 이들이 기숙사로 돌아왔을 때 린빙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챠오안을 함께 내쫓으면서 챠오안과의 권력다툼(대립)이 시작된다. 

학기가 시작되는 첫날부터 담임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학급 전체에 권력을 휘둘렀던 챠오안은 순식간에 절대 권력을 차지했으나 마이수칭에 의해 줄곧 반장 이미지로 자리잡았던 챠오안 대신 셰바이싼이 반장이 된다. 챠오안 대 린빙과 친구들의 기선제압은 그렇게 시작되고 오랫동안 계속 되었다.

 

학교생활은 한동안 평온하게 흘러갔다. 똑같은 일들이 날마다 되풀이 되었다. 수업 종이 울리면 수업을 받고, 쉬는 시간이 되면 끼리끼리 모여서 놀고, 또다시 수업이 시작되고......

똑같은 날이 반복되었지만 우리는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고정된 테두리 속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일들이 매번 새롭게, 모두 다른 빛깔로 물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반복적인 일상에서도 충분히 재미가 있었다. (본문 29p)

 

강가의 허름한 움막집에 살고 있는 왕루안 교장 선생님을 위한 린빙의 은밀한 거래, 곡마단원인 가을이와 셰바이싼의 슬픈 첫사랑, 마수이칭의 집에 머물면서 알게 되는 마수이칭의 가족사, 딩황 씨와 딩양 씨 그리고 딩사오광 부부의 이야기, 비둘기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으로 알게 된 대장간의 푸사오추안 등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사람들과의 만남으로 린빙은 어른이 되어간다.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삶을 이해하게 되면서 린빙은 그렇게 성장해가고 있었던 것이다.

전국 대연합에서 길을 잃고 다른 배를 타게 된 린빙은 그곳에서 좋아하는 타오훼이와 만나 함께 동행하면서 첫사랑의 풋풋한 감정을 느끼기도 하였으며, 문예 선전단 활동을 하면서 자오이량과의 연주는 린빙을 한층 더 성숙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도망갈 길이 모두 막혀 버린 생쥐처럼 불안했다. (본문 360p)

 

그렇게 유마디 중학교에서의 생활이 끝나가고 빨간 기와를 떠날 때가 되면서 두려움에 휩싸이는 린빙과 친구들에게 눈앞에 다가온 미래가 뿌옇고 아득하게만 느껴졌다. 서로 다른 길을 가게 되는 친구들, 그리고 대립이 아닌 친구가 되는 챠오안과의 관계는 새로운 미래를 다가옴을 느끼게 한다. 미래는 불안하지만 린빙은 빨간 기와에서 꿋꿋하게 살아가는 법을 배웠기에 절망적이지는 않을 것이다.

 

<<빨간 기와>>는 빨간 기와의 유마디 중학교에서 입학과 졸업까지 중학생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불안정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으며, 가난과 불안 속에서 어려운 생활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은 린빙과 그 친구들이 성장하는 초석이 되기도 한다. 이들의 학교 생활은 청소년 독자들로 하여금 나와 다른 이들을 이해하고 성장하도록 이끄는 계기가 되어줄 듯 싶다.

<<빨간 기와>>는 린빙을 통해 청소년의 심리 묘사를 섬세하게 그려낸 저자의 탁월한 필력이 강점인 작품이다. 학교 생활 모습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절망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을 부여해준 점도 마음에 든다.

요즘 사회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은 자기 중심적인 경향이 많은 탓에, 이렇게 나와 다른 환경, 다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들을 이해하는 마음이 절실하다. 린빙의 성장 과정은 청소년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어 유쾌하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 될 것 같다. 무엇보다 유쾌함과 감동이 공존하는 이 작품은 어른이 되어가는 청소년들에게 진정한 성장의 의미를 일깨워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