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아홉 아빠애인 열다섯 아빠딸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32
이근미 지음 / 자음과모음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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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다섯, 사춘기 태풍이 분다! 서른아홉, 미치기 딱 좋은 나이!

 

내 나이 서른아홉, 그리고 여전히 중2병을 앓고 있는 열여섯 중 딸아이. 그런 탓에 책 표지에 적힌 글귀가 내 마음을 그대로 사로잡았다. <17세> 작가 이근미의 신작소설이라는 점도 눈에 띄었는데, 작가는 <17세>에서 기성세대와 신세대간의 간극을 좁히고자 하였으며 이는 나로 하여금 17세의 나로 돌아가보도록 하여 딸과의 눈높이를 맞추고 공감대 형성을 도와주었던 탓이다. 작가는 <<서른아홉 아빠애인 열다섯 아빠딸>>에서도 기성세대와 신세대를 서로 이어주고자 하였으며 엄마의 역할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보게 했으며, 서른아홉 지금의 내 모습을 바라보도록 해주었다.

 

이 작품은 여타의 청소년 소설과 달리, 독특하고 참신한 소재, 암울함 대신에 유쾌함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물론 이 작품에서도 열다섯 청소년들의 고민을 진솔하게 풀어나가고 있음에도 독특한 소재탓인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으며 청소년들이 갖는 고민을 풀어내는데도 손색이 없었다.

 

울산 작은 아버지 댁에 살고 있는 영이는 미국에 계신 아빠는 MBS로코가 박힌 종이에 편지를 써서 보낸 것을 계기로 <지서영의 신나는 오후>를 듣게 되고, 진행자인 지제이가 미국을 다녀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아빠의 옛 애인이었던 지제이를 찾아 무작정 서울로 올라온다. 오래 전, 지제이와 헤어진 아빠는 뉴욕으로 간 후 한 번도 오지 않았고, 어릴 때는 잘 몰라서 아빠 사정을 묻지 못했지만 이제는 너무 떨어져 있어 마치 남 같아 질문하기 힘들어진 아빠 사정을 영이는 듣고 싶었다. 그냥 무슨 말이든 묻고 싶었고 답답해진, 무엇보다 식당 일 마치고 밤늦게 돌아오는 작은엄마 대신 동생들 밥해주는 일만으로도 이미 지칠대로 지친 탓도 있으리라. 그렇게 영이는 작은아빠한테 일주일간 교회 수련회를 간다고 거짓말을 하고 무작정 서울로 올라오게 되었고, 지제이는 다행스럽게 그런 영이를 흔쾌히 자신의 오피스텔에서 함께 지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렇게 아빠를 매개체로 한 열다섯 아빠딸과 서른아홉 아빠의 옛 애인과의 황당한 동거가 시작된다.

 

나에게 사춘기는 사치라고 생각했지만 머리와 가슴이 제각각 움직인다. 감기약을 먹은 듯 약간 붕 떠 있는 느낌이다가 확 나동그라질 것 같은 아슬아슬함이 교차한다. 지난 5년 동안 나는 잔뜩 움츠려 있었다. 오므렸던 스프링을 놓으면 튕겨져 나가는데. (본문 48p)

 

영이는 지제이가 외출하는 동안 작은 집에서 살면서 터득한 요리, 살림 솜씨 등을 발휘한다. 살림을 못하는 지제이는 영이의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영이가 열다섯답게 행동하기를 바라며 엄마의 빈자리를 채워주듯 영이를 돌봐준다. 영이는 서울 곳곳을 구경시켜주고, 커플링을 맞추고 영어 공부를 시켜주며 아빠가 살고 있는 뉴욕에 대해 알려주는 지제이에게 자신에게는 조금 낯선 감정이었던 따뜻함을 느낀다. 영이는 오피스텔에서 생활하면서 이혼한 부모님과 헤어져 미국 유학을 준비하고 있는 데니스를 만나게 되고 첫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지제이의 친구인 김작은 아들의 소원한 태도에 힘겨워하고 있었는데, 영이는 김작의 아들 승윤에게 문자를 보내게 되고 소통의 물꼬를 트게 된 영이의 문자로 승윤과 김작의 관계는 조금씩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간다.

 

"너네 마음 너네도 모르겠지? 그게 사춘기고 중2병이라는 건데. 이상한 생각이 나면 1년만 잘 버티자, 그렇게 생각해. 지금 정신 바짝 차리면 전국의 중2들을 이길 수 있어. 어차피 걔네들 대학 갈 때 너네 경쟁자잖아. 삐딱하게 나가고 싶은 거, 괜히 애들 패고 싶고, 담배 피우고 싶고, 죽고 싶고, 이런 중2 악성 바이러스 확 날려버려. 중2병은 한차례 독하게 지나가는 홍역이야. 100살까지 살건데 홍역에 홀려 엉뚱한 데로 빠지면 안 되잖아. 내 인생을 내가 멋지게 디자인한다, 중2병 같은 거 꼼짝마라, 이런 생각 하는 게 약이지." (본문 179p)

 

한편 영이 친구인 진희는 선생님인 엄마가 학교 수학 담당 장병식 선생과 연애하는 것에 대한 충격으로 힘겨워하고, 모니카는 엄마의 지나친 애정을 버거워한다. 이들은 반란을 꾀하고 영이가 있는 서울로 가출을 감행하게 되지만 곧 부모 곁으로 돌아간다. 그런 모습을 바라보는 영이는 갑자기 혼자 남은 기분을 느끼게 된다. 울산에서 알고 지냈던 남자친구인 정우는 그런 영이에게 아빠와의 관계가 정리되면 지원을 받고 혼자 살 수 있다고 알려주고, 영이는 아주 오랜만에 전화를 건 아빠에게 소녀가장이 되어 혼자 살아가고 싶다고 말해버리고 만다. 이 소동으로 인해 아빠는 그동안 알지 못했던 영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서울로 돌아오기로 한다. 뉴욕으로 떠나버린 아빠로 인해 작은 아빠 집에서 웅크린 채 살아야했던 영이는 이렇게 여름방학 동안의 황당한 동거로 인해 새로운 희망을 품게 된다.

 

"지제이 서른아홉 살이라며. 우리 엄마랑 동갑이네. 우리가 사춘기면 엄마들은 지금 사추기래. 우리 엄마가 친구하고 얘기하면서 그랬어. 미치지 않고서야 서른아홉을 사는 게 가능하기나 하냐고. 그때 울 엄마랑 아줌마가 그러더라. 마음 가는 대로 하는 수밖에 없다고.....블로그에서 만난 아줌마들도 서른아홉은 미치기 딱 좋은 나이라고 하더라. 왜냐하면 마흔이 되면 젊음이 끝나는구나, 하는 생각에다 남편도 자리 잡고 애들도 제 갈 길로 가는데 나는 해놓은 게 뭐 있나, 그런 마음이 복합적으로 몰려온대. 그래서 뭔가 잡을 게 있으면 맹렬해진대. 우리가 우리 마음을 잘 몰라 막 미치겠는 거, 지금 이 사춘기가 서른아홉 되면 또 도지나 봐. (본문 191p)

 

<<서른아홉 아빠애인 열다섯 아빠딸>>은 사춘기 태풍이 부는 열다섯 영이와 미치기 딱 좋은 나이인 서른아홉 지제이와의 황당한 동거 속에서 고민을 극복하고 희망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 작품 속에는 영이 뿐만 아니라 저마다 풀어야 할 사연을 가지고 있는 친구들이 등장하는데, 이들은 현 우리 사회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의 고민을 엿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등장인물을 통해 청소년들이 인생의 난해한 질문들을 풀어나갈 수 있도록 이끈다.

청소년 문학은 늘 내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 내 아이를 좀더 이해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읽어보게 되는데, 이 책은 서른아홉 내 마음도 함께 다독여주는 듯한 느낌이여서 더 재미있게 다가온 작품이다. 미치기 딱 좋은 나, 그리고 태풍이 휘몰아치고 있는 내 딸, 우리 두 사람은 이렇게 이 책을 통해서 각자의 마음을 다독일 수 있었다.

이 작품은 이렇듯 사춘기와 사추기의 열병으로 저마다 가지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 풀어내고 있으며, 그 혼란스러운 두 세대가 서로 의지하며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을 통해 두 세대를 서로 이어주고 있다. 이 작품은 내 아이와 나를 연결해주는 또 하나의 끈이 되어줄 듯 싶다.

 

"영이한테 주어진 시간은 누구도 대신해주지 않아. 그 시간을 어떻게 견디느냐에 따라 너의 크기가 달라질 거야. 다른 아이랑 상황이 다른 것도 너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 창의력과 이야기, 크리에이티브와 스토리가 생기거든. 유명한 작가들은 대게 평범하지 않은 유년을 보냈잖아. 독특한 환경이 마음을 풍성하게 해 좋은 작품을 만들었을 거야. 어떤 분야든 창의력과 이야기가 가미되면 가치가 높아져." (본문 13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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