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만나다 1 - 헬로 스트레인저 길에서 만나다 1
쥬드 프라이데이 글.그림 / 예담 / 2013년 6월
평점 :
품절



walk with me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그동안 길을 걸어본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매일 오가는 길을 나는 걷기보다는 마치 전투적으로 헤쳐나간 느낌이다. 걷다보면 보이는 자연, 사람 등 주변의 모습에 제대로 된 눈길을 준 적이 없었던 거 같다. 오로지 내가 가야할 목적만을 쫓아 내달렸다. 그래서인지 희수와 미키가 걷는 그 길에 나도 함께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함께 걷는 이들의 모습에 내가 무척이나 설레였나보다.


주인공 희수와 미키가 걷는 길은 서울의 풍경을 묘사하고 있다. 1화에서 희수와 미키가 처음 만난 남산 N서울타워를 비롯하여, 후암동 골목길, 연대동문길, 서강대교, 여의도 한강시민공원 등인데, 수채화로 그려진 예쁜 그림에는 실제 장소의 사진을 함께 실어두어 보는 즐거움을 더한다. 사진을 보고나면 삽화가 얼마나 아름답게 그려졌는지 확인하게 되는 아이러니한 느낌도 받기도 하지만. 내가 미쳐 보지 못했던 길들이 있었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책을 읽다보면 어느 새 내가 그 길 위에 있는 듯 싶기도 하고, 그 길에 직접 가보고 싶다는 열망도 느끼게 한다. 그렇게 걷다보면 'walk with me'라고 말을 건네는 새로운 인연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새로운 인연이 아니어도 좋을 것이다. 가족이라면 더욱 따스해질 길이 될 수도 있겠다.



집에 가던 길, 시나리오 작가를 꿈꾸는 희수는 별 이유도 없이 표지판을 따라 걸었고 건조하기 짝이 없는 도시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보고 싶은 마음에 남산에 올랐다. 그리고 그런 그를 찍고 싶다고 말을 건넨 사람은 미키였다. 사진을 찾아 가기 위해 함께 걷게 된 이들은 그렇게 소소한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걷게 된다. 호시노 미키는 한국과 일본 피로 믹스된 일본 사람으로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한국에 왔다. 미키는 그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약속을 하기보다 길을 걷다 우연히 만나기를 바라고 있다. 희수와 미키는 사진관을 찾아 걸으면서 계단의 이름, 넝쿨의 이름을 지었고 희수는 걷는동안 인생의 방향에 대해서도 생각한다.


매일 걷던 길에서 벗어나 구불구불 복잡한 골목 안으로 들어왔는데 이상하게도 마음속에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한길은 시간을 절약할 수 있지만 골목길은 시간을 멈출 수 있다. (본문 50p)




다리가 풀릴 만큼 오래 걷다보면 어느새 불안도 사라졌고 소박한 풍경은 위로의 말을 던지는 것 같았다.
"괜찮아, 넌 필요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거야."
이 끔찍한 불안도 시간이 지나면 적응이 되겠지. 그때에는 새로운 길을 찾게 될 거야.
그래, 넌 지금 네게 필요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거야.
쳇, 어디 처음부터 정해진 길이 있다더냐.
잃어버린 길을 걷는 동안에 생길지 모를 새로운 목적지를 향해 난 또 걷기 시작했다. 요령은 크게 다르지 않다. (본문 60,61p)



희수는 그녀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안 것만으로도 그녀와 일직선으로 연결되어버린 기분을 느낀다. 희수가 느꼈을 그 설레임이 내게도 전해지는 듯 하다. 그렇게 그들의 설레이는 첫 만남이 끝나고 미키와 희수의 각자 이야기가 보여진다. 도서관에서 우연히 만나 알게 된 한 남자를 찾아 한국에 온 미키, 그리고 생각하지 못했던 곳에서 만나게 된 그 남자 제이와의 이야기 그리고 오래 전 조감독이었던 희수로 인해 배우가 될 수 있었던 예나의 이야기가 수록된다. 이어 선배의 부탁으로 칼럼을 쓰게 된 미키는 길어진 한국 생활로 인해 희수의 집에서 함께 살게 된다. 희수와 예나, 미키와 제이의 만남으로 희수와 미키와의 관계에 어떤 전환점을 줄지 두고봐야 할 듯 싶다. 물론 나는 만남부터 설레이는 두 사람이었기에 이들의 관계도 그러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은은하면서도 예쁜 수채화풍 삽화가 이들의 만남을 너무 설레이게 한다.



그렇게 우리는 또, 한동안 말없이 걸었다. 아무 말이 없는데도 편안한 사람과 함께라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쓸모없는 어휘들을 찾느라 노력하지 않아되되는 그런 사람과 있다면,
함께 아프리카 대륙을 횡단하더라도 지루하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본문 203p)



웹툰을 즐겨보지 않은 탓에 서정성 넘치는 글과 그림으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었던 이 작품에 대해 알지 못했다가 이번에 예담에서 책으로 출간되면서 알게 되었는데, 서정적 느낌이 너무도 마음에 딱 드는 작품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누구나 걷고 싶다는 열망을 갖게 될 터인데, 이는 작품 속에서 주는 휴식 그리고 위로와 따스함 탓이리라. 각박하고 건조하게만 보이는 서울의 길에서 만나는 풋풋하고 설레임 가득한 희수와 미키의 만남은 로맨스만을 보여주기 보다는 두 사람의 대화와 생각 속에 꿈, 삶에 관한 의미도 담아내고 있어 결코 가볍기만 한 작품은 아니었기에 더욱 좋았던 작품이었다.
희수의 꿈이 그리고 희수와 미키의 관계가 어떻게 진전이 될지, 그 두번 째 이야기가 너무도 기대된다.


(사진출처: '길에서 만나다 1_헬로 스트레인저'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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