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로 가는 우체통 고학년을 위한 생각도서관 33
정영애 지음, 정혜경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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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고서 어떤 이야기일지 대충 짐작했다. 그런데 내가 예상하지 못한 더 큰 이야기가 담겨져 있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서로 다른 두 이야기를 맞물려놓은 구성이었다. 현재와 우리의 역사가 맞물려진 이야기 속에서 독자는 가족애와 결코 잊지 말아야 할 역사를 되새길 수 있었다.

 

 

다혜보다 다섯 살 아래인 남동생 다빈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날, 다빈이는 입학식 날 자전거 사 준다는 말을 기억하고 아침부터 엄마를 졸라댔다. 학교에서 돌아 온 다혜는 현관에 놓여진 뒷바퀴에 작은 보조 바퀴가 달려 있고 양 손잡이 끝에 빨간색 비닐 끈이 달린 멋진 자전거를 보았다. 다혜는 같이 자전거를 타자는 다빈이를 뒤로한 채 친구 유진이 생일 잔치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헌데 다빈이의 노란 자전거는 대문 앞에 쓰러져 있었고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렇게 다빈이는 가족들 곁을 떠났다. 세 식구는 물 위에 뜬 기름처럼 겉돌며 서로의 눈길을 피하며 지냈고, 아빠가 예정되어있던 미국 지사로 떠나면서 엄마와 다혜는 외할머니 댁에서 지내게 된다.

 

 

비가 오는 날이면 엄마는 우산도 없이 학교에서 돌아올 다빈이를 마중나간다고 집을 나갔고, 다혜는 학교도 못 간 채 우산을 들고 엄마를 쫓아다니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죽어 가는 소나무 위에 앉아 울고 있는 머리 꼭대기에 깃털 몇 개가 위로 쭉 뻗어 있어 신비로운 느낌마저 드는 새 한마리를 발견하게 되고 다혜는 새에게 미카엘이라는 이름을 붙혀준다. 미카엘은 다혜가 다빈이만 생각하는 엄마 때문에 상처입고 아파할 때 위로해주고 용기를 주러 온 듯 했다.

 

장마가 다른 해보다 일찍 찾아왔고 다혜는 비 오는 날이면 엄마 곁을 지켰다. 그 날도 할머니는 밭에 나가고 엄마는 벽에 기대어 앉아 눈길을 허공에 둔 채 몸을 좌우로 천천히 흔들고 있었는다. 고통으로 가득 찬 엄마의 목소리에 다혜는 다빈이한테 편지를 써 보라면 별생각 없이 툭 던진 말에 엄마는 관심을 보였고 결국 다혜는 엄마가 다빈이한테 편지를 쓰면 하늘과 땅을 마음대로 오르내리는 미카엘이 편지를 전해줄 것이고, 다빈이가 쓴 편지도 전해줄거라 말한다. 다혜는 윤호와 상의를 하여 빈 오두막집인 꽃봉이네 집에 '하늘로 가는 우체통'이라는 이름을 가진 빨간 우체통을 세우고, 1학년 대식이가 답장을 쓰기로 했다. 그런데 엄마가 다빈이에게 쓴 편지가 사라지고 대신 많이 바래진 편지 봉투가 담겨져 있었다. 그렇게 몇 차례 이해할 수 없는 답장이 쓰여있었는데, 이름을 바꾸었다며 알려준 하나코라는 이름과 37.9.3 이라는 날짜들이 말도 안되는 상황을 뒷받침 해줄 뿐이었다. 다행이도 엄마는 이상한 점을 눈치채지 못했고, 편지 때문에 병이 나아지는 듯 보였다.

 

가을까지 계속 된 편지는 어느 날부터 끊겼고, 실망하는 엄마를 보며 다혜는 선생님에게 편지를 보여주며 의논을 하게 되는데, 뜻밖에도 그 편지가 일제 강점기에 꽃봉이라는 쓴 사람이었으며, 일제 강점기에 위안부로 잡혀간 꽃봉이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이후 다시 오게 된 편지에는 '전젱이 끄치 나서 집으로 도라갈 거라'는 글이 적혀 있었고, 엄마는 다빈이를 기다리기 위해 자전거를 끌고 나온다. 눈 때문에 자전거를 둔 채 할머니의 손에 이끌려 엄마는 집에 오게 되고, 다빈이의 자전거를 걱정하는 엄마를 위해 자전거를 찾아 나선 다혜는 자전거가 없어진 것을 발견하게 된다. 엄마가 걱정할까 자전거를 찾으러 다니던 다혜는 낭떠러지로 떨어지고 만다.

 

 

다빈이만 생각하는 엄마, 그래서 자신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에 마음에 상처를 입었던 다혜는 이 사고로 엄마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고, 엄마는 다빈이가 보낸 의문의 편지로 다빈이를 떠나보내게 된다. 그리고 얼마 후 다혜는 이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 사연을 듣게 된다.

아들을 잃은 엄마의 아픔이 담긴 이야기와 위안부로 끌려가 엄마가 보고 싶었던 할머니의 이야기가 맞물려지면서 뭉클함이 더욱 진하게 다가왔다.

 

"1937년 태평양 전쟁 때 일제가 한국 여자들을 강제로 끌고 간게 위안부였어. 전쟁에 왜 나이 어린 여자들을 끌고 갔는지 또 의문이 생겼어. 세상에, 전쟁에 지쳐 있는 일본 군인들 '놀잇감'으로 데려간 거였어. 우리 왕할머니가 일본 군인들의 장난감이 된 거야. 그것도 모르고 난 지금까지 왕할머니를 실어증에 걸린 바보라고 생각했어." (본문 183p)

 

위안부는 국제적으로도 큰 문제가 되었고 '유엔 인권 위원회'에서는 위안부가 국제법상 불법이며, 피해자들의 나이가 많아 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위안부 할머니들은 일본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지만 일본은 공식적으로 사과를 하지 않고 있는데, 많은 시간이 흐른 탓에 할머니들은 끝내 사과를 받지 못한 채 돌아가시고 있다. 그러기에 우리는 이 아픈 역사를 외면하기보다 역사를 바로 알고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하늘로 가는 우체통>>은 아들을 잃은 엄마, 엄마가 그리웠던 할머니의 아픔을 통해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어린이들에게 강제 집용되어 가족과 떨어져 아픔을 겪어야 했던 할머니의 고통은 역사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면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일게다. 헌데 이 작품에서 아들을 잃은 엄마의 슬픔과 빗대어 표현됨으로서 그 고통과 아픔이 잘 표현되었던 듯 싶다.

위안부 문제는 과거형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임을 우리 아이들이 이 책을 통해서 이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진출처: '하늘로 가는 우체통'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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