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누구나의 인생 - 상처받고 흔들리는 당신을 위한 뜨거운 조언
셰릴 스트레이드 지음, 홍선영 옮김 / 부키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대부분의 사람들은 각자 크고 작은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그런가하면 상처를 대하는 우리들의 자세도 모두 다르다. 어린시절의 상처가 트라우마로 남은 사람도 있을 것이고, 상처에 아프고 무기력해져 침대에 누워 하루종일 울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며, 타인에게 받은 배신감으로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도 있을 게다. 혹은 자신의 올바르지 못한 행동으로 죄책감에 휩싸여 두려움에 떨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반면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도 분명 존재한다. 이렇게 상처도 다르고, 상처를 대하는 방법도 서로 다르지만 이들이 가진 공통점이 있다면, 누군가 내 아픔을 오롯이 들어줄 누군가가 필요하다는 것, 내 상처에 공감하고 어루만져 줄 누군가가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내가 어찌지 못할 무언가에 조언을 해줄 누군가가 절실하다는 것은 같지 않을까 싶다. 지금 나도 그런 누군가가 필요하다. 내 안에서 소용돌이 치고 있는 분노와 슬픔을 다독여줄 누군가가 말이다.

하지만 내 안의 분노, 슬픔, 아픔을 털어놓는 일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 또 하나의 내 모습을 들키는 것 또한 두려운 일이기에. 그래서 우리는 '슈거'가 필요할지 모르겠다.

 

내 얘기를 들어줄 누군가, 마침내 드러난 자신의 추악함을 마주하고도 외면하지 않을 누군가를 찾게 될 것이라는 꿈이다. 그 누군가가 바로 슈거다. (본문 11p)

 

<<안녕, 누구나의 인생>>은 '디어 슈거' 칼럼 모음집이다. 책에 실린 편지는 럼퍼스를 통해 익명으로 전해 받거나 슈거의 개인 이메일로 직접 받았던 것으로 편지를 보낸 많은 사람들은 '슈거'가 <토치><와일드>를 쓴 작가 셰릴 스트레이드임을 몰랐고, 작가 역시 편지 보낸 사람들이 누군지 전혀 모른다. 상처받고 흔들리는 사람들이 보낸 편지에 저자는 자신이 생각할 수 있는 최상의 조언을 해 주려 노력했고, 이 조언들은 독자들에게 또 한 번 최상의 조언이 되어주고 있다. 사실 그동안 들어왔던 수많은 조언들과 별반 다를 바가 없을거라는 생각에 큰 기대없이 읽었는데, 읽는내내 슈거에게 빠져드는 기분이었다. 숨기고 싶었을 자신의 과거, 즉 난잡한 섹스, 약물복용 같은 이야기를 고백하면서 상대방의 아픔을 이해하고 있음을 전하는 슈거의 글에서는 우리가 사회생활을 통해서 자주 느낄 수 없는 '공감'이 있었다. 자신의 추악함을 드러내고도 외면하지 않는 슈거가 있어 사람들은 기꺼이 그들에게 자신의 아픔을 이야기했을 게다. 책을 읽다보면 문화적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그들의 고백 속에서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바로 자신의 모습이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들 속에 내가 있었기에 나 또한 슈거를 통해 위로받고 조언받고 그래서 또 밝은 곳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씨팔, 씨팔, 씨팔, 뭐 이딴 게 다 있어! 난 날마다 모든 일에 이렇게 말한다. -씨팔 (본문 91p)

 

슈거에게 보내는 씨팔씨(?)의 글을 보면서 나 또한 이렇게 세상에 대한 분노와 불만을 갖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이럴 수 밖에 없음에 대한 변명을 무수히 만들어내고 있었지만 나 역시도 이 사람과 다를 바 없었다. 벽과 부딪쳤을때도 내 잘못 보다는 세상에 대한, 타인에 대한 원망을 많이 하면서 늘 '씨팔, 뭐 이딴 게 다 있어'라고 말하곤 했다. 슈거에게 보낸 이 사람의 짧은 글 속에서 지금까지의 내 모습을 보는 듯 했다. 그런데 한 편으로는 이런 글에 슈거는 어떤 조언을 해주었을까? 라는 궁금증도 일었다.

세 살, 네 살, 다섯 살 때 할아버지의 자위를 도와야했던 어린시절의 고백을 시작으로 한 슈거의 이야기는 지금까지 내가 했던 말들이 결코 내가 내뱉어야 할 말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슈거의 말처럼 인생을 허비하고 있었음을 깨닫게 했다.

이 짧은 글과 슈거의 답변은 이 책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너무도 잘 드러냈을 뿐만 아니라, 너무도 강렬하게 다가왔다.

 

'씨팔, 뭐 이딴 게 다 있어!'는 바로 이런 얘기를 말하는 겁니다. 그런 말은 바로 저 같은 사람이 하는 거예요.

그리고 당신이 하는 것이기도 하죠. 당신의 질문은 "날마다 모든 일에" 적용되지 않아요. 그렇다면 당신은 삶을 낭비하고 있는 겁니다. 그럼 게이른 겁쟁이란 얘긴데, 아니잖아요, 당신은 게으른 겁쟁이가 아니잖아요.

다음엔 좀 더 나은 질문을 해 보세요. 씨팔, 뭐 이딴 거는 다른 게 아니라 당신 인생이에요. 대답해 보세요. (본문 94p)

 

이 책에는 누구나가 가질 수 있는 고민, 아픔, 죄책감, 슬픔 등이 담겨져 있다. 사랑하는 사람의 배신으로 더 이상의 신뢰를 가질 수 있는 부부, 자신의 외모로 새로운 사람과의 사랑에 두려움을 갖는 사람, 헤어진 남편과의 관계, 가족간의 불화, 어릴 때 받았던 학대로 아파하는 사람들, 새로움을 꿈꾸는 사람들의 고민, 아파하는 딸을 위한 기도, 경제적인 사정 때문에 성매매를 해야할지 고민하는 사람, 아들을 잃은 아버지의 슬픔, 알코올 중독으로 무기력한 사람들...우리가 겪을 법한 고민, 혹은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아픔이 기록되어 있다. 그들의 아픔을 보면서 '나만 아프게 아니구나''나만 힘든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에 공감하고 위안받을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슈거의 조언을 들으면서 내 상처를 직면하게 되고, 내가 괜한 엄살을 피우고 있구나, 라는 생각과 내가 잘 해내고 있구나, 라는 생각도 더불어 하게 되었다.

 

인생에서는 말도 못하게 끔직하고 아름답고 흥미로운 일이 일어납니다. 이미 그런 일을 겪은 사람도 있을 거예요. 여러분에게 일어난 일은 무엇이 됐든 여러분의 것입니다. 그렇게 만드세요. 도저히 삼킬 수 없을 것 같아도 삼키세요. 그것이 피가 되고 살이 된다 생각하세요. 실제로 그렇게 될 거예요. 저 역시 이 사실을 몇 번이고 배웠습니다. (본문 119p)

 

저자는 받아들인다는 것은 단순해지는 것이며 일상적인 공간에 있는 것이고, 삶에서 명백한 사실을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라고 했다. 지극히 중요한 부분에서 시작만 하는 것이 아니라 끝도 맺는 것이라고 말이다. 감추고 싶었던 그래서 점점 더 움츠려드는 자존감이 슈거의 조언을 통해서 내 안의 것을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과거는 사라지지 않고, 난 그 기억을 고스란히 안은 채 이 세상을 살아가게 될 것이기에 언제까지 아파하고 상실감을 안은 채 살아갈 수는 없음을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무엇보다 이 책을 통해 내가 얻은 또 하나는, 상처입고 아파하고 씨팔 뭐 이딴 게 다 있나 싶은 내 인생이라 생각했었던 내 인생이, 내가 가치 있는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그랬다. 나는 충분히 사랑하고 사랑받을 자격이 있으며, 도전할 수 있고 새로운 꿈을 꿀 수 있는 가치 있는 사람이었다.

<<안녕, 누구나의 인생>>은 뜨거운 공감, 예리한 직관, 냉정한 충고를 슈거인 저자 셰릴 스트레이드가 자신의 인생을 통해 답하고 있었다. 저자는 이렇듯 어두운 곳에서 인생의 밝음부분을 볼 수 있도록 이끌어주고 있다.

진정한 치유는, 진창에 무릎 꿇고 앉아 실제로 맞닥뜨리는 치유는 절대로 당신 손에 달려있습니다. (본문 3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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