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비룡소 클래식 33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에드워드 윌슨 그림, 박광규 옮김 / 비룡소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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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 박사와 하이드>를 읽은 지 불과 몇 달이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룡소클래식을 통해 만나게 된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를 읽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이었고, 새로운 긴장감을 느끼게 했다. 이미 읽어본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지루하지 않았으며, 다음에 벌어질 일이 무엇인지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긴장감이 느껴지는 것, 이것이 바로 명작이 가지고 있는 힘이 아닐까 싶다. 다중인격을 소재로 한 최초의 소설인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는 전 세계 수많은 독자들로부터 사랑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뮤지컬이나 연극의 소재로 자주 사용되면서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증명되고 있는데, 이 작품이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는 우리가 때때로 '내 안의 또 다른 나의 모습'을 종종 발견할 때가 있기에 거기에서 오는 호응탓은 아닐까 싶다.

 

비룡소 클래식은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를 통해 처음 접해보게 되었는데, 원작이 가지고 있는 내용을 오롯이 수록하면서 초등학생들이 이해하기 쉽게 수록하고 있어 어린이와 성인이 두루두루 읽어보기에도 좋을 구성을 가지고 있었다. 아이들의 눈높이를 맞추다보면 내용면에서 소홀해지기 마련인데, 원작에 충실한 번역이 마음에 들었다.

고전 중의 고전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가 이야기하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듯이 인간의 양면성에 관한 내용이다. 우리는 간혹 본래의 내 모습과는 다른, 너무도 악한 혹은 너무도 선한 모습을 볼 때가 있다. 인간이 가진 본성에 관한 성선설, 성악설은 오래 전부터 다루어진 주제였다. 본성의 바탕이 선인지, 악인지에 대한 결론이 무엇인지는 알지 못하지만, 두 주장을 살펴보면 우리는 선과 악 두 가지의 본성을 모두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결국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각자 선과 악 중에 무엇을 선택하고 행동하느냐가 중요하리라. 사람들은 오랜 관습에 의해 선을 추구하지만 요즘 우리 사회는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처럼 악한 마음을 억누르지 못해 일어나는 사고가 빈번해지고 있다. 너무도 유명한 작품이기에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최후가 어떻게 끝나는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으리라. 그렇다면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꼭 읽어봐야 할 작품이며, 선과 악 사이에서 갈등하는 우리들에게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지침서가 되어 줄 것이다.

 

 

어터슨 변호사는 먼 친척인 리차드 엔필드 씨와 산책을 하던 중 우연히 런던의 번화가 어느 뒷골목을 지나게 되었고, 엔필드는 자신이 경험한 끔찍한 일을 들려준다. 그가 만난 사나이의 얼굴은 처음부터 소름이 끼쳤고, 미움으로 가득 찬 얼굴이었으며, 음흉한 비웃음을 보이면서 심지어 냉정해 보이기까지 한 악마의 모습이었다고 했다. 엔필드가 본 그 자의 이름은 하이드였고, 이야기를 들은 어터슨 씨는 어떤 생각에 꽤 깊이 빠졌다. 어터슨 씨가 하이드의 이름을 듣고 우울해진 것은 '지킬 박사의 유언장' 탓이었다. 의학 박사이며 민법학 박사, 법학 박사, 왕립 협회 의원인 헨리 지킬이 사망할 경우 그의 전 재산을 '친구이자 은인인 에드워드 하이드'에게 넘겨줄 것이라고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지킬 박사가 '실종되거나 혹은 까닭 없이 삼 개월 이상 자리에 없을' 경우에도 해당되었는데, 이 서류는 오랫동안 변호사의 눈에 거슬렸다. 어터슨 씨는 이 고민을 상담하기 위해 자신과 헨리 지킬과 가장 오랜 친구인 래니언을 찾아가지만 도움을 받을 수 없었기에, 직접 하이드 씨를 만나보기로 한다. 그를 만난 허터슨 씨는 까닭 모를 혐오감과 증오, 그리고 두려움을 느꼈으나, 정작 지킬은 유언장 일에 대해서는 이야기 하고 싶지 않아했다.

 

그렇게 일 년이 지난 어느 날, 댄버스 커루 경 살해 사건이 일어나고 범인이 하이드 씨라는 것이 밝혀졌지만, 하이드 씨는 종적을 감춘 뒤였고, 지킬 박사는 두 번 다시 그와는 만나지 않겠다며 어터슨 씨와 약속을 한다. 하지만 하이드 씨와 지킬 박사의 필체가 같다는 것을 알게 된 허드슨 씨는 살인범을 위해 헨리 지킬이 위조 편지를 쓴 것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된다.

댄버스 경의 죽음은 사회 전체에 피해를 끼치 사건으로서 세상의 공분을 샀지만 하이드 씨는 마치 처음부터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경찰의 수사망으로부터 모습을 완전히 감추었다.

사악한 하이드 씨가 사라지자 지킬 박사도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 듯 보였지만 곧 다시 칩거 생활을 하기 시작했으며 래니언 박사는 까닭모를 두려움으로 병석에 누운 뒤 세상을 떠나고 만다. 이후 어터슨은 래니언 박사가 남긴 '헨리 지킬 박사가 사망 또는 실종 때까지 뜯지 말 것'이라는 봉투를 받게 된다. 어느 날 밤 지킬 박사의  하인이 찾아와 지킬 박사가 살해된 것 같다며 함께 가주길 원하고 친구를 구하기 위해 찾아가보지만 하이드 씨는 이미 자살했으며 어느 곳에도 지킬 박사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다만 책상 위에 박사의 자필로 어턴슨 씨의 이름이 적힌 커다란 봉투가 있을 뿐 이었다. 이제 결말로 치닫은 이야기는 래니언 박사의 진술이 담긴 봉투와 헨리 지킬의 참회록이 수록되면서 그동안 있었던 사건의 전말이 공개 되면서 막을 내린다.

 

난 인간이란 여러 가지 잡다한 인격이 조화되지 않은 채 독립적인 개체들이 모인 조직체에 지나지 않다는 가설을 세우게 되었다.

나는 살면서 성격상 한눈 팔지 않고 오직 한 방향으로만 매진해 왔네. 인간이 나면서부터 완전히 이중적이란 걸 깨달은 것은 나 지신의 도덕적인 면을 통해서였지. 내 의식 속에서 서로 싸우고 있는 두 가지 성격 다 틀림없이 내 성격이라고 말할 수 있다네. 한 사람이 그 두 가지를 함께 갖추고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야. (본문 123,124p)

 

나는 무미건조한 연구 생활에 싫증이 나 지루함을 누를 길이 없었어. 이따금 유쾌하게 들뜨고 싶었지만, 내가 즐거워하는 일들은 아주 점잖게 말하자면 '품위 없는' 일이었지. 나는 세상에 이름이 알려지고 존병받고 있던 데다 어지간히 나이도 든 만큼 이렇듯 모순된 생활이 점점 싫어졌어. 나의 새로운 힘은 이 약점을 이용하여 나를 유혹했고, 결국 노예로 만들어 버렸네....

내가 본디의 선량한 자아를 서서히 상실하고 두 번째 자아인 사악한 본성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거야. (본문 130p, 137p)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는 추리, 미스터리 등의 장르를 통해 인간의 이중성이라는 철학적 요소를 담아내고 있는데, 선과 악 사이에서 갈등하는 우리에게 선택의 지침을 알려준다. 뿐만 아니라 1800년대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심리적인 묘사나 구성이 현대 문학과 비교해 전혀 뒤지지 않다는 점에서도 놀라운 작품이다. 잘 알고 있는 내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비룡소클래식으로 만나게 된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는 명작의 맛을 오롯이 느낄 수 있어 더욱 좋았던 작품이다.

 

(이미지출처: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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