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미를 위하여 파랑새 청소년문학 4
곤살로 모우레 지음, 송병선 옮김 / 파랑새 / 2007년 1월
평점 :
절판


그란 앙굴라르 청소년 문학상 수상작 <<토미를 위하여>>는 파랑새 청소년문학시리즈 네 번째 작품이다. 수상작이라는 점도 그러했지만, 바이올린을 켜는 소녀, 하모니카를 불고 있는 소년의 모습을 담은 은은한 표지 삽화가 눈길을 끌었다. 작품은 전체적으로 잔잔하게 그려졌으며 음악과 어우려져 아름답게 쓰여진 작품이다. 이러한 요소가 긴장감이나 반전이 없이도 충분히 몰입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작품은 어른들의 욕망에 눌려 성장을 멈춘 아이들의 이야기를 '윌리엄스 증후군'으로 접근하였는데, 이 병은 염색체에 이상이 생겨 2만 명에 한 명꼴로 발생하는 희귀병으로 이 병을 앓는 사람들은 정신지체아처럼 보이지만 놀라운 음악적 재능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그들은 소리에 민감하며, 멜로디를 잘 구별하고, 다른 아이들에 비해 음악에 대한 관심도 크며, 음악을 통한 감정 반응도 뛰어나다고 한다. (옮긴이의 말 中)

 

<<토미를 위하여>>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천재라는 기대 속에서 부모님의 뜻대로 살아온 열일곱 살 이레네가 쓴 일기로 시작된다. 음악만을 하면서 살았지만 스스로 선택한 것이 아닌, 부모님이 음악을 선택해 주었고 그렇게 천재라는 기대 속에서 피아노를 치던 이레네는 피아노를 그만두게 된다. 피아노를 그만둔다는 것은 아주 고통스러운 결정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해방감을 맛보게 해 준 일이었다. 모두 항상 자신만을 바라보게 했던 피아노가 지겨웠던 이레네는 바이올린을 선택했고, 바이올린과 함께 있으면 모든 사람과 시선과 질책에서 멀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레네는 그렇게 부모에 의해서가 아닌 스스로가 선택할 수있는 삶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었다.

 

"난 바이올린을 사랑하고 바이올린은 항상 내게 대답해. 바이올린과 함께 있으면 모든 사람의 시선과 질책에서 멀어질 수 있어. 야르칙, 내가 원하는게 무엇인지 나도 모르겠어. 하지만 그걸 알고 싶어. 난 열일곱 살이지만, 아직도 태어나지 않았어. 난 태어나고 싶어. 비록 정신지체아처럼 17년을 살지라도." (본문 22p)

 

이레네 부모님은 한 달을 보내기 위해 칸사레스에 집을 빌렸는데, 신경외과 의사인 이레네의 아버지 오라시오가 이 곳을 택한 것은 윌리엄스 증후군에 걸린 열여덟 살인 토미를 관찰하는 실험을 통해 모차르트가 윌리엄스 증후군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서였다. 토미에게 다가가기 위해서 오라시오는 이레네가 필요했다.

 

"여행 경비를 지급하면서 병원에서 약속을 할 수도 있었어. 하지만 여기에서, 그러니까 그애가 살고 있는 환경 속에서 연구하고 싶어."
"그애가 있는 환경 속에서 연구한다고요? 마치 짐승을 두고 말하는 것 같잖아요!" (본문 45p)

 

오라시오는 토미가 정말 비범할 정도로 음악적 재능이 있는지 알고 싶었고, 이레네는 자신이 어떻게 아버지가 어떤 것을 원하고 있는지 알았다. 아버지는 학교 수업 의외에는 그 어떤 수업도 받지 않았다는 토미가 가진 절대적인 청각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이레네가 그의 친구가 되어주고 그 아이에게 덫을 드리워주길 바랬다. 이레네는 고민 끝에 아버지를 돕기로 하고 그의 집이 있는 라스 에스킬라스에 가게 된다. 하모니카 소리로 처음 인사를 나누게 된 두 사람은 음악으로 가까워지게 되고 토미가 가진 음악적 천재성을 알게 된다. 토미는 처음 들은 바이올린 연주를 하모니카로 똑같이 연주 할 수 있었고, 처음 접해본 피아노로도 연주할 수 있었다. 이레네는 아버지가 원했던 토미의 천재성을 알게 되지만, 숲 속의 순수하고 순진한 요정같은 토미가 사람들에 의해 비웃음거리가 되는 것이 싫어 아버지에게 토미에 관한 진실을 털어놓지 않는다. 모차르트가 살아난 듯한 모습을 갖고 있는 토미, 만약 진실이 밝혀지면 아버지는 자신의 의문과 연구에 대한 결정적인 해답을 얻을 것이고, 토미와 모차르트의 미스터리도 해결할 수 있지만, 토미를 통해 진정한 사랑과 우정의 의미를 깨닫게 되고, 아픔을 치유하게 된 이레네는 토미를 위해 무엇이 옳은지를 고민한다.

 

이레네는 토미가 자기 인생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한 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토미의 삶은 '라스 에스킬라스', 소, 바이올린, 하모니카, 고독, 다른 아이들과의 소원한 관계, 어머니, 부엌과 땔감이었다. 토미가 그것들을 생각한다면, 인생의 변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본문 227,228p)

 

<<토미를 위하여>>는 윌리엄스 증후군을 앓고 있는 토미, 천재라는 기대 속에서 음악에 선택되어 살아가던 이레네를 통해 음악, 우정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자신의 삶을 선택하지 못한 채 부모에게 이끌려 17년을 살아온 이레네는 자신이 토미의 인생을 결정할 권리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토미에게 자신의 삶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려고 한다. 그 과정 속에서 이레네가 가지고 있는 상처도 치유하게 되는데, 두 사람이 음악을 통해 만들어가는 우정이 서정적으로 아름답게 표현되었다.

 

윌리엄스 증후군이나 모차르트에 대해서 언뜻 들은 바가 있었는데, 이 작품을 통해서 좀더 자세히 알게 되었다. 이레네와 토미의 우정, 사랑에 대한 아름다운 이야기가 정말 매력적인 작품인데, 잘 알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알아가게 된다는 점도 작품에 대한 매력을 느끼는데 플러스 요인이 된 듯 하다. 요즘 청소년들은 자신의 삶에 대해 매우 수동적이다. 부모의 선택에 의해 좋은 대학, 고수입을 얻을 수 있는 직업을 선택하게 되는데, 경쟁구도의 사회적 요인 탓이겠지만, 자신의 삶은 스스로 주인이 되어야 함을 이레네를 통해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을 듯 싶다.

 

은은하면서도 아름다운 서정적 느낌을 주는 <<토미를 위하여>>는 강렬한 비트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진한 여운을 남기는 강렬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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