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클래식 보물창고 17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율희 옮김 / 보물창고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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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고전 <위대한 캐츠비>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영화로 5월 개봉을 앞두면서, 많은 독자들이 고전 <위대한 캐츠비>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고, 작가 스콧 피츠제럴드의 또 다른 작품에도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고전을 자주 읽는 편임에도 <위대한 캐츠비>는 아직 읽어보지 못한 탓인지 나 역시도 영화에 대한 기대가 무척 크다. 우연한 계기로 <위대한 캐츠비>에 앞서 스콧 피츠제럴드의 다른 작품 <<벤자민 버튼이 시간은 거꾸로 간다>>를 먼저 읽어보게 되었는데, 사실 이 작품은 영화로 먼저 접했었던 바 있다. 진한 여운을 남겼던 이 영화는 로맨스 위주로 진행되었는데, 책으로 만나본 이 작품은 영화와는 사뭇 다른 사회와 인생살이에 대한 풍자적 느낌이 강하게 느껴졌다. 영화를 본 독자라면 영화와 원작이 주는 각기 다른 매력을 떠올리면서 읽는다면 더 재미있을 듯 싶다.

 

피츠제럴드는 평생 동안 로맨스, 판타지, 희곡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160여 편의 중.단편소설을 발표했으며, 작품을 통해 당시 젊은이들의 고민과 방황을 세심하게 그렸다고 하는데, 이 작품에서는 그 중 11편의 단편을 수록했다. 당대의 신여성의 모습을 보여주는 '내 마지막 말괄량이들'을 부제로 한 작품에는 젤리빈, 낙타의 뒷부분, 노동절, 자기와 분홍 등 4편의 단편을, 유쾌하면서도 기괴한 이야기들로 구성된 부제 '상상의 세계'에는 리츠칼튼 호텔만 한 다이아몬드, 벤자민 버트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치프사이드의 타르퀴니우스, 오 적갈색 머리 마녀가! 등의 4편의 단편을 그리고 그 외에도 '미분류 결작'인 행복이 지나간 자리, 이키 씨, 산골 소녀 제미나를 수록하여 그 시대의 젊은이, 시대적 배경 등을 잘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작품 속 등장인물을 통해 나태하고, 무기력하고 방탕한 청년들, 신여성임을 가장한 무분별한 여성의 모습으로 그 시대의 젊은이들을 비판하기도 하고, 빈부의 격차가 심한 그 시대적 상황을 표현하여 물질주의에 대한 비난도 서슴치 않았다.

특히 '젤리빈'에서 보여주는 젤리처럼 약하고 흔들거리는 젤리라는 별명을 가진 짐, 기존의 여성과는 달리 술을 마시고, 노름을 하는 낸시의 모습이 이런 부분을 잘 드러내고 있다. 당시의 젊은이였던 피츠제럴드는 문화적으로도 풍요로운 때였으며 길 잃은 청춘의 모습에 집중된 그 시기를 '재즈 시대'라고 명명했다고 하는데, 그런 시대적 상황을 배경으로 한 '낙타의 뒷부분'은 파티에 얽힌 소동을 유쾌하게 풀어냈다. 잘나가는 변호사 페리가 낙타가 되어야만 했던 사건과 결말이 재미있게 그려졌는데, 저자는 이 이야기를 가장 적게 수고하고 가장 많은 즐거움을 느낀 작품이라고 했다. '노동절'은 부유한 젊은이 딘과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는 고든을 통해 빈부 격차의 갈등을 묘사하고 있는데, 결국 자살을 택하는 고든을 통해 빈부 격차로 인해 올 수 있을 부작용을 미리 예견하듯 담아냈다.

 

무엇보다 영화에서 보여주었던 마지막 장면에 대한 진한 여운 때문인지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이 11개의 단편들 중 많은 흥미를 갖고 읽어 본 작품이다. 로맨스 위주의 영화와 달리, 이 작품에서는 노인으로 태어나 갓난 아기로 삶을 마감하는 거꾸로 된 인생경로를 통해 인생에 대한 풍자적 내용을 담아냈다. 영화에서도 언급되었던 부분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자라면서 너무도 당연시 되어 인식하지 못했던 많은 부분들에 대해 거꾸로 살아가는 벤자민 버튼은 모든 변화를 또렷하게 인지하고 기꺼워하거나 슬퍼한다. 무엇보다 사회적 통념에 의해 노인이지만 다섯 살이기에 유치원에 가야하는 벤을 보면서 사회의 기준에 맞추어 살아가야 하는 우리네 인생의 씁쓸함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에서는 로맨스에 치중하여 미처 보지 못했던 부분들을 이 책을 통해서 찾아보게 됨으로써 영화와 원작이 주는 서로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는 점이 재미있게 다가왔다. 문득 <위대한 캐츠비> 영화 개봉에 앞서 원작을 먼저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클래식보물창고 시리즈 <벤자민 버튼이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저자 피츠제럴드가 160여 편의 중.단편소설을 발표했던 단편소설의 대가였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번역된 작품을 찾아보기 힘들어 아쉬웠던 부분을 채워준 완역본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집필 후기를 수록해 작품에 대한 뒷 이야기, 작품에 대한 저자의 애착 등을 엿볼 수 있어 더욱 의미있는 작품이 된 듯 싶다.

이 작품은 개인적으로는 그동안 접해보지 못했던 스콧 피츠제럴드의 다양한 작품 세계를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시대적 배경은 다르지만 현 우리가 살아가는 삶에 대한 다양한 메시지가 담겨져 있어 고전에 대한 위대함을 새삼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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