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박을 찾아주세요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25
박현숙 지음 / 자음과모음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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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피노. 아버지가 한국 사람이고 엄마가 필리핀 사람인 아이들을 일컫는 말이다. 이 책의 주인공 리바이은 바로 코피노다. 리바이의 아버지는 고등학교 때 필리핀으로 어학연수를 와 클럽에서 엄마를 딱 일주일 만났다고 한다. 엄마는 아버지에 대해 아는 것은 영어 이름 조오지라는 것과 미스터 박이라고 불렀다는 사실이 전부였다. 엄마는 성이라도 알고 있었으니 찾고자 노력했고, 한국인 관광객이 많이 오는 호텔에서 청소하는 일을 하면서 미스터 박을 찾아달라고 했다. 미스터 박을 찾아주세요.

 

십 년 넘게 줄기차게 찾아왔고 찾지 못할 거라는 결론에서도 늘 아쉬워했던 엄마는 결혼할 여자를 찾아 바다 건너온 한국 남자가 박씨라는 이유로 며칠 밤잠을 못 이룰 정도로 흥분했고, 그렇게 한국에 온 지 6년이 되었다. 박생(박선생님)에게는 리바이보다 세 살 어린 둥이라는 아들이 있었는데, 쉽게 말하면 모자란 아이다. 칭찬을 받아도 웃고 야단을 맞아도 웃고 아파도 웃고 화나도 웃는다. 처음 한국에서 총알처럼 빠르게 날아와 귓전에서 우수수 쏟아져 내리는 낯선 말들 속에 한마디도 알아들을 수 없는 답답함의 고통을 느끼는 리바이에게 둥이는 자신이 하는 말을 알아듣게 하려는 부담감도 주지 않고 대답도 바라지 않고 그냥 웃어주었고, 그 의미없는 웃음은 리바이의 고통을, 불안함을 완화시켜주곤 했다.

이름 때문에 '청바지'라고 불리는 리바이는 급식을 먹기 위해 학교를 가곤 했는데 담임 똥박사는 짝을 정해주며 고민을 짝에게 털어놓고 서로 고민을 들어주고 조언해주라는 과제를 내준다. 그렇게 리바이는 강파랑과 짝이 되었는데, 강파랑은 함께 사람을 찾아달라고 부탁한다. 강파랑이 준 사진 속 남자는 20년 전의 얼굴로 현재는 리바이가 사는 동네에서 편의점을 하고 있다고 했다. 

영문도 모른 채 사진 속 남자를 찾게 된 리바이는 한국으로 온 후 처음으로 뭔가 할 일이 생겼다는 뿌듯함, 누군가가 나를 믿어준다는 사실로 들떴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사진 속 남자를 찾은 리바이는 강파랑에게 출생의 비밀을 듣게 된다.

그동안 엄마인 줄 알았던 사람이 외할머니였으며, 열일곱 살 나이 차이가 나는 언니가 엄마이며, 사진 속 남자는 아빠라는 것이다.

 

"마치 길을 잃은 기분이랄까. 가시덤불이 무성한 숲 한가운데에 서 있는 것 같았어. 주위는 별빛 하나 없이 캄캄하고 어느 방향으로든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는 두려움, 그랬어." (본문 119p)

 

아버지의 존재를 알고도 강파랑은 아버지를 만날 수 없었고, 엄마와 결혼해서 살고 있다는 단순한 관계로 박생을 마음속에 아버지로 넣고 싶지 않은 리바이는 아버지의 존재조차 알 수 없었다. 그렇게 강파랑과 리바이는 출생의 아픔이라는 공통점을 지닌 채 친구가 된다. 박생이 간암으로 병원에 입원하게 되면서 리바이는 자신 앞에 닥칠 미래가 두렵고 무서웠다. 답답해서 숨이 콱콱 막힐 지경이었다. 리바이는 똥박사에게 손을 내밀어 속을 드러내고 꾸들꾸들 말리고 싶지만 똥박사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한다. 그런 와중에 강파랑은 외할머니가 재혼을 위해 자신을 아버지에게 떠넘기려고 한다는 사실에 크게 배신감을 느끼고 가출을 하게 되고, Mr. 박을 찾아낸 엄마는 리바이에게 아빠를 찾아가라 권한다. 박생의 죽음, 시설로 가게 된 둥이, 그리고 미스터 박을 만나게 될 리바이.

강파랑과 리바이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태어난 삶이었지만, 자신들의 인생을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기 위해 누에고치를 뚫고 나가기 위해 힘찬 날개짓을 시작한다.

 

'누에고치를 뚫고 나오면 어려움이야 당연히 있겠지. 둥이를 평생 책임져야 한다는 거, 함께 살아나가야 한다는 거, 결코 쉽지 않을 거다. 하지만 피하지 않을 거다.'

나는 오늘 내 삶에 둥이를 넣는 거다. 나만의 모양을 만들어가는 거다. 히죽 웃음이 나오면 뿌듯해졌다. 순간순간 내가 마구 자라는 기분이다. (본문 225p)

 

영원히 누에고치 안에서 사는 것이 자신을 지키는 일이라 믿었던 리바이와 강파랑은 그렇게 자신들의 인생을 스스로 책임지기 위해 누에고치를 뚫고 나와 스스로 삶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제대로 영글치 못한 날개로 날아오르다 비와 바람에 그리고 강한 햇살에 상처 받을 걸 미리 겁나 했던 두 주인공은 그렇게 자신의 삶을 만들기 위해 날아올랐다.

고통을 이겨낸 사람일수록 그다음 삶은 더 멋진 법(본문 229p)이라고 했다. 살아가다보면 정말 수많은 좌절과 고통을 느끼게 된다. 고통의 끝이 보이지 않을만큼 막막하고 힘겨운 시간들, 하지만 그 고통의 시간이 지나고 난 뒤에 우리는 스스로가 조금 더 성장해 있음을 느끼게 된다. 이 고통이 무서워 누에고치 속에 웅크리고 있다면 과연 자신의 삶을 온전히 만들어낼 수 있을까?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에 불평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만들어가길 포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자신에게 주어진 불평스러운 누에고치 속에서만 살아갈 수 밖에 없는 법이다. 이 책을 읽는 청소년들이 누에고치를 뚫고 나온 두 주인공을 통해서 자신의 삶을 자신만의 모양으로 만들 수 있는 자신감과 누에고치를 박차고 나올 용기를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이 세상에 자신의 선택으로 태어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어디서 어떤 환경에서 자신이 태어날지 아무도 모른다는 말이다. 아주 공평하지. 그런데 왜 이렇게 나만 다르냐고 잣대를 들이대는 경우가 있지. 그건 몰라서 그러는 거야. 삶은 자신이 만드는 모양에 따라 달라져. 네모의 틀에 넣으면 네모가 되고 세모의 틀에 넣으면 세모가 되겠지....앞으로 너희들 삶은 너희가 만들어간다는 말이다. 누구의 뜻도 아닌 너희 뜻대로." (본문 20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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