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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백설 공주는 누구인가 ㅣ 미래의 고전 33
유순희 지음 / 푸른책들 / 2013년 3월
평점 :
'중2병'을 앓고 있는 딸아이는 오늘도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보며 한숨을 내쉰다. 가수 누구누구, 배우 누구누구처럼 예쁜 얼굴을 갖고 싶은 아이는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이 더욱 싫기만 한가보다. 외모지상주의가 만연한 요즘 우리 사회 속에서 아이들에게 외모는 그 무엇보다 중요한 부분이 되었고, 외모로 상처를 받는 아이들이 많이 생겨났다. 내 안의 다른 모습을 보지 못한 채 겉으로 드러난 외모가 자신의 전부라고 생각한 결과다. 세상에는 나와 다른 장점을 가진 수많은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나 역시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장점을 지닌 사람들 중의 한 사람이다. 그러나 우리는 내가 가진 장점을 하찮은 것으로 여기며 타인에 대한 열등감을 가지며 스스로를 비하하게 되고 결국 스스로를 무기력하게 만들고야 만다. 이에 이 책은 그렇게 타인과 다른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알려준다.
<<진짜 백설 공주는 누구인가>>는 정말 독특한 작품이다. 이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백설 공주>를 패러디한 작품으로 '백설 공주'가 아닌 '왕비'의 입장을 그려냈다. <아기 돼지 삼형제>에서 늑대는 돼지를 잡아먹는 나쁜 동물로 등장한다. 그런데 <늑대가 들려주는 아기돼지 삼형제 이야기>에서는 늑대가 주인공이 되어 당시의 정황을 말하고 있다. 그동안 돼지의 입장에서만 봤던 이야기를 늑대의 입장에서 바라보면서 늑대가 가진 사연을 알게 됨으로써 늑대를 이해하게 되었다. <<진짜 백설 공주는 누구인가>>에서는 이렇듯 왕비가 거울을 보게 되고, 거울 속 자신의 외모에 집착할 수 밖에 없었던 안타까운 사연을 통해서 타인과 다른 자신을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이 작품이 가진 독특함은 패러디 동화라는 점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여름이의 이야기를 담은 또 하나의 이야기가 등장하면서 두 개의 이야기가 교차 서술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시공간이 다른 두 개의 이야기는 거울이라는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는데 서로 다른 이야기가 정교하게 엮어지게 된다.
거울을 안 보면 단 10분도 견딜 수 없는 여름이는 거울을 꺼내어 자신의 얼굴을 살폈다. 이 거울은 작년에 바닷가에 놀러 갔다가 주운 것으로 거울 테두리에는 청록색 이파리가 새겨져 있다. 청록색 이파리는 닳아서 희끗희끗해진 오래된 거울이지만 어딘지 고급스럽게 느껴졌다. 거울은 여름이에게 티 없이 맑은 목소리로 속삭이는 듯 했고, 여름이는 거울이 속삭이는대로 예쁜 것들을 비추주었다. 그렇게 거울과 놀던 여름이는 복사뼈에 꽃잎이 붙어 있는 듯한 하얀 점을 발견했고, 이 하얀 점은 백반증이라는 병으로 온 몸에 퍼질 수 있으며 머리카락, 속눈썹까지 하얘질 수 있으며 뜨거운 햇볕에 오래 있으면 좋지 않다고 했다. 결국 여름이는 무더운 날인데도 긴팔에도 목까지 올라오는 티를 입고 다녀야했고, 그런 여름이를 멀리하는 아이들 사이에 여름이가 낄 틈이 없었다. 여름이는 거울에 은아를 비추었다.
"거울아, 거울아, 저 아이는 정말 예뻐. 백설 공주처럼." (본문 12p)
루시아는 거울 테두리에 청록색 이파리가 새겨진 거울을 손에 쥐고 얼굴을 비추었다. 거울 놀이를 좋아하는 루시아를 돌보던 유모는 루시아의 복사뼈에 하얀 점이 생긴 것을 발견했고, 하얀 점이 무릎 위로 뻗어 올라가기 시작하자 거울을 보면서 얼굴을 꾸미는 색다른 거울놀이를 제안한다. 화장품으로 얼굴을 예쁘게 꾸민 후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가장 예쁘니?" 하고 물으면, 유모는 '루시아 공주님이 가장 예쁘지요."라고 대답해주는 놀이었다.
누구에게나 사랑을 받는 백설 공주처럼 너무나 예쁜 은아가 부러운 여름이는 은아와 짝이 되고 두 사람은 가까워진다.
옷을 갈아입다가 몸에 퍼진 하얀 얼굴을 발견한 루시아 공주는 유모를 통해 어머니의 죽음에 대해 듣게 된다. 루시아 공주처럼 온 몸이 하얗게 변해가자, 왕의 자리를 탐내했던 카젠 백작은 교묘한 술수를 부려 사람들이 왕비가 마녀가 아닐까 하는 의심을 품게 하여 왕비를 화형을 당해 죽도록 한 것이다.
은아와 친구가 되었다고 생각한 여름이는 은아의 부탁으로 함께 교회를 다니게 되고 성준이를 알게 된다. 성준이와 친해진 여름이는 성준이만큼은 자신을 좋아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여름이는 은아가 자신에게 털어놓은 비밀에 진짜 친구가 된 듯 하여 기뻤고, 은아에게 백색증에 대한 자신의 비밀을 털어 놓는다.
유모의 죽음으로 혼자가 된 루시아 공주는 스스로 자신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고 하얀 얼룩을 숨기기 위해 더욱 오랫동안 치밀하게 화장을 했으며 혼자 거울 놀이를 했다. 거울 속에 유모의 얼굴이 보이는 듯 했고, 거울은 마치 유모처럼 대답해주는 듯 했다.
어머니처럼 마녀로 몰려서 죽게 될 것이 두려운 루시아 공주는 아주 무시무시한 힘을 갖기 위해 늙은 왕인 바투국 왕과 결혼하게 되고, 국왕의 딸 백설 공주를 만나게 된다.
친구라고 믿었던 은아로부터 배신을 당하고 상처를 받은 여름이와 거울의 부추김으로 인해 백설 공주에 대한 오해를 갖게 되고 자기애에 빠진 거울로부터 상처를 받게 된 루시아 공주는 진정한 아름다움이 무엇인지를 알아가게 된다.
예쁜 것에만 관심있었던 거울은 예쁜 은아의 얼굴만 비추었을 뿐 은아의 거짓된 친절함과 거짓된 미소를 보여주지 못했고, 루시아 공주를 진심으로 좋아했던 백설 공주의 마음도 비추어주지 못했다. 마음은 비출 수 없었던 거울의 말에 자신의 마음을 다 기울였던 두 사람은 내면을 보는 법을 알지 못했고, 자신의 단점을 감추기 위해 점점 더 자신을 감추어야만 했던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예쁘지는 않아. 그런데........지금까지 본 그 누구와도 다른 것 같아......" (본문 139p)
서로 다른 이야기가 교묘하게 엮어진 이 작품은 자기애에 빠진 거울과 자신을 사랑할 줄 모르며 열등감에 빠진 여름이, 루시아 공주를 통해서 '다른 사람과 다른 나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일깨운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여 타인보다 못한 자신의 단점, 결점으로 인해 상처를 입는다면 그보다 더 큰 고통을 느끼게 된다. 나의 단점을 끌어안고, 타인과 다른 나만의 장점을 찾으려한다면 우리는 스스로를 사랑하며 자존감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에서는 이렇게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일깨우고 있지만, 거울처럼 지나친 자기애는 또다른 독을 가져온다는 점 또한 놓치지 않았다. 패러디 동화를 통한 새로운 이야기 구성이 독특한 이 작품은 기발하고 흥미로움을 주었고, 그 속에 담아낸 여름이의 성장 이야기는 어린이들의 내면의 성장을 돕기에 충분했다.
덧붙히자면, <<진짜 백설 공주는 누구인가>>의 흥미롭고 기발한 독특한 구성이 가진 흡입력은 실로 굉장히 놀라웠다. 두 가지 이야기를 담아냈음에도 전혀 산만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거울을 중심으로 담아낸 두 이야기가 정교하게 엮어진 구성은 이야기를 더욱 흥미롭게 했다. 나는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때까지 결코 책을 내려놓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