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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 희망엄마 인순이가 가슴으로 쓰는 편지
인순이 지음 / 명진출판사 / 2013년 1월
평점 :
품절
선입견과 편견으로 인해 연예인이 쓴 책에 대해서는 그다지 큰 호감을 갖지 못한다. 설상가상 좋아하는 연예인이 아닐 경우는 그 정도가 더욱 심해지는 탓에, 사실 이 책은 내게는 선뜻 손이 가는 책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딸이자 엄마라는 이름'이라는 책 표지 문구가 가수 인순이가 아닌 한 여성인 김인순로서 다가와 형성되는 공통분모가 주는 강한 이끌림에 호기심 반, 의구심 반으로 책을 펼쳐 읽기 시작했다.
내게 가수 인순이는 혼혈이라는 편견을 깨고 가수로서의 자리를 견고히 한 강한 인물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더불어 원정출산, 탈세의혹, 학력 위조 등에 대한 갖가지 사건으로 인해 내게는 사실 관심밖의 인물이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가수 인순이가 아니라 사회인, 엄마, 딸로서 살아온 인간 김인순의 면모를 보면서 그녀에 대한 편견을 조금 벗어버릴 수 있었다.
서른여덟 살의 늦은 출산으로 얻은 하나뿐인 딸 세인이를 키우면서 버리고 싶지 않았던 소중한 느낌들을 끼적거렸던 버릇이 <<딸에게>>라는 편지 형식의 책으로 출간되었다.
사회 활동으로 그 옆을 지켜주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 자신이 겪었던 아픔과 상처를 딸이 겪으면 어쩌나 하는 엄마의 노심초사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졌다. 그렇게 엄마가 되어 딸에 대한 애착을 갖다보니,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 더해지는 딸로서의 마음도 표현되어있어 딸이자 엄마인 나에게도 크게 와 닿았다. 아마 이는 세상의 모든 여성들에게 큰 공감이 형성될 수 있으리라.
너는 기도상자로 자란 아이란다.
딸아, 너는 내 기적이란다. (본문 14p)
혈관종으로 아팠던 딸, 자신의 간절한 바람, 이루어질 거라는 믿음의 결정체인 딸, 그래서 그녀는 딸을 기적이라 표현했다. 종교가 없는 나 역시도 아이를 키우면서 수많은 기도를 했다. 딸을 '내 바람과 믿음이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아름답게 실현되었다는 기적'이라 표현한 그녀의 말에 공감하고 생각한다. 내 아이들에 대한 소중함을 자꾸 잊고 있었다는 것을.
'중2병'을 앓고 있는 딸, 지금 내 딸은 사춘기라는 긴 터널을 보내고 있다. 사춘기 딸을 둔 엄마들은 도를 닦아야 한다고 하던데, 요즘 그 말에 공감 또 공감하는 중이다. 그녀 역시 딸의 사춘기에 고민하고, 갈등하고 있었지만,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딸과 소통하며 사춘기의 긴 터널을 함께 걸어주고 있었다. 대학입학을 위해 힘겹게 준비하는 딸을 응원해주었고, 무엇이 최선의 길인가를 제시하면서 때로는 엄마로, 때로는 인생의 선배로서의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녀는 가수로서, 가장으로서 힘겨운 시간을 보낸 바 있었지만, 그녀의 노력은 결코 그녀를 배신하지 않았다. 그렇게 조금씩 인생의 답을 찾아가게 된 과정을 들려줌으로써 딸이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응원해주었다.
넌 혼자가 아니야. 힘든 일이 있으면 엄마한테 전화해. 엄마 전화기는 언제든 켜져 있다는 걸 기억해! (본문 87p)
올해 중3이 되는 딸아이, 아직 어리다고 생각해서인지 사랑, 연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본 적이 없다. 헌데 그녀가 딸에게 들려주는 사랑에 대한 조언이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애를 할 때만큼은 헛똑똑이가 되라는 주문, 마음이 시키는 대로 아낌없이 주고 기대고 사랑받기를 바라는 엄마의 연애강의가 마음에 들었다. 내 딸도 세인이처럼 조금 더 자라면 함께 남자친구, 연애, 사랑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 왠지 그 시간이 빨리 다가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만큼 설레인다.
딸 세인이에게 보내는 편지에는 그녀 자신에 대한 성찰도 담겨져 있다. 그 성찰을 통해서 딸에게 조언을 해주고, 용기를 줄 수 있었으리라. 원정 출산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속내에는 세상에 대한 비판보다는 딸에 대한 사랑이 더 컸음을 드러냈다. 자신이 받았던 사랑을 돌려주기 위해 다문화학교를 세우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위해 '다문화케어상담사 자격증'을 따내며 의지를 다지는 그녀의 모습은 딸에게는 몸소 보여준 응원과 희망의 메시지였으리라 생각된다.
아무리 노력해도 아무도 너를 돌아보지 않는 시기를 맞을 수도 있어. 그렇다 해도 불안해할 필요가 없단다. 상황이 어떻든 네 일을 계속하고, 끊임없이 공부하고 노력하다 보면 배움이, 경험이, 생각이, 너라는 사람이 깊어지고 넓어진단다. (본문 196,197p)
대학입학과 함께 이제 엄마의 곁을 떠나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갈 딸을 위해 엄마 인순은 그렇게 마음을 담아 아낌없는 조언과 사랑을 보여주었다.
무대 위에서 거침없이 노래하는 그녀의 모습 안에는 엄마이자 딸인 김인순이라는 한 여성이 있었다. 기쁨에, 슬픔에 눈물을 흘리는 여린 여성의 모습이 있었고, 예민하고 약한 여성이지만 딸을 위해서는 천하장사가 되는 강한 엄마가 있었고, 사춘기 딸과의 갈등에 힘겨워하는 엄마의 모습과 엄마를 그리워하는 여리디 여린 딸의 모습도 있었다.
그녀의 모습 속에는 세상의 모든 엄마의 모습, 세상의 모든 딸의 모습이 있었기에, 책을 통해 우리는 여자라는 공통분모 안에서 위로받고, 위로할 수 있었던 거 같다.
오십의 나이에도 새로운 출발점에 선 그녀는, 나에게도 새로운 삶에 대한 가능성, 열정을 선물했다. 그 선물에 대한 보답으로 그녀의 새로운 시작에 응원을 보내고자 한다.
무대에서 열정적으로 노래하던 그녀의 모습은 인생이라는 더 큰 무대에서도 늘 열정적이었다. 그 열정과 지금까지 늦추지 않고 해왔던 노력으로 원하는 결실을 맺기를 바래본다. 그녀의 모습이 또 다시 우리 독자들에게, 세상의 딸들에, 엄마들에게 큰 용기가 될 수 있으니 말이다.
우리 딸, 참 잘 달릴 거라고 엄마는 믿어. 많이 넘어져 본 사람이 빨리 일어나는 법을 알고, 넘어져도 안 다치는 법까지 알게 된단다. 넘어지고 무릎 깨져도 괜찮으니 마음껏 달리렴. (본문 221p)
p.s 책 곳곳에 실린 그녀가 직접 그린 작품이 좋다. 화려하고 아름답진 않지만 그 속에 담아낸 그녀의 인간적인 속내가 느껴지는 듯 했다.
(사진출처: '딸에게' 본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