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타 - 만들어진 낙원
레이철 콘 지음, 황소연 옮김 / 까멜레옹(비룡소)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저자의 작품인 뉴욕 도서관 선정 도서로 뽑힌 여대생 나오미와 그녀의 게이 남자 친구 일리의 우정과 사랑 이야기를 다룬 <키스 금지 리스트>를 읽어본 바 있는데, 복제 인간 소녀의 사랑을 다룬 SF 로맨스 <<베타>>는 전작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전작이 현실을 반영했다면, <<베타>>에서는 저자의 상상력의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놀라운 상상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점점 파괴되어가는 지구, 심각한 빈부의 격차와 점점 극단적이 되어 쾌락을 쫓는 인류, 더불어 점점 발달해가는 과학문명으로 인해 과연 미래는 어떤 모습이 되어있을까를 생각해 본적이 있다. 간혹 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 A.I와 같은 영화 등을 접하다보면 인간의 모습을 한 로봇이 우리는 대신하곤 하는 장면을 목격하곤 하는데, 이 작품에서는 죽음을 맞이한 인간을 복제한 후 영혼을 제거한 '클론'이 등장한다. 영혼이 없는 이들은 인간의 '일'을 대신해주는 소유물에 지나지 않았으며 그들의 삶은 자기 자신이 아닌 인간의 것이었다. 어쩌면 우리의 미래는 <<베타>>에 등장하는 드메인과 다를 바 없을지 모른다.

 

인류 역사상 '물의 전쟁'이라 불리는 불행한 시대가 저문 뒤 가장 부유하고 가장 영향력 있는 인간들은 최적의 섬 드메인을 사들여 엘리트들을 위한 놀이터로 개조했다. 최고의 과학자들과 영적 지도자들이 조성한 세상에서 가장 수려한 바다, 환기 시스템을 구축하여 최상급 산소를 공급한 완벽한 낙원이 건설되었기에, 이곳 드메인에서 인간들은 놀기에 바빠 어떤 일도 할 수가 없다. 이에 생명 복제 분야의 세계 권위자인 루사디 박사는 인간을 대신할 일꾼들을 만들어냈는데 그들이 바로 클론이다.

주인공 엘리지아는 불과 몇 주 전에 출시된 열여섯 살 소녀 클론으로 시험판인 베타이다. 총독의 부인인 브래턴 부인은 공부밖에 모르던 딸 애스트리드를 대신해 줄 엘리지아를 구입하게 되고, 엘리지아는 그렇게 총독의 집에서 부인의 딸이자 말동무로서, 아이반의 운동 파트너이자 친구로, 리젤의 언니로서의 일을 하게 된다.

엘리지아는 시조의 영향으로 다이빙과 수영을 잘 했는데, 수영을 하는 과정에서 시조의 남자였음직한 환상을 보게 되고, 자신에게 기억이 있음을 알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클론은 절대 느낄 수 없는 맛을 느끼기도 한다.

자신이 불량임을 인지한 엘리지아는 반품이 되지 않기 위해 인간의 10대 반항기와는 달리 고분고분 소유자들의 말을 듣지만, 타일과의 만남을 통해 사랑이 무엇인지를 깨달아가고 자유를 얻기 위해 타일과 함께 탈출 계획을 세우게 된다.

그런 와중에 엘리지아는 자유를 찾고자하는 클론 '디펙트'에 대해 알게 되고, 데이터베이스에서 규정한 부티크를 떠나 새 가정에 가서 환영받는 것이 자유라는 의미가 전부가 아님을 깨닫게 된다.

 

타힐과 나는 우리 스스로 우리를 구하기로 했다.

우리는 자유를 얻어야만 진짜 짝이 될 수 있다. (본문 286p)

 

이후 엘리지아는 파티에서 시조의 남자였던 아퀸을 만나게 되고, 시조에 대한 진실을 알게 된다. 자유를 갈망하던 엘리지아는 오빠 아이반에게 진실을 털어놓고 탈출을 도와달라고 하지만, 아이반은 자신의 장난감이었던 엘리지아를 도와줄리 만무했다. 엘리지아가 디펙트이며, 자신의 소유물인 그녀가 탈출을 하려고 한다는 것을 알게 된 아이반은 엘리지아를 죽이려하고, 결국 엘리지아는 자유와 자신의 삶 그리고 사랑에 대한 갈망으로 아이반을 죽이고 탈출을 감행한다.

아퀸의 도움으로 죽음으로부터 벗어난 엘리지아는 임신을 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죽은 줄 알았던 자신의 시조가 눈 앞에 나타났다는 사실이었다.

 

이 작품에는 10대의 두 부류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아이반과 그의 친구들을 통한 쾌락과 욕망에 뒤틀린 반항이 보여졌고, 엘리지아를 통해 자신의 삶의 주인이 되지 못한 채 인간의 소유물이 되어 고분고분 말을 듣는 십대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아이반의 모습은 유흥과 쾌락에 휩싸인 극단적인 우리 사회의 청소년들의 모습이 그대로 보여졌다. 아이반과 대조적인 엘리지아의 모습은 좋은 대학의 진학, 취직 등 엘리트 코스를 밟아야만 하는 부모들의 욕심에 의해 클론이 되어 살아가는 청소년들의 모습과 결코 다를 바 없었다.

자유, 자신의 삶의 주인이 무엇인지 몰랐던 엘리지아는 자신의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해, 자유를 위해 반항을 하게 되는데, 그렇다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10대들의 '반항'이란 무엇일까? 반항은 결코 아이반과 그의 친구들이 보여주는 모습을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바로 자신의 삶을 찾기 위한 몸부림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베타>>는 미래 사회를 통해 현 사회의 잘못을 꼬집고 있는데, 권력을 통한 허영과 허세로 시간을 보내는 어른들과 환각제에 취해 쾌락을 쫓는 청소년들을 비판하고 있다. 엘리시아는 바로 그들을 비판하는 인물이었고, 자신의 삶의 주인이 되어야 할 청소년들에게 희망을 제시하는 인물이었다.

덧붙히자면, 행복한 낙원 드메인에서는 그 누구도 행복하지 않았다. 다만 누군가를 사랑하는 엘리지아만이 행복했다. 권력, 재력, 쾌락 등이 우리의 행복을 결정지어주지 않는다는 점이 이 책에서 여실히 보여지고 있는 셈이다.

 

<<베타>> 시리즈는 1권 만들어진 낙원을 시작으로 2권에서는 엘리지아의 시조 즈하라를 통해 인간의 성숙을 주제로 이야기하고, 3권에서는 스스로 클론이 되기를 자처한 총독의 딸 애스트리드, 4권에서는 엘리지아의 딸 잰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고 한다.

죽은 줄 알았던 엘리지아의 시조 즈하라가 등장하는 마지막 장면을 필두로 한 2권의 이야기가 무척 궁금해진다. 영혼이 없는 엘리시아가 탄생하고 인간의 소유물이 되어 제 3의 눈으로 인간 세상을 보고, 이어 자유와 본연의 삶을 찾기 위해 반항하는 십대가 된 엘리시아의 이야기를 보여준 1권은 인간의 내면을 잘 표현한 작품이었다.

흥미진진한 소재, 빠른 진행을 통한 흡입력이 강한 작품으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나, 그 속에 담겨진 인간의 삶에 대한 허와 실을 바라봄으로써 우리 사회의 모순을 살펴 볼 수 있다는 점 또한 매력적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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