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크는 아이 - 고정욱 성장동화 200번째 출간 기념작
고정욱 지음, 최창훈 그림 / 자유로운상상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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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단이후 20년 만에 출간된 200번째 도서, 저자에게나 독자에게나 굉장히 의미있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아주 특별한 우리 형><안내견 탄실이><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 희아의 일기><소심쟁이 김건우><독서왕 수학왕><희망을 주는 암탐지견 삐삐><큰일났다 똥이 마려워> 등을 집필한 고정욱 작가는 장애인을 소재로 한 동화를 특히 많이 썼는데 두 아이를 키우면서 추천독서목록을 통해 자주 접하게 된터라 작가의 팬이 된지 오래다. 그의 작품은 작가의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신뢰를 하게 되는데, 이번에 출간된 200번째 출간 기념작 <<가슴으로 크는 아이>> 역시 '고정욱' 작가 이름 석자만으로 선택한 작품이다.

작가는 이 작품을 아이들에게 읽으라고 건네주지 말고 함께 읽거나 소리 내어 낭독해주기를 원했다. 이런 과정 속에서 아이와 함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갖기를 소망했는데, 어른들 가슴도 아이들처럼 울긋불긋 물들 수 있기를 바라셨기 때문이리라.

 

 

<<가슴으로 크는 아이>>는 반짝반짝 빛나는 나, 소중한 옛 시절, 배려하는 우리, 즐거운 세상이라는 총 4가지의 테마를 통해서 14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동화작가의 필통 속에 꽂혀 있는 수십 자루의 볼펜과 만년필 등은 서로 잘났다고 싸우고 있다. 여행을 통해서 많은 이야기 거리를 얻어온 동화작가는 잘 써지지 않는 볼펜, 만년필, 싸인펜, 매직펜이 잘 써지지 않자 쓰레기통에 던져버리고 연필을 붙잡자마자 미친 사람처럼 글을 써내려갔다. 비록 연필은 몽당연필이 되었지만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아름다운 동화가 종이 위에 쓰여졌다는 사실이 기뻤다. 반면 여전히 쓰레기통에서는 볼펜, 만년필, 사인펜과 매직펜들은 자신들이 최고라고 다투고 있었다. [동화작가의 필통] 속에서 바라본 우리네 모습이었다. [마음으로 보는 눈]에서는 장애를 가진 동구가 철욱이를 통해서 남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것이 마음의 눈으로 보는, 사랑하는 친구에 대한 진실한 마음이라는 것을 깨달아가는 과정을 담았다. [아빠의 수학여행]에서는 수학여행을 통해서 만나게 된 노인과의 일화를 통해서 우리가 흔히 겉모습이나 나이든 사람들에게 아무런 증거도 없이 범하는 오류에 대해 이야기한다. [날쌘돌이의 추억]은 말을 타는 것을 겁내하는 아이에게 아빠의 젊은 시절을 들려주는 이야기형식으로 담겨졌다. 아빠는 20년 전 기차를 타고 태백에 갔다가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각오를 하게 된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아빠와 함께 시내로 가던 영철이는 아빠의 지하철에 얽힌 추억을 듣게 된다. [지하철이 처음 개통되던 날]은 지하철이 처음 개통되던 날 할아버지와 함께 지하철을 타러 갔다가 타지 못했던 이야기를 들려준다. 오래전 추억을 이야기하며 떠올리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잔잔하게 그려진 작품이다.

 

 

[야구 응원하는 아이]는 혼자 힘으로 서 있기 힘들어 담벼락에 기대어 선 채 고래고래 소리 질러 응원하는 동구의 이야기를 담았다. 아이들이 열심히 치고 달리는 야구시합을 할 때 쳐다보기만 하는 목발을 짚은 초라한 행색의 장애아 동구. 그를 지켜보던 월부 책을 파는 외판원은 동구에 대한 동정으로 다가섰다가 장애가 있기에 활동도 못하고 어떤 일에도 참여 못할 줄 알았던 동구가 야구 시합에서 모든 걸 다 하고 있는 것을 보며 어떤 역경이 와도 물러나면 안 될 거 같다는 마음에 갖게 된다. 외판원을 통해서 우리는 장애인에 대한 우리가 가진 고정관념이 얼마나 부끄러운가를 깨닫게 되며, 삶의 대한 의지를 선사한다.

[깨진 하트]에서도 장애를 가진 또 다른 동구의 모습을 담았다. 동구는 왜 자신이 장애아가 되어 남들 놀 때 구경이나 해야 하는 신사인지 알 길이 없었다. 마음이 하트라면 반쪽이 나 있는 것 같았는데, 아빠의 폭력으로 동구의 집에 숨어지내게 된 기호를 보면서 자신이 가진 장애라는 고통이 삶의 전부가 아님을 알게 된다.

 

사람은 모든 것을 다 가질 수 없다는 것을....그리고 누구나 자신의 고통이 남들의 그 어떤 것보다 크게 느껴진다는 것을.....(본문 96p)

 

<<가슴으로 크는 아이>>는 타인에 대해 우리가 범하는 잘못된 오류를 짚어주기도 하고, 타인의 대한 배려가 무엇인가와 힘들고 지칠 때 용기와 삶의 대한 의지를 선물할 수 있는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14편의 단편은 어린이들만을 위한 이야기 아니라 어른도 함께 읽을 수 있고,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할 수 있도록 꾸며져 있어, 아이들에게 소리내어 책을 낭독해주기를 원했던 저자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작품에서도 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위로하고 용기를 주는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었다. 그들의 마음을 가장 잘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저자만의 특별한 마음이 잘 녹아든 듯 했다.

동화는 어린이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나는 동화를 통해서 어린이들의 마음을 이해하기도 하고, 책 속에서 어른들이 범하는 오류를 통해서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곤 하는데, 이 작품은 어른들도 함께 읽을 수 있는 동화를 통해 동화가 가진 장르의 한계를 넘어선 작품이 아닌가 감히 생각해본다. 읽는내내 마음이 따뜻하게 채워지는 느낌을 받았다. 저자의 권유대로 아이들에게 낭독해주면서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만들어 본다면 이 책이 가진 의미를 더욱 깊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사진출처: '가슴으로 크는 아이'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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