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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후
기욤 뮈소 지음, 임호경 옮김 / 밝은세상 / 2012년 11월
평점 :
2년 전 <사랑하기 때문에>를 처음 읽어본 뒤 기욤 뮈소의 팬이 되었다. 그 후 연이어 그의 작품 <구해줘><당신 없는 나는?><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사랑을 찾아 돌아오다>를 찾아 읽었다. 그의 작품은 내가 딱~!! 좋아하는 장르였다. 그러나 연이어 찾아 읽은 그의 작품은 뛰어난 영상미와 빠른 전개, 생각하지 못했던 반전으로 굉장한 흡입력을 가지고 있으나, 몇몇 작품은 판타지를 가미하여 환상적인 느낌을 주는 반면 현실과의 괴리감을 주는가 하면 등장인물이나 작품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모두 동일시 되는 느낌이 들어 약간의 아쉬움이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최근에 읽은 <천사의 부름>은 지극히 현실 속에서 이루어지는 로맨스와 스릴러를 가미하여 이전의 작품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주었다. 기욤 뮈소의 신작 출간 소식은 팬으로서 설레임을 주었다. 늘 비슷한 성향의 작품을 써왔던 그가 <천사의 부름>을 통해서 변화를 모색하기 시작한 것이 신작에 대한 더 큰 기대감을 품게 했다.
<<7년 후>>에서는 <천사의 부름>에 비해 크게 벗어나지 않은 듯 하지만, 로맨스를 바탕으로 하여 스릴러 대신 모험을 가미하여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었다고 해도 좋을 듯 하다. 하지만 <<7년 후>>는 어느 영화에서 본 듯한 스토리라는 점에서 조금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는 기욤 뮈소의 팬으로선 나는 아쉬운 부분을 충분히 커버할 수 있는 그의 시도에 플러스를 가미하여 별 5개를 주려고 한다.
아이 엄마와 이혼하고 줄곧 혼자서 카미유를 키워온 세바스찬은 카미유가 올바르게 자랄 수 있도록 어느 한 가지 부족함 없도록 신경을 썼다. 딸의 교우관계, 예절교육까지도. 하지만 보잘것없는 구멍가게에서 시작했지만 차츰 성과가 쌓이면서 국제적인 명성을 얻게 되어, 현악기 제조와 고악기 수리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기술을 보유한 회사 <래러비&선> 회사의 대표인 세바스찬은 까미유의 이메일, 스마트폰, 컴퓨터, 방검사를 하는 과보호 차원을 넘는 사생활을 지나치게 간섭하는 아빠였다. 열다섯 살의 까미유의 세면도구에서 피임약을 발견한 세바스찬은 까미유와 언쟁이 오고가게 되고, 서로의 감정을 상하게 한 충동을 풀어줄만한 사람을 찾다 절연하고 산 지 7년째인 아이 엄마 니키를 떠올란다. 세바스찬은 니키를 떠올릴 때마다 환멸과 분노가 동시에 치밀었는데, 니키를 만나 사랑하게 된 건 세바스찬으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모두의 반대를 무릅쓰고 거부할 수 없는 운명으로 결혼을 했지만, 집안의 보수적인 분위기 속에서 답답하게 살아온 세바스찬에게 일종의 통풍구 역할이었던 서로 극단적 차이를 보였던 생기발랄한 니키의 성격은 두 아이를 키우면서 갈등을 빚는 일이 잦아지면서 어려운 국면으로 빠져들게 했다.
자율적인 분위기 속에서 키우고 싶어했던 니키, 엄격한 규칙 아래 적절한 체벌과 훈육으로 체계적으로 키워야 한다는 세바스찬, 두 사람은 자기 입장만 고수하며 전혀 상대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고 참을 수 있는 한계상황을 벗어난 그들은 결혼생활의 마침표를 찍었다. 세바스찬은 제메리에 대한 양육권을 니키에게 넘겨주고, 카미유에 대한 양육권을 받았으며, 이에 쌍둥이는 정반대의 교육관을 가진 엄마 아빠에게서 자라게 되었다.
카미유에 대한 고민으로 니키에게 상담을 고민하던 세바스찬에게 니키에게 전화가 걸려오고, 제레미가 사흘째 집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간혹 가출을 한 적이 있는데다 그라피티 낙서를 하다 경찰에 걸리고, 절도혐의로 체포된 적이 있는 터라 경찰에 신고할 수 없었던 이들은 제레미의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그의 방을 살피다 1킬로그램은 족히 될 코카인을 발견하게 되고 제레미의 친구 토마스를 통해서 최근 그의 행적을 밟는다. 그런 와중에 그들은 정당방위에 따른 살인을 저지르게 되고, 그들에게 보내진 제레미가 누군가에게 납치되는 장면을 담은 동영상을 되짚어 파리로 이동한다. 호텔예약, 파티예약 등 도통 알 수 없는 상황들을 따라 제레미의 행적을 쫓으려던 그들은 살인 사건으로 인해 경찰에 쫓기게 되고, 설상가상 할머니 집에 가 있어야 할 까미유마저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렇게 제레미를 찾기 위해 파리의 이곳저곳을 헤매던 그들은, 그들이 처음 만났던 17년 전으로 돌아가게 되고 파리에서의 달콤했던 시간들을 떠올리게 된다.
우리 가족도 저들처럼 서로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었는데...
갑자기 서글픈 생각이 밀려들었다.
저들은 행복하게 살아가는데, 왜 우리는 갈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각자 따로 살아가게 되었을가? 우리가 헤어져 살아가게 된 게 전적으로 니키의 돌출행동과 제멋대로인 성격 탓이라 할 수 있을까? 내게도 어떤 잘못이 있진 않을까? (본문 229p)
그러나 그것도 잠시잠깐 경찰에 쫓기며 제레미를 찾으려던 그들은 파리의 경찰 콩스탕스를 통해 동영상이 위조되었음을 알게 되지만, 사건은 점점 더 꼬여가고 있었다. 한편 미국에서는 니키를 사랑하는 경찰 샌토스에 의해 그들의 파리행에 대한 의문이 풀려가면서 퍼즐조각들이 제자리에 놓여지는 듯 했지만 석연찮은 부분들이 남아있었다. 그렇게 니카와 세바스찬은 또다시 제미리와 까미유를 찾기 위해 아마존으로 죽음을 무릅 쓴 모험을 감행하게 된다.
<<7년 후>>에서 역시 기욤 뮈소가 보여주는 빠른 전개와 굉장한 흡입력을 맛볼 수 있다. 또한 그동안의 작품에서 늘 그가 보여주었던 로맨스, 상처와의 조우를 통해 화해, 극복, 용서의 메시지를 볼 수 있다. 이 작품은 아들을 찾기 위해 뛰어든 모험이 굉장히 긴박하게 돌아가기 때문에 몰입도가 더욱 강했는데, 독자들은 그들의 행적을 쫓아 퍼즐을 맞추어가는 추리를 가능케했기에 더욱 몰입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싶다. 사실 뜻하지 않는 파리에서의 행적들은 어느 정도의 예상을 가능케했으나, 끝내 완성되지 않는 퍼즐 조각으로 더욱 긴장감을 늦출 수 없었던 탓에 몰입도가 더 컸으리라. 너무도 다른 두 사람은 서로의 의견을 좁히지 않은 채 갈등을 극복하지 못 했지만, 아들의 실종사건으로 인해 서로의 다른 점이 서로를 보완할 수 있으며, 의견을 좁힐 수 있는 방법이 있음을 알게 된다. 결국 가족, 사랑이라는 가슴 뭉클한 감동을 선물한 <<7년 후>>는 너무도 식상한 주제를 긴박한 소재를 통해 흥미진진하게 풀어냈다고 할 수 있다.
<<7년 후>>는 전작에 비해 커다른 변화는 없었지만, 사랑, 화해, 용서 등의 메세지를 조금씩 다른 감성으로 전하는 기욤 뮈소만의 스타일이 있기에 더욱 매력적이었던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