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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 학교 ㅣ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2
김혜정 지음 / 자음과모음 / 2012년 2월
평점 :
키 165cm 몸무게 45kg이 언제부터 우리나라 여자의 평균수치가 되었을까? 날씬해도 너~무 날씬한 연예인들의 몸매가 여자의 기준이 되면서 중고등학생들이 다이어트를 밥 먹듯이 하고 있다. 중학교 2학년 딸아이도 몸무게를 걱정하고 있고, 아이의 반에는 다이어트를 위해서 복싱을 하는 친구와 점심 급식을 굶는 친구도 있다고 한다. 물론 비만은 건강에 해롭기 때문에 조절이 필요하겠지만, 때로는 다이어트로 거식증에 걸리는 아이들도 있다고 하니 외모지상주의가 너무도 큰 병폐를 낳은 듯 하다. 특히나 뚱뚱한 외모는 친구들 사이에서 집단 따돌림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놀림의 대상이 되기도 하니 아이들의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닐 듯 싶다. 그렇다고해서 다이어트가 내가 마음 먹은대로 쉽게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니, 아이들에게는 두 배의 고통일 게다.
그러니 홍주가 아빠의 한 달 월급과 비슷하거나 조금 더 많을지도 모를 '마주리 아이어트 학교'에 가고 싶어하는 것도 이해 못할 것도 아니다.
다이어트 뿐만 아니라 건강한 몸을 만들어주는 곳으로 빼빼 마른 애들도 입소하는 이 곳은 3년 전 십대들의 건강을 위해 마주리 원장이 세운 곳으로 이십대 때까지만 하더라도 뚱뚱하고 못생겼던 과거를 가진 원장이 40일간의 기적을 만들어낸다고 홍보를 하고 있으니, 살을 빼고 싶어하는 아이들에게는 이곳이 천국과도 같으리라.
중학교 2학년인 홍희는 초등5학년인 빼빼마른 지유와 같은 방을 쓰게 되었고, 같은 나이이면서 같은 마이너스반인 민아와는 금새 친구가 되어 서로를 격려하면서 함께 다이어트에 성공하자는 결의를 다진다. 민아의 룸메이트는 현재이지만, 현재는 누구와의 대화를 원치 않았다. 작연 여름과 겨울방학에 이어 세번 째로 입소하게 된 같은 반에 별로 뚱뚱하지 않아 보이는 새미 언니는 다이어트에 성공한 실례이기에 홍희와 민아에게는 동경이 대상이었다.
새미 언니를 보니 살 터진 자국은 살이 빠진 후에도 계속 남아 있는 것 같다. 살 터진 흥적은 뚱뚱한 사람에게, 뚱뚱했던 과거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새겨진 '주홍글씨'다. (본문 103p)
이렇게 다이어트를 하고 달라진 모습으로 퇴소할 것에 설레였던 홍희는 시간이 지날수록 잘 빠지지 않는 살과 점점 줄어드는 식사량, '돼지 새끼'라며 폭언을 일삼는 원장과 벌점이 쌓이면 독방에 가두는 경영 방침과 경영 방침에 쓴소리를 하면 짤려나가는 선생님, 그리고 다이어트를 할수록 점점 화가 늘어나는 자신을 보면서 다이어트에 회의를 느끼게 된다.
다이어트로 몸은 예뻐지겠지만, 마음은 점점 미워질 것 같은 이곳, 홍희는 점점 숨이 막히는 이 곳의 모든 것에 진저리가 났다. 결국 퇴소를 결심하지만, 입소할 때 혹여 나오고 싶다고 하면 허락하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했던 탓인지 엄마는 퇴소를 허락하지 않았다.
결국 지유, 지유의 오빠 지용, 홍희와 민아는 탈출을 결심하게 되고, 탈출에 성공하면 다이어트 학교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면담시 원장의 폭언을 녹음하고, 독방행을 결심한 지유는 MP3로 독방 사진을 찍어오는 등 대탈주를 위한 행동을 시작한다.
자의가 아닌 부모에 의해 억지로 이 학교에 입소하게 된 현재가 이들의 탈주를 알게 되면서 함께 합류하게 되고, 화재시 사용하는 완강기를 이용해 이들의 대탈주는 성공한다.
<<다이어트 학교>>는 단순히 다이어트에 대한 풍자만을 그린 작품이 아니다. 친구들의 놀림에도 그저 허허 웃을 수 밖에 없었던 홍희였지만 마음의 상처를 받으면서 점점 자존감을 상실해가는 주인공을 통해서 예쁜 몸이 아닌 자아를 찾아가는 내용을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난 건강은 상관없어. 건강 안 해도 되니까 살만 빠졌으면 좋겠어."
"왜?"
"예쁘지 않은 건 죄야. 뚱뚱하고 못생긴 사람은 사람 취급도 못 받는다고."
"주홍희, 왜 그렇게 너 자신을 하찮게 여겨? 너도 충분히 귀엽고 예뻐."
지용이 내 등에 대고 말했다. 난 마음에도 없는 소리 집어치우라고 말하며 세탁실 문을 열고 나왔다. (본문 164,165p)
일주일에 두 번 체중 체크를 하고, 감량률이 가장 낮은 아이는 팀 전체 앞에서 '나는 돼지다. 하지만 사람이 될 거다!'(본문 34p)라는 구호를 외쳐야 하며, 돼지새끼라는 폭언을 들으면서 아이들은 이제 스스로 자신들이 가야할 길을 찾아가게 된다. 특히 엄마를 두려워하는 현재의 경우는 자신이 엄마 아빠의 선물이 아니라 '엄마, 아빠의 것'이라는 인식 속에서 두려움을 벗어버리고 '자신'을 찾아가는 대탈주에 동참하게 된다. 또한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진 이들을 보면서 중요한 것은 '예쁜 몸' 아니라 '건강한 자아'라는 점을 깨닫게 된다.
"밍밍아, 우리 부끄러워하지 말자. 왜 우리가 부끄러워해야 해? 놀리는 애들이 잘못한 거 잖아."
친구들이 놀릴 때 왜 괜찮은 척한 걸까? 참지 말고 화를 낼걸. "네가 그렇게 얘기하면 기분 나빠." 왜 이 한마디를 하지 못했을까. 그리고 왜 집에 와서 혼자 끙끙 앓은 걸까. 친구들이 놀릴 때 기분 나쁘다고 말했어야 했다.......친구들의 말이 상처가 되긴 했지만, 그걸 더 큰 상처로 만든 건 나다. 사람들 말 한마디, 한마디를 가시로 받아들였고, 그 가시로 찌른 건 말을 한 상대가 아니라 나였다. 난 꼭 고슴도치가 옷을 뒤집어 입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가시를 바깥으로 세우지 않고 내 안으로 세웠고, 가시에 찔리는 건 나 자신이었다. (본문 196p)
홍희와 같은 나이인 중2 딸아이, 사춘기로 인해 외모에도 신경쓰고, 타인의 말 한마디에 상처받는 여린 감수성을 가진 나이다. 홍희와 다이어트 학교 친구들을 통해서 건강한 자아를 찾고,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좀더 자유로워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딸아이 여름방학 추천 도서 목록 중 하나였던 <<다이어트 학교>>는 아이가 읽어본 뒤 나에게도 적극 추천했던 책이었는데, 재미와 진한 여운을 함께 남기는 정말 괜찮은 작품이었다.
문득 생각해본다. 이 책은 작가가 '건강한 자아'보다는 '예쁜 몸매'에 더 후한 점수를 주는 우리 사회에게 던진 숙제는 아닐까,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