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신자들 작가정신 소설락 小說樂 1
주원규 지음 / 작가정신 / 201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감상적인 표현이 아니라 오늘의 십 대, 이십 대는 가방에 책이 아닌 폭탄, 혹은 무기를 들고 다니는 것 같습니다. 그 무기는 경쟁과 착취, 구조적 폭력과 비대화된 이기주의의 이름을 갖고 있다고 보입니다. (본문 7p)

 

<<광신자들>>을 통해 처음 작가 주원규의 작품을 읽어보게 되었다. 작가의 말에 수록된 글귀가 나의 생각과 일맥상통하여 기분좋게 첫 페이지를 펼쳐보게 되었는데, 사실 기대한만큼의 흥미로운 작품은 아니었다. 기, 도, 농 세 명의 캐릭터가 조금은 애매모호한 느낌이었다. 현실에서 볼 수 있을법한 캐릭터이지만, 현실적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비현실적인 느낌이랄까. 블랙코미디 장르에 맞게 조금은 과한 설정을 한 듯 싶지만, 너무 다이나믹한 느낌이라고 표현해야하나. 씁쓸한 웃음조차 나오지 않는 이해하기 힘든 캐릭터였다. 세 명의 캐릭터는 고등학교를 중퇴한 인물로 학창시절 함께 어울렸던 친구들이다.

새로 사귄 여자친구와의 백일을 기념하고자 그녀가 원하는 명품백을 사주기 위해 무작정 농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한 너무도 단순한 생각을 가진 기, 기와 달리 침착하고 용의주도하기도 하지만, 한번 돌면 물불을 안 가리는 똘기의 소유자 도, 못 생긴데다 사타구니의 가려움증을 참지 못해 지하철에서도 바지 속으로 손을 넣고 긁어대는 무기를 제작하는데는 훌륭한 솜씨는 가진 여자아이 농.

인터넷 사이비 종교에 빠져 인류를 구하기 위해 사이비 교주 구루가 시키는대로 국회의사당을 파괴하려던 농은 기에게 삼백만원을 제시하여 국회의사당에 놓아두길 원했지만, 기는 여자친구와 함께 볼 영화를 예매하려다 패싸움을 하게 되고 설상가상 고속터미널 화장실에 폭발물이 든 가방을 두고 오게 되는데, 폭발물인지 몰랐던 기는 고속터미널 화장실에서 가방이 터지는 것을 보고 놀란다. 기의 일이 잘못될 것을 대비해 후속 조치로 도에게도 임무를 부과했지만, 도는 철부지 중퇴생, 인생 낙오자, 루저로 낙인을 찍으며 자신을 조롱하던 무리에게 처절한 복수를 하기 위해 홍대에서 농의 무기인 총으로 위협한다. 폭발물 사건은 단순 사고가 아닌 대대적인 테러에 준하는 범죄로 인식되면서, 국가 정보원과 대테러 특공대, 약칭 유디티 요원들과 연계하여 용의자를 색출하게 되는 엄청난 사건으로 사회를 들썩이게 한다.

 

사실 너무 황당한 스토리라서 전혀 공감이 가지 않았지만, 주인공 3명이 보여주는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들은 충분히 우리 사회에서도 자행되고 있는 일과도 별반 다를 바 없을지도 모를 일이다. 책 속에서 등장하고 있는 폭탄이 무기라면, 현실에서는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은 그들의 통제할 수 없는 광기라 할 수 있으리라.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폭력과 살인을 저지르는 아이들, 그것이 잘 못인지 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그들 자체가 바로 폭탄인 셈이다. 책 속에서 폭탄 사건이 테러에 준하는 범죄가 되었듯이, 시한폭탄과도 같은 십 대들의 이런 무분별한 행동들은 현재 큰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었다.

표면적으로 보이는 <<광신자들>>의 스토리는 사회의 테두리에서 벗어난 이들의 무모함으로 인해 사회가 들썩이게 되는 황당 스토리를 담아내고 있어, 폭탄과 같은 십 대들의 모습과 이들로 인한 우리 사회가 풀어가야 할 숙제를 보여주고 있는 듯 싶다. 허나 스토리나 캐릭터에 몰입하기에 어려웠던 작품이라, 저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기에는 나에게는 역부족이었다.

후반부에 소개된 '가치의 혼란, 가치의 혼란의 혼란' 이라는 제목의 문학평론가 이수형님의 작품 해설에는 이 작품을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지만, 사실 이 부분도 내게는 어렵게 다가왔다.

튼, 표면적으로 보이는 <<광신자들>>은 고등학교를 중퇴한 거침없고도 무분별한 십 대들의 폭탄과 같은 행동이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었다는 점으로만 나는 이 작품을 그렇게 이해하고 넘어가련다.

 

가치의 배반 위에 형성된 현실의 질서조차 무너진 또 다른 혼란, 말하자면 '가치의 혼란'을 한층 더 배가시킨 '가치의 혼란의 혼란'이 전개되고 있다. 물론, 가치의 혼란의 혼란이 가치의 복원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작품 해설 207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