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뿌리는 자 스토리콜렉터 8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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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을 통해서 작가 넬레 노이하우스의 이름을 기억하게 되었다. 너무도 인상깊게 읽었던 작품이라 저자의 신작<<바람을 뿌리는 자>>가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접하자마자 기대를 가졌던 작품이다. 저자에 대한, 작품에 대한 기대가 너무도 컸던 탓일까? 스토리를 따라가는 일이 그다지 흥미롭지 않았으며 중반부는 지루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후반부에 들어서서야 조금 긴장감이 느껴졌지만, 전반적으로 책에 대한 흡입력은 전작에 비하면 다소 떨어진다.

 

"윈드프로는 사업 승인을 받기 위해 위조된 자료를 제출했습니다. 그건 저희가 직접 의뢰한 두 건의 평가서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회사 측에서는 이 말도 안 되는 프로젝트를 밀어붙이려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야생 동식물 보호 지역이었던 숲을 파괴하고 그곳에 서식하던 야생 햄스터 떼를 멸종시키는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본문 88p)

 

풍력에너지 개발회사 윈드프로와 윈드프로의 풍력발전소 건립을 반대하는 시민단체의 대립을 통해 저자가 환경문제에 대해 어필하고자 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했지만, 이는 단지 소재에 불과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 비중이 약했으며, 대신 욕심 앞에서 진실은 무의미하며 돈 앞에서는 그 어떤 극악무도한 일이라도 저지를 수 있는 인간의 본성에 대해 촛점을 맞추어 놓았다. 특히 선과 악을 동시에 보여주는 캐릭터를 통해서 인간의 양면성을 잘 표현하고 있다.

 

"돈, 결국 또 돈 때문이로군." (본문 570p)

 

윈드프로의 경비원이 계단에서 떨어져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원드프로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수사를 하게 된다. 피아는 윈드프로의 사장인 파이센이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곧이어 풍력발전소 건립의 핵심이 되는 땅을 소유한 루드비히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그 땅에 욕심을 낸 루비드비히의 세 자식과 윈드프로와의 마찰로 회사를 그만둔 재니스 등이 용의선상에 오르게 된다.

용의자에 대한 윤곽이 제대로 파악되지도 않았을 무렵, 루드비히의 거액의 땅이 형사 보덴슈타인의 아버지에게 남기지면서, 보덴슈타인이 사건에 연류될 뿐만 아니라, 비밀스러움을 감추고 있는 등장인물에게 사사로운 감정까지 갖게 되면서 사건은 점점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정말 그저 복잡할 뿐이다.

 

<<바람을 뿌리는 자>>를 읽는동안 몰입하기 힘들었던 이유 중의 하나는 너무도 많은 등장인물에 있었다. 특히 추리소설이 가지고 있는 '추리하는 맛'을 느끼기에 용의자의 수가 너무 많았다. 전혀 생각지 못했던 인물이 범인이었을 때의 반전이 주는 희열이나 추리한 인물이 맞아떨어졌을 때의 짜릿함을 느낄 수 없었던 수많은 용의자들로 인해 추리소설의 맛을 제대로 느끼기 어려웠다. 후반부에 들어서면서 퍼즐이 맞춰져갈 때의 후련함은 있었으나, 긴장감을 주는 사건이나 반전은 다소 빈약했다는 느낌이 든다.

이 작품은 2009년 5월 11일 월요일을 시작으로 이 사건을 이끌어가는 주된 이야기와 1997년 9월을 시작으로 한 또 하나의 이야기가 중간중간 소개된다. 얼핏 다른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두 개의 이야기가 후반부에 하나로 합쳐지면서 사건의 맥락이 잡혀가는데, 아쉬운 점은 하나의 사건으로 연결되어가면서 그 사건의 주인공이 되는 아나카의 이야기가 흐지부지한 결말로 끝났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사건의 진실이 드러나는 부분에 대한 설정도 너무 억지스럽다는 느낌이 든다. 마르크에 대한 설정이 너무 아쉽다. 개인적으로 저자가 환경문제를 소재로 내세우면서도 이 부분을 강하게 어필하지 못했다는 것도 아쉬움 점에 추가해야 할 거 같다.

기대를 하면 그만큼 실망도 크다고 했던가. 내게 강한 인상을 남겼던 저자 넬레 노이하우스는 <백설공주에게 죽음을>과 <<바람을 뿌리는 자>>를 통해서 너무 상반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마치 이 작품에서 보여주는 등장인물들이 가진 양면성처럼 말이다.

 

"바람을 뿌리는 자는 폭풍을 거두는 법입니다!" ( 본문 331p)

인과응보라고 했더가. 욕심 앞에서 철저히 진실을 외면하는 인물과 바람을 뿌리면서 거대한 폭풍을 거둬들이게 된 인물을 통해서 사람답게 사는 법이 무언가를 떠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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