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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를 사는 따뜻한 부모들의 이야기 2 - 2008 개정판
이민정 지음 / 김영사 / 2008년 5월
평점 :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말은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 된다. 이 책에 등장하는 대화법은 인간관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 대화의 힘이란 이런 것이다, 라는 것을 보여준다. 타인과의 대화는 참 어렵다. 악의 없는 말에도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며, 부모의 강압적인 말에 아이들은 상처입기도 하고 반항하기도 한다.
중학교 2학년 딸아이는 요즘 제대로 사춘기다. 간혹 딸과의 대화가 한 번 어긋나기 시작하면, 끝내는 서로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것으로 끝나고 만다. 엄마인 나는 언성을 높이고, 딸은 결국 제 방문을 꽝 닫고 들어간다.
자꾸 어긋나는 대화를 어떻게 하면 풀어낼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이 시대를 사는 따뜻한 부모들의 이야기>를 알게 되었다. 1권을 통해서 아이들에게 건네는 나의 말이 곱지 않다는 것을 느끼고 반성도 해보았지만 고치는 일이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1권을 읽은 후 몇 개월만에 2권을 들었다. 이번에는 고쳐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쉽사리 고쳐지지 않는 나의 마음을 다잡아보겠다는 결심과 함께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 속에는 대화법을 바꾸어 보려는 수강자들이 겪었던 상황들과 어떻게 상황을 고쳐나갔는지 수록되어 있다.
그들이 겪었던 일들 중에는 나와 비슷한 상황, 공감가는 이야기들이 있어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위안을 얻을 수 있었고, 그들이 힘들고 어려웠던 상황을 잘 헤쳐나가는 과정을 통해서 해결책을 찾아보기도 했다.
그들이 겪은 어려웠던 상황들을 (어떤 상황이든) 위기의 순간에서 구해준 것은 바로 타인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대화법에서 비롯되었다.
그들은 그동안 대화에 방해되는 언어들로 인해 서로 대화의 문이 닫혀 있었음을 깨닫기 시작한다. 서로 이해하는 방법을 배우고, 상대방의 자존심을 상하지 않게 나를 표현하는 방법 그리고 갈등 해소방법을 익힌다. (본문 30p)
대화를 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자기 치부를 솔직히 시인하고 드러내야 가능한다. 갑자기 폭력적인 행동을 보였던 혁진이의 모습은 분명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혁진 어머니가 잘못을 시인하고, 혁진이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말로 대화의 물꼬를 틀기 시작하면서 그동안 알지 못했던 혁진이의 오랜 상처도 알게 되었으며, 그로인해 그들의 힘들었던 상황은 폭풍우가 지난 뒤의 평온함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나도 혁진 어머니처럼 감정관리를 할 수 있을까? 라는 자괴감이 들었지만, 아들과의 높은 벽을 허물어낸 그 분의 이야기를 통해서 다시금 마음을 다잡아 보게 된다.
수강자들의 또 다른 의구심은 자녀의 행동이 잘못되었을 때 "그래, 그랬구나" 하면서 이해해 주고 받아 주면 자녀의 행동이 고쳐지지 않고 '아, 이런 행동을 해도 괜찮구나' 하면서 버릇없는 아이가 되어 제 마음대로 행동하지 않겠느냐고 불안해 한다. 그렇게 불안한 부모들이 지금까지 사용해 온 방법은 무엇인가. 잘못한 일에 대해 체벌을 가한 결과는 어떠한가. '잘못한 만큼 벌을 받았어. 이제 끝났어.' 더 이상 반성하고 후회하고 성장할 여지가 있는가.
나 또한 내가 어떤 일을 잘못했을 때 상대방으로부터 이해받고 용서받고 싶어하지 않는가. (본문 53p)
책 속에 수록된 대화법은 내가 그동안 사용해왔던 언어 습관과는 상반된다. 상대방을 이해하기 보다는, 내 입장을 이해시키려는 것이 우선시 되었고, 내 의견에 반하는 상대방의 의견은 잘못된 것이라 설득하기에 바빴다. 너무도 다른 언어 습관이기에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지만, '같은 일을 하면서도 기분 좋게 그리고 상대방을 행복하게 해야지'하는 내면의 의지 없이는 어떤 변화도 기대하기 어렵다(본문 59p)는 한 며느리의 경험담은 해보자는 결의를 다지게 한다.
아이들은 가정에서 부모와 나누는 대화를 통해서 성장한다고 한다. 우리는 '무엇'을 말할 것인가도 중요하지만 같은 내용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가 더 중요할 때가 많다(본문 86p)는 저자의 말처럼 내가 달라진다면 아이들도, 상대방도 달라진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게 되지 않을까.
...우리는 모두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그 신념처럼 굳어져 버린 자신의 틀을 깨기 위해 나 자신은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가'를. (본문 118p)
얼마 전 읽은 책에서 '삶이란 결국 사랑하는 사람입니다'라는 구절을 보았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장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은 바로 '사랑받고 있다''사랑하고 있다'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다. 부모로부터 상처를 입은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치유법은 바로 '사랑한다'는 말이다. 내가 잘했느니 네가 잘못했느니 티격태격 다투다보면 상대방과의 벽은 점점 높아진다. 상대방을 이해한다는 말, 사랑하고 있다는 말은 그 벽을 허물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래, 그랬구나' 이 말한마디에 아이들의 상처는 아문다는 것을 이들의 경험을 통해서 알게 되었으며, 자신들의 이야기를, 때로는 허물이 되는 이야기를 나누어 준 이들로 인해, 새삼 삶의 비결을 터득하게 되었음에 감사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