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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원미동 사람들 2
변기현 지음, 양귀자 원작 / 북스토리 / 2012년 3월
평점 :
<원미동 사람들>이 글을 통해서 척박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애환을 담아내고 있다면, <만화 원미동 사람들>은 그림을 통해서 그 삶을 그려내고 있다. 삶이 녹아있는 인물들의 표정만으로도 그들의 애환을 느낄 수 있었다.
1권에서는 서울에서 밀려나 이곳 원미동으로 이사 오게 된 은혜 아빠, 슈퍼맨 놀이에 빠진 아들의 슈퍼맨 '전통문화연구회'의 외판원인 진만 아빠, 완고함때문에 동네 사람들의 원성을 듣는 강만성 할아버지, 강만성 할아버지의 아내 고흥댁, 나이보다 조숙한 경옥, 시를 읊고 다니는 몽달 씨, 원미동 23통 5반의 반장인 형제 슈퍼의 김반장, 원미지물포 주인 주씨가 등장하여 절망 속에서도 '희망'은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2권에서는 은혜 아빠와 성실한 연탄 배달 임씨, 조그만 사진관을 운영하는 엄씨, 허름한 찻집을 운영하는 한강인삼찻집 홍 마담, 김포쌀상회 경호 아빠, 부동산 박씨, 그리고 조그만 공장의 재단사 지하 생활자 공원이 등장한다. 삶이란 무엇일까?
왠지 이들을 보면서 삶에 대해서, 행복의 기준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돈이 전부는 아니라는 사실.
1권에서 희망의 도시라 생각했던 서울을 떠나 이곳 원미동으로 이사 오면서 집 주인이 된 은혜아빠는 한 달이 멀다 하고 이곳저곳 집수리를 하느라 정신이 없을 지경이다. 이번엔 목욕탕이 문제가 되면서 지물포 주 씨로부터 임 씨를 소개받았다.
주업은 연탄 배달이고, 여름 한철만 이것저것 잡일을 하는 어설픈 막일꾼이라는 사실을 일을 맡기고서야 알게 되었는데, 그 이후 은혜 아빠의 이율배반적인 갈등이 시작된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 '죽일 놈들' 속에는 나 자신도 섞여 있는 게 아니냐는, 어쩔 수 없는 괴리감이 임 씨의 어깨에 손을 대지 못하게 막고 있었다. (본문 63p)
타칭 '행복한 사나이'로 불리는 사진관 엄씨, 그리고 홍 마담의 짧은 러브 스토리는 우리가 흔히 쉽게 말하는 '불륜'과는 좀 다른 느낌을 준다.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들이 하면 불륜이라고 한다는 말이 있다지만, 왠지 이들에게 불륜이라는 말은 쓰고 싶지 않다. 결국 세상의 잣대는 그들을 불륜이라 하겠지만 말이다. 행복해지고 싶은 홍 마담, 스스로 이만하면 행복하다고 생각했지만 그동안 잊고 있었던 마음 속 열정을 알게 된 엄씨는 행복하고자 하는 열망들의 만남이었다.
세상사라는 것이, 타인을 밟고 일어서야 내가 살아갈 수 있는 곳이다. 그 이치를 너무도 잘 보여주는 김포쌀상회와 형제슈퍼의 다툼, 그리고 싱싱청과물상회를 짓밟기 위한 이들의 의기투합은 먹고살기 힘든 세상사의 슬픈 단면을 보는 거 같아 안타깝다.
지하 생활자 공원의 모습은 왠지 서글프다. 있는 자들의 횡포, 그 속에서 점점 나약해지는 없는 자의 슬픔이 보여지는 듯 하다. 지하 단칸방에 사는 공원, 그리고 없는 자의 슬픔을 비아냥거리는 듯 집주인은 자본주의의 횡포다. 그래도 데모하는 공원들의 마음을 이해해주려는 사장이 있어 삶은 아직 희망적이다.
<원미동 사람들>을 읽다보면 그들의 척박한 삶 속에서 나의 삶을 보는 듯 하여 괜시리 화가난다. 그놈의 돈이 뭐라고..그러다 그들이 보는 희망으로 슬그머니 화를 풀어낸다. 나에게도 희망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기 때문에.
결코 희망이 없어 보일 거 같은 이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이들, 그래서 결국 희망을 그려내는 이들을 보면서 나는 또 힘을 내본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또 떠오를 것이다. 힘내보자. 아자아자~!!!!
(사진출처: '만화 원미동 사람들 2' 본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