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바이브
알렉스 모렐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8월
평점 :
절판


최근 왕따, 학교폭력을 견디다 못한 청소년들의 자살 소식으로 우리 사회는 충격에 휩싸였다. 청소년 뿐만 아니라 경제적 어려움이나 가정 불화 등으로 인한 자살도 급증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삶의 무게, 고통과 상처들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자살이라는 마지막 선택 밖에 없다는 사실도 안타깝지만, 자살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 잘못된 생각에도 큰 안타까움을 느낀다. 이렇게 사회적 문제가 대두되면서 최근 출판계에서는 자살을 소재로 한 문학이나 죽음을 통해서 삶의 소중함을 일깨우려는 어린이 작품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서바이브>> 역시 자살을 선택한 소녀 제인 솔리스를 통해 삶의 의미를 생각해보게 하는 작품으로,  "삶의 의미에 대한 탐구를 놀랍도록 흥미롭게 풀어낸 작품이다." "전미 대륙과 유럽의 청소년들을 감동시킨 화제작!" 이라는 찬사를 얻은 작품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서바이브>>의 작품을 읽다보면 영화 <얼라이브>를 떠올리게 된다. 1993년 작품인 <얼라이브>는 우루과이대학 럭비팀을 태운 항공기가 칠레로 상륙하기 직전 안데스 산맥에 추락한 후 생존을 위한 72일간의 사투를 담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살아남기 위한 인간 본연의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며, 삶의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었다. <<서바이브>>가 영화 <얼라이브>를 모티브로 삼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으나, 작품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배제하고 본다면 전반적인 흐름이나 긴장감 넘쳐야 할 장면들이 영화와 너무 흡사하여 그 감동이 조금은 떨어지지 않았나 싶다. 작가도 그런 점에 신경을 쓴 듯 영화(실화)와 차별화되는 소소한 부분들을 첨가하여 부족한 부분을 메워준 듯 하다.

 

 

제인 솔리스는 자살을 시도하여 '라이프하우스' 시설에서 지내고 있지만, 또다시 자살을 시도하기 위해 여섯 달 전부터 계획을 세웠다. 의사들과 친구 등에게 거짓 인사를 한 것, 담당 의사인 올드 닥터에게도 거짓 속내를 털어놓은 것도 크리스마스에 집에 다녀올 수 있는 점수를 따기 위한 것이었다. 결국 제인은 집에 다녀올 수 있는 외출증을 얻게 되고, 엄마에게 가기 위한 비행기 안에서 다량의 약을 복용하여 자살하겠다는 그녀의 계획은 실현가능해지게 되었다. 몇 해 전, 제인이 11세이던 해 크리스마스에 권총으로 자살한 아빠, 아빠의 죽음에서 벗어나지 못한 엄마로 인해 고통으로 가득 찬 가련한 자신의 삶에서 달아나기 위해 해야 할 일은 자살 뿐이라고 생각했다. 자살한 가족을 둔 사람은 직접 자살을 시도할 확률이 더 높음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과거를 놓아주지 않고 아빠의 추악한 선택이 자신의 인생에 아물지 않는 생채기처럼 곪아 터지게 내버려 두어 제인의 상처는 치료되지 않은 채 방치되었기에, 엄마에 대한 제인의 원망 역시 클 수 밖에 없었다.

약을 구입하고 비행기에 탑승한 그녀는 계획한 대로 화장실에서 약을 먹으려던 순간에 비행기가 갑자기 급강하하고 엄청난 상승기류에 연달아 부딪히면서 추락하는 것을 느끼게 된다. 정신을 차린 후 제인은 잔혹한 록키 산맥에 혼자 앉아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난 길을 잃었다. 그리고 죽을 것이다. 신에게 버림받은 이 산에서 난 죽는다. 참, 내가 원했던 일 아닌가?

내 입술이나 마음은 그 질문에 쉽게 대답하지 못한다.

내가 원했던 게 이거야? 그래? (본문 76p)

 

제인은 살아남은 또 한 사람과 만난다. 화장실 간 덕분에 살아남은 제인, 그리고 형의 죽음으로 아빠를 원망하여 오랜 시간 떨어져 지냈지만 몇 년만에 아버지를 찾아가는 제인의 옆자리에 앉아있던 폴 하트는 함께 살아남기 위한 사투를 시작한다. 함께 서로의 체온을 나누며 혹독한 추위를 이겨내면서 폴은 언제 올지 알 수 없는 구조를 기다리기보다는 앞으로 나아가기로 결정한다. 앞일에 대한 걱정,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가득한 제인은 폴에게 마음을 열고 의지하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계속 그 자리에 머물러 있기만 하면 안 된다, 제인. 천천히 시들다 죽지 않으려면 스스로 일어나야 해. 그래야 행복해질 수 있지." (본문 79p)

 

그동안은 전혀 이해하지 못했던 올드 닥터의 알 수 없었던 말들에 힘을 내고,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제인은 어려운 고비를 넘기는 과정 속에서 상처를 극복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꿈꾸기 시작한다. 제인은 자신처럼 마음의 상처를 안고 있는 폴이 희망을 잃지 않고 용기있게 행동하는 모습을 따라 그를 쫓아 한발한발 전진하는데, 서로의 아픔을 털어놓으면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이 눈 덮힌 록키산맥이라는 험난한 상황 속에 배어들면서 긴장과 감동의 조화를 통해 놀라운 흡입력을 보여준다.

누구나 인생의 그래프는 록키산맥처럼 험난하기만 하다. 자살을 생각할 만큼 힘겨운 고통을 맛보기도 하지만, 그 고통을 이겨내고 다시 일어섰을 때는 삶의 희열을 맛보기도 한다. 그 상처를 자살로 해결했다면 결코 맛볼 수 없는 짜릿함이다.

청소년들에게 미래는 눈 덮힌 록키산맥만큼이나 암울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앞으로 나아간다면 광활한 대지와 만날 수 있게 된다. 제인이 보여주었던 것처럼 삶의 희망은 언제나 존재하고 있으며, 삶은 그래서 더욱 살만하다는 것을 이들의 생존을 위한 사투를 보며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힘들때 기억하자. 아무리 힘들어도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아무리 힘들어도 넌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나를 봐주거나 내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 이 세상에 한 명도 없어.' 이런 생각이 드는 순간이 있을 거야. 아니, 그런 기분이 심지어는 하루나 이틀 동안 지속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야. 우리가 언제나 너와 함께 있으니까. 우린 널 믿는다." (본문 37p)

 

(이미지출처: '서바이브'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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