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내가 최고! 노란상상 그림책 8
벤 레들리치 글.그림, 김경연 옮김 / 노란상상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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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많이 했던 말은 바로 '안돼'라는 말이 아니었나 싶다. 때로는 위험하기 때문에, 때로는 평범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행동하고, 경험하면서 아이들은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생각하게 되는데, 한창 호기심이 왕성할 시기에 엄마인 나는 '안돼'라는 말로서 아이들의 호기심을 억제시킨 것은 아닐까? 싶은 마음에 미안함과 안타까움을 많이 갖는다. 개성표출과 독창성이 중요시되고 있는 요즘, 아이들의 생각마저도 억제시킨 것은 아니었나, 깊은 한숨을 내쉬어본다.

이런 미안함, 후회스러움, 안타까움은 그림책 <<이건 내가 최고!>>을 통해 느끼게 되었다. 

 

원숭이 숭이 가장 잘 하는 것은 바로 재미있는 노는 것이다. 그런 원숭이 숭이가 못마땅한 타조는 나무에서 놀면 위험하다며 타조처럼 땅에서 놀라고 한다.

 

 

 

"당장 거기서 내려오지 못하겠니? 나무에서 놀면 위험하다는 거 몰라? 다치면 어쩌려고 그래!" (본문 中)

 

타조의 말은 아이들이 어릴 때 자주 했던 나의 말과 흡사하여 웃음이 나기도 했지만, 창피함에 내 얼굴이 빨개졌다. 원숭이들은 타조의 말대로 땅으로 내려왔다. 원숭이 숭이는 슬펐고, 따분했다. 

그때 숭이는 혹멧돼지가 커다란 진흙 더미 속에서 뒹굴거리는 것을 보며, 차가운 진흙 속에서 신나게 놀았다. 그러나 혹멧돼지는 진흙 속에서 놀면 몸이 더러워진다고 못하게 한다. 진흙 속에서 뒹구는 것을 보고 따라한 숭이는 불평스럽게 반문했다.

 

 

 

"하지만 아저씨도 진흙 속에서 놀잖아요!"
"그래, 하지만 난 혹멧돼지인걸! 혹멧돼지는 원래 진흙 속에서 놀아! 이제 넌 몸을 깨끗이 닦고 다른 데가서 놀아!"
(본문 中)

 

그러고보니 혹멧돼지의 말도 나와 다를 바 없다. 아이들은 안되지만, '난 어른이니까'라는 말로 합리화시켰던 수많은 상황들이 떠오른다. 무안함이 앞선다. 그렇게 숭이는 벌꿀오소리, 늙은 누, 사자의 그러면 안된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진흙이 묻고 멍들고 벌에 쏘인 채 신나는 일을 찾아 다녔다.

그러던 중 진흙 수렁에 빠진 타조를 발견하고, 숭이는 원숭이 친구들과 함께 가까운 나무로 올라가 큰 가지를 붙들고 용감하게 타조를 구해주게 되고, 다시 자신들이 가장 잘하는 것을 하게 된다.

 

얼마 전 읽는 육아서에는 우리 아이들에게는 '세상에서 내가 가장 잘났다'고 뻐기고 싶은 시기가 있다고 한다. 이런 무례함이 자신감의 자양분이 된다고 하니, 이 시기에는 '잘한다''괜찮다'라고 해주는 것이 우리 아이들의 자존감을 높여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나무에서 노는 것을 제일 잘하는 숭이에게 위험하다고 못하게 하는 타조의 행동은 우리 부모들이 자주 하는 말이다. 요즘은 노래를 잘하는 아이, 요리를 잘하는 아이 등 그들이 가진 재능을 많이 키워주는 부모가 많아졌지만, 여전히 부모들은 내 아이가 모범이라는 기준에 맞추어 살아주길 바란다. 결국 '안돼'라는 말을 통해서 행위와 생각에 많은 억압을 하게 되는데, <<이건 내가 최고!>>를 읽으면서 '안돼'라는 말보다는 '잘한다''괜찮다'라는 칭찬과 격려가 더 필요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건 내가 최고!>>는 부모에게 내 아이의 장점과 개성을 존중하는 너그러운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이끈다. 물론 숭이가 가장 잘하는 나무에서 잘 노는 것을 이용해 타조를 구하는 과정 속에서 우리 아이들이 자신이 잘하는 장점을 발견하고 그를 통해 자신감을 갖도록 도와주고 있지만, 타조와 혹멧돼지 등 다양한 동물들의 그러면 안된다는 말을 통해서 책을 함께 읽는 부모가 자신을 되돌아보고, 아이들의 재능을 인정할 수 있는 마음을 갖도록 하는데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통해서 '안돼'라는 말보다는 '괜찮다'는 말로서 내 아이의 모습을 받아들일 수 있는 너그러움을 배우게 된다. 그림책은 이렇게 아이들의 마음을 대변해주고 있어 부모에게 좋은 육아서가 되어주기도 한다.

 

(사진출처: '이건 내가 최고!'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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