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교과서 - 아이랑 엄마랑 함께 행복해지는 육아
박경순 지음 / 비룡소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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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모 출판사에서 출간된 <부모 자격증>이라는 책 제목을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을 했었다. 비록 책을 읽어본 적은 없지만, 책 제목만으로도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인 나에게 수많은 생각이 들게했다. 만약 부모가 되기 위해서 자격증 시험을 봐야한다면, 나는 합격할 수 있을까? 나는 과연 두 아이에게 어떤 엄마일까? 등의 생각이었는데, 더불어 정말 자격증 시험을 봐야하는 시대가 된다면, 자격증을 딸 수 있는 부모를 위한 제대로 된 교재가 필요한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하곤했다. 아이를 키우면서 육아서 한 권 안 읽어보고, 육아관련 프로그램 한 번 안 본 부모는 없을 것이다. 조기 교육이 좋다, 나쁘다는 기본이요, 유아때부터 자주 안아주면 안된다, 자주 안아줘야 한다, 칭찬을 많이 해줘야한다, 칭찬을 많이 해주면 버릇이 나빠진다 등 내 아이를 잘 키워보고 싶은 마음에 기웃거리는 책이나 프로그램은 저마다 다른 색깔의 다른 이야기를 한다. 이렇게 서로 다른 흑백논리를 내세우니 도대체 어느 기준에 맞추어 공부하고 자격증을 딸 수 있겠는가.

 

<<엄마 교과서>>라는 제목은 <부모 자격증>만큼이나 강렬했다. '교과서'라는 제목은 육아에 대한 속시원한 해답은 아닐지언정, 마음 속 답답함을 좀 풀어줄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요즘 나는 서로 다른 성향을 가진 두 아이를 키우면서 육아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큰 아이는 어여쁜 딸로 초등학교까지만 해도 엄마의 기를 팍팍 살려주는 착하고, 공부 잘하는 아이였는데 중학생이 되어 사춘기를 겪으면서 나와 갈등을 빚고 있다. 둘째 아이는 귀엽고 애교많은 아들인데, 큰 아이와 달리 산만하고, 학습적인 면에서도 큰 두각을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서로 다른 두 아이를 키우니 엄마라는 직업은 정말 고달프다. 안그래도 힘겨운 육아에 누구는 이렇게, 누구는 저렇게 키워야 한다고 하니, 제대로 된 부모 역할을 못하는 나는 갈팡질팡하기 일쑤다. 그런 탓에 '유행에 휘둘리는 육아는 그만!'이라는 글귀에 더 끌렸는지 모른다. 육아서, 자기계발서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내가, 이 책을 읽은 소감을 결론부터 말한다면, 다른 육아서와 달리 글귀가 눈에 쏙 들어오는데다, 저자가 세 아이를 키워낸 엄마인 탓인지 위로가 되었다.

그동안 내 아이의 잘못된 습관이나 성향을 볼 때, '내가 아이를 잘 못 키웠기 때문'은 아닐까, 라는 죄채감을 많이 가졌다. 분명 많은육아서나 육아 프로그램에서는 부모의 잘못된 양육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는 탓이다. 그런데 저자는 아니라고 해주니 이 또한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지.

 

자녀 문제가 부모 잘못이라고 질책한다면, 그것은 참 억울한 일이다.

분명히 말하지만, 자녀 문제가 절대 부모의 잘못은 아니다. 그런데 그것만큼이나 분명한 또 하나의 사실이 있다. 아이들은 불편함을 표현할 뿐 해결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그 갈등의 원인이 무엇이든, 그것을 누가 시작했든, 아이들은 스스로 풀 능력이 없고, 그 숙제는 고스란히 부모의 몫으로 남게 된다. (본문 23p)

 

부모는 우리 모두가 미성숙한 채로 부모가 되기 때문에 '부모 됨'이란 '성숙하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완전한 부모가 자녀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경험 없는 부모가 자녀와 함께 성숙해가는 과정이며, 그 성숙의 거름이 되는 것을 '갈등'이라고 보았다. 육아서를 읽으면서 늘 느끼는 것이지만, 육아서에 나온 모든 내용들이 결코 정답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자녀와의 갈등의 유일한 정답이 '그때그때 달라요'라고 말해주는 저자의 말은 딱히 해결책을 내어준 것도 아닌데, 나는 책을 읽으면서 어느 새 많은 위로를 받고 있었다. 육아서대로 해보아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점은 더 큰 고민을 안겨주었기 때문인가보다.

<<엄마 교과서>>는 구강기, 항문기, 남근기 등 아이가 자라는 발걸음을 돌아보는 부분과 체질처럼 타고나는 성향은 아이들 모두 다르다는 점을 통해 성격유형을 이해하고, 다름을 이해하는 내용을 수록하였다. 그러나 가장 큰 공감과 위안과 육아에 대한 고민을 해결해주는 부분은 '부모와의 관계가 아이를 만든다'라는 제목의 처음 챕터였다.

자녀의 무례함이나 공격성때문에 부모는 난처한 상황을 겪을 때가 있다. 부모는 자녀의 버릇을 고치려고 무던히 애를 쓰는데, 저자는 위니콧을 비롯한 많은 학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공격성은 그 자체로 중요한 에너지 근원이며, 무례함은 '창조성의 근원'이 된다고 말한다. 또한 '세상에서 내가 가장 잘났다'라고 뻐기고 싶은 시기인 꼭 거쳐야 하는 중요한 발달과정임을 강조한다.

 

아이들에게는 '세상에서 내가 가장 잘났다'고 뻐기고 싶은 시기가 있다. 어른들의 눈에는 '세상에서 내가 가장 잘났다'고 뻐기고 싶은 시기가 있다. 어른들의 눈에는 우습고 보잘것없어 보여도, 자신이 만든 것들이 대단하다고 우기는 때가 있다. 이럴 때 나타나는 아이들의 무례함은 자신감의 자양분이 될 수 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하지만 그 벼가 고개를 숙이기 위해서는 일단 튼실하게 하늘을 향해 쭉 뻗는 시기가 필요하다. 자라기도 전에 고개를 숙이는 벼는 절대로 영근 열매를 맺을 수도, 그 열매를 감당할 줄기를 가질 수도 없다. (본문 44p)

 

<<엄마 교과서>>는 챕터가 끝날 때마다 정신분석가의 이론과 삶에 대해 수록하고 있는데 특히 도널드 위니콧의 '착한 아이의 고달픔에 대하여'는 저자의 '착한 아이 증후군'과 맞물려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희노애락의 감정 가운데 어느 하나만 미흡해도 절름발이가 되는 사람의 마음, '착한 아이'의 이름 뒤에 '증후군'이라는 단어가 붙는 것은 바로 그 자체로 건강하지 않다는 뜻이라는 저자의 글을 읽으며, 늘 '착함'을 강조했던 나의 육아로 인해 큰 아이의 감정에 불균형을 가져온 것은 아닌가 싶다. 그것이 바로 우리 모녀의 갈등의 원인으로 크게 작용하였다는 점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이 책을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셈이다.

 

<<엄마 교과서>>는 우리 주변의 이야기를 예로 다양한 사례를 보여주고 있는데, 착한 아이 증후군을 비롯 구세대와 신세대의 양육이 차이, 아이들의 공격성, 부모의 마음 속에 존재하는 어린시절의 트라우마 등을 통해 지금까지 천편일률적이었던 육아서와는 차별화되어 그동안 갈팡질팡했던 육아에 대한 원칙과 방향을 세울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동안 쌓여있던 육아의 어려움에 대한 호소와 과연 내가 제대로 아이를 키우고 있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과연 수많은 이야기 중에 어떤 방법으로 내 아이를 키워야 하는가에 대한 딜레마에 대한 어려운 매듭이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만약 부모가 되기 위한 자격증이 필요하다면, <<엄마 교과서>>는 분명 훌륭한 교재가 될 것이다.

 

아이를 키울 때는 삽을 깊게 파는 것이 좋다. 그래야 뿌리가 상하지 않는다. 마음을 크게 가지라는 뜻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모로서 내 마음이 깊어야 한다.

마음이 깊으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키우는 과정에서 많은 우여곡절이 생기겠지만, 그렇게 마음 깊이 닿아있으면 해결하지 못할 갈등은 없다. (본문 12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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