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의 눈물 책꾸러기 13
다지마 신지 지음, 계일 옮김, 박미정 그림 / 계수나무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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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몇년 사이에 환경오염으로 인한 자연재해, 자연의 변화를 여러 번 겪으면서, 비로소 환경오염으로 인한 심각성을 몸소 느끼게 되었다. 봄에 찾아온 때아닌 폭설, 열대성 기후에서나 볼 수 있었던 국지성 폭우, 일본의 대지진 등을 직접 겪으면서 환경오염으로 인한 지구의 기후 변화를 절감하게 된 것이다. 더욱이 작년 가을에는 때아닌 개나리가 핀 것을 보면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는데,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많이 느끼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환경보호에 대한 잔소리(?)는 강조 또 강조한다 해도 부족하기만 하다. 풍요로운 삶을 위한 인류의 발전은 결국 인류의 삶을 위협하게 되었다. 지금 우리에게 시급한 것은 풍요롭고 편리한 삶 보다는 행복한 삶이 아닐까.

 

높은 빌딩 위에 슬픈 표정을 짓고 있는 여우의 모습을 담은 삽화가 굉장히 인상적인다. 숲에서 살아야 하는 여유가 어찌하여 높은 빌딩으로 들어선 도시에 와 있는걸까? 먹이가 부족해 사람이 사는 마을까지 내려오는 동물들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마을에 내려오다 로드킬을 당하기도 하고, 밭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는다는 이야기도 들었는데 이 여우도 먹이를 찾아 나선걸까? 궁금한 마음에 서둘러 책을 펼쳐보았는데, 슬픔과 아픔 그리고 자연에 대한 인간의 악행을 모두 담아낸 이야기로 마음이 무거워진다.

 

 

 

작년 가을, 산이 반으로 잘리더니 골프장이 들어섰다. 골프를 치는 사람들을 여우 곤키치는 넋을 잃고 바라보았는데, 그들을 보고 있자니, 덤불과 수렁을 헤집고 다니며 토끼나 들쥐를 잡거나 마을에 내려가 닭을 훔치다 걸려 사람들에게 쫓기는 여우의 삶이 너무 힘겹고 하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곤기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특히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말끔한 정장 차림으로 출근했다가 주말이 되면 한껏 멋을 부리고 골프를 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엄마 여우는 안된다고 하지만, 곤키치는 다시는 여우로 돌아올 수 없는 '켄폰탄' 둔갑술을 이용해 사람이 되고야 말았다.

 

 

 

"먹을 것이 없어서 산을 헤매다 총을 든 사람과 맞딱뜨리면, 전 어떻게 되는 거지요? 사람이 쏜 총에 맞아서 삶을 끝낼 수는 없어요. 그뿐인가요? 사람들이 가죽을 벗기기도 한다잖아요. 난 도시로 가서 회사원이 될 거예요."

 

"우리가 살 수 있는 산은 도대체 어디에 있단 말이에요? 푸르고 아름답던 산은 전부 불도저와 포크레인이 망가뜨렸어요. 우리에게 더 이상 희망은 없어요. 엄마, 난 산을 떠날 거예요." (본문 16,17p)

 

 

 

사람이 된 곤키치는 무슨 일을 하는 회사인지도 모른 채 '마운틴패션 주식회사'라는 모피회사에 취직하게 되었고, 경리과에서 열심히 일을 한 덕에 인정받는 직원이 되었다. 곤키치는 판매용 모피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에 처음으로 모피 창고에 들어갔다가 비명을 지르게 되었다. 사슴, 토끼, 족제비, 곰, 표범, 너구리, 담비 등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동물들이 머리를 아래로 늘어뜨린 채 거꾸로 매달려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곤키치는 회사의 매출을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애써 자신을 달랬다.

다음날, 곤키치는 산에 가서 모피로 쓸 동물들을 잡아 오면 월급도 올려 주고, 부장으로 승진시켜 준다는 제안을 받게 되고 곤기치는 온몸의 털이 은빛으로 빛나는 아주 멋진 여우를 사냥하게 된다.

 

 

 

'아아, 어떻게 이런 일이!'

곤키치가 총으로 쏴 죽인 그 멋진 은빛 여우는 바로 곤키치의 엄마였습니다. (본문 55p)

 

여우였던 곤키치는 점점 잃어가는 삶의 터전에 대한 희망을 볼 수 없었고, 사람들의 위협으로부터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불안에 떨었다. 행복하지 않는 늘 불안한 삶을 살던 곤키치가 늘 행복해 보이는 인간이 되지만 인간이 된 곤키치는 엄마 여우를 죽이는 불행을 겪게 된다.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곤키치의 삶은 자연을 훼손하는 인간의 악행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산을 깍아 골프를 치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동물을 잡아들이는 모습은 여우였던 곤키치가 두려워했던 인간의 모습 그대로였다. 결국 동물이 자연 속에서 행복하게 살아갈 권리를 인간이 빼앗고 있음을 곤키치를 통해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인간이 된 곤키치가 엄마 여우를 죽이게 되는 과정 또한 인간의 자연 훼손이 결국 인간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닐런지.

 

 

 

<<여우의 눈물>>은 자연을 훼손하는 인간의 악행을 고스란히 볼 수 있는 슬프고도 아픈 동화다. 파스텔톤의 삽화가 이야기와 잘 어우러져 슬픈 이야기를 잘 표현하고 있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터전을 우리 스스로가 훼손하고 있음을 다시금 절감하게 하는 긴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다. 강조 또 강조해도 모자라는 환경 보호, 자연의 끊없는 외침에 다 같이 귀기울여야 할 때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캐앵! 캥! 캐앵!" 희미하게, 아주 희망하게 곤키치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사진출처: '여우의 눈물'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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