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트라 황금지구의
가이도 다케루 지음, 신유희 옮김 / 예담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제목과 표지를 보고 흥미로울 거라는 기대감에 선택한 작품이었다. '초특급 범죄 코미디'라는 책소개가 눈길을 끌었지만, 사실 전반적으로 기대했던 만큼의 재미를 준 작품이 아니었다. 프롤로그를 읽을 때만해도 큰 사건이 터질거라는 기대감이 들었는데, 몇 페이지를 읽고나니 지루한 느낌을 배제할 수가 없었다. '권력층과 소시민의 속고 속이는 치열한 두뇌싸움'이라는 책소개에 걸맞는 긴장감있는 대립이 부족한 탓이리라.

권력층에 대한 비리에 대해 좀더 신랄한 비판이 있었다면, 읽는동안 통쾌함을 맛보았을텐데 그 점에서도 다소 부족한 느낌이다.

더불어 각각 개성있는 캐릭터이긴 했지만, 좀더 신비로워야 할 존재인 글라스 조에 대해 중반부에 예측이 가능한 내용을 수록한 점은 내용에 대한 아쉬움을 더한다.

 

때는 1988년 어느 날, 사상 유례없는 거품경리로 들끓고 전 세계 시장으로부터 금이 격류처럼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한 일본은 국고에 흘러넘치는 처치 곤란한 돈을 잽싸게 분배해버리라는 듯이 단순하고도 난폭하고 화려하고 질 낮은 만행이 이루어졌다. (본문 10p) 정권은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일률적으로 복권 최고 당첨금에 맞먹는 1억 엔이라는 돈을 내주기로 결정했는데, 사쿠라노미야 시청은 1억엔 상당의 금덩이를 구입하여 '황금지구의'를 제작하여 '사쿠라노미야 수족관 별관.심해관의 중앙홀에 안치하게 되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2013년, 세계 이곳저곳에서 일어난 국지전쟁의 반작용으로 금시세사 상승한 탓에, 금괴 50kg은 1억 5천만 엔으로 값이 뛰었다. 이제 히라누마 하이스케가 황금지구의와 엮이기 전후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30대 초반, 하이스케는 '히라누마 철공소'라는 소규모 공장의 영업부장 겸 임시 공원으로 일하고 있는데, 사장은 아버지 고스케, 경리과장은 아내 기미코다. "아, 지겨워"를 연발하는 그에게 8년 만에 친구인 히사미츠 조지, 통칭 글라스 조가 찾아오게 된다. 그는 각지에서 잇달아 금으로 만든 기념물이 도난당하는 사건이 일어나고 있는 불안한 상황을 틈타 사쿠라모니야 수족관의 황금지구의를 훔치자는 제안을 해오고, 아이러니하게도 사쿠라노미야 시청 관재과 고니시 키이치로 과장으로부터 수족관의 경비를 맡아달라는 제의를 받게 된다. 전적으로 '히라누마 철공소'에 불합리한 계약임을 알게 된 하이스케는 황금지구의를 강탈하자는 글라스 조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황금지구의를 강탈하기 위한 작전을 세우고 결행되고(사실 이 부분은 좀 지루한 느낌을 준다), 이 과정에서 공무원들의 비리와 맞서게 되는데, 사실 전반적으로 이야기 전개가 조금 허술하게 돌아가고 억지로 짜맞추려는 느낌이 강한지라 몰입도가 약했다.

 

등장인물들은 개성있는 캐릭터들이지만 그 캐릭터를 제대로 살려내지 못한 느낌이다. 블랙 코미디라 할 수 있는 이 작품에서는 소위 코미디라 할 수 있는 부분에 그다지 공감할 수 없었고, 공무원, 고위층들의 비리를 파헤치는 과정에서의 통쾌함도 크지는 않았지만, 고위층의 비리에 맞서는 소시민의 엉뚱함에 대해서는 응원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힘없는 소시민들은 억울한 일을 당해도 법 앞에서 결코 평등하지 못한 나약한 존재이다. 하이스케는 다소 엉뚱하기는 하지만 소시민을 대표하는 평범한 인물로 고위층의 비리에 맞서는 당당함(사실 당당한 느낌은 부족했다)을 보여주었기에 비록 법에 어긋나는 강탈이었지만 그가 꼭 성공하길 바라는 마음을 갖게 한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그리고 도둑에는 도둑. 미디어가 움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서 사쿠라노미야 시청의 범죄 행위를 폭로하는 거야. 경비가 소홀한 황금지구의를 훔쳐내면 추가분의 경비비용을 어디다 썼는지 지적받을 테고, 시청은 찍소리 못하게 되지." (본문 62p)

 

'지하드 다이하드(성전에 살고 성전에 죽는다)' 이들의 터무니없는 계획에 나도 모르게 동조하게 되는 것은, 바로 나 역시도 공무원들의 끊이지 않는 비리에 답답해하고 화가 나는 비권력층의 소시민이기 때문이다.

좀더 긴장감을 주고, 엉뚱한 캐릭터를 좀더 잘 살려내고, 억지로 짜맞추려는 느낌이 배제된다면 더욱 재미있는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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