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원래 뭐였는지 알아? - 전통문화 편 사회와 친해지는 책
정유소영 지음, 남주현 그림, 임재해 감수 / 창비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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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이나 텔레비전 사극을 보면 아이들에게 생소한 물건들이 등장한다. 과학의 발달로 사람들은 보다 편리함을 추구하면서 예전에 사용하던 물건들을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는데, 시간이 흐름에 따라 우리 아이들에게는 생소한 물건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많은 물건들은 옛 선조들이 지혜를 담아 만들어내고 사용한 물건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그들의 지혜가 없었다면 현재의 발전도 없지 않았을까. 이에 우리가 옛 것을 기억하고, 그를 통해 우리 문화를 이해하는 것은 퍽 중요한 일이 되었고, 따라서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의의도 그만큼 크다 할 수 있겠다.
제15회 '좋은 어린이책' 기획 부문 대상 수상작인 <<내가 원래 뭐였는지 알아?>>는 옛이야기 형식으로 풀어낸 재미있는 이야기를 통해서 옛날 살림살이를 보고,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된 작품이다.


너무 못생겨서 마을 사람들에게 '도깨비 색시'라는 놀림을 받는 세 딸을 둔 정 아무개라는 선비는 집안에 틀어박혀 공자 왈 맹자 왈 어려운 책만 읽어 대는 통에 집안 일에는 도통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런 서생이 어느 가을 날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산에 올라갔다가 도깨비들의 꼬임에 빠지게 된다. 서생은 '도깨비 색시'라는 놀림을 받는 못생긴 세 딸을 두고 있었는데, 도깨비 색시가 마음에 든 도깨비들이 일을 꾸민 것이 아닌가. 결국 서생은 낮과 밤의 모습이 다른 도깨비들이 낮에 어떤 모습으로 있는지 알아맞히는 내기를 하게 되고, 도깨비가 준 귀띔이 적힌 두루마리를 통해 세번의 답을 맞춰야 한다.
서생은 첫째 딸 일영, 둘째 딸 이영, 막내 딸 삼영과 함께 귀띔 속 답을 찾기 위해서 지혜를 모으게 되는데, 그 과정 속에서 독자는 옛날 살림살이를 하나하나 살펴보게 된다.

첫 번째 귀띔을 통해 이들은 남자가 생활하는 방인 사랑방에서 물건을 찾아보게 된다. 펼쳐보는 페이지에는 옛 사랑방의 모습을 그림으로 잘 표현해냈는데, 귀뜸 속 답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서생과 딸들을 이야기를 통해서 그들이 사용하는 물건의 쓰임새를 알아가게 된다. 이 과정에서 다행히 문제의 답을 찾아내고 두 번째 귀띔을 받게 되고, 이번에는 돌아가신 어머니가 사용하던 안방을 둘러보게 된다. 이번에도 역시 펼쳐보는 페이지에는 옛날 여자들이 사용하던 물건들을 엿볼 수 있었다. 물건을 찾기 위해 지혜를 모으는 세 딸의 이야기 속에는 물건에서 보이는 선조의 지혜까지 들을 수 있다.


"그런데 왜 장은 더 크게 만들지 않는 걸까요? 크면 물건을 더 많이 넣을 수 있을 텐데 말이에요."

"그건 우리가 보통 바닥에 앉아서 생활하기 때문이야. 만약 장과 농이 아주 크다면 일어섰다 앉았다를 자주 해야 하니까 힘이 들잖아. 그런데 이 정도의 높이의 장과 농이라면 아래층은 바닥에 앉아서도 쓸 수 있고, 위층은 무릎을 꿇고 선 자세 정도면 물건을 넣었다 뺏다 할 수 있어." (본문 72,73p)


두 번째 문제도 무사히 맞춘 이들은 세 번째 귀띔을 받게 되고, 이번에는 부엌을 살펴보게 된다. 옛날에는 '남자는 바깥사람, 여자는 안사람'이라 해서 남자는 안의 일을, 여자는 밖의 일을 말하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여겼으며, '군자는 어진 마음을 지녀야 하기 때문에 살생을 하며 음식을 만드는 부엌에 들어가면 안 된다'는 <맹자>에 쓰인 글 때문에 부엌에는 절대 들어가면 안되는 곳이었다. 양반 체면을 중시하던 서생은 세 딸을 도깨비에게 시집보낼 수 없는 마음에 부엌을 들어가게 되고, 부엌의 이곳저곳을 살펴보게 된다. 부엌에서는 우리 조상의 지혜가 잘 담겨진 온돌에 대해서 자세히 살펴볼 수 있고, 물건마다 담겨진 의미 역시 이야기를 통해 재미있게 들을 수 있다.


이렇게 옛이야기 형식으로 살펴본 옛날 살림살이를 구경하고 알아가는 과정은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추어 쉽게 수록되었는데, 권위적인 아버지와 딸들의 관계가 회복되는 과정도 따뜻하게 수록하여 동화적 메시지 또한 전달한다.


이야기 곳곳에는 물건에 대한 자세한 그림, 쓰임새, 그 속에 담겨진 의미까지 자세히 수록되어 있지만, 매 장이 끝날 때마다 옛 생활도구의 사진과 쓰임을 깊이있게 다루어주어 백과사전식 지식도 전달하고 있다.

<<내가 원래 뭐였는지 알아?>>는 정 서생과 세 딸이 도깨비와 내기하는 과정을 통해 독자들에게 재미와 함께 생소하고 낯선 선조들의 생활모습과 지혜를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다양한 그림과 사진, 이야기 속에 묻어나는 어렵지 않는 쓰임새 등의 이야기가 마치 옛이야기를 읽는 듯 재미있는 작품인데, 함께 수수께끼를 풀어가다보면 보다 흥미롭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지 출처: '내가 원래 뭐였는지 알아?'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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