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도서를 읽는다는 것에 대해 참으로 어려워했던 내가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 시리즈로 '철학 제대로 읽기'를 시작하한지 얼마 되지 않은 듯 한데, 어느 덧 여섯 번째 <<칸트가 들려주는 순수 이성 비판 이야기>>를 읽게 되었다. 사실 칸트의 '순수 이성 비판'을 읽는다는 것에 조금 부담스러운 점이 있었는데, 역시 걱정과는 달리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시리즈를 읽으면서 매번 느끼는 것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작품인 탓도 있겠지만, 철학을 이렇게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 놀라울 따름이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철학 도서는 철학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학습 만화 장르로 주로 접근하곤 하는데, 이 작품은 동화적 스토리를 통해서 현실과 철학을 접목시켜 철학이 곧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지혜임을 느낄 수 있도록 이끌어주면서 만화 못지않는 재미를 톡톡히 선사하고 있다.
건미는 사촌인 대학생인 태식이 오빠와 건미와 동갑인 태진이와 함께 '세계 풍물 시장'에 가게 된다. 별자리 체험관에서 별자리를 구경하는 건미는 하늘이 빙빙 도는데 어찔한 느낌이 들었는데, 사실은 하늘이 돈 것이 아니라 바닥이 돌았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면서 자신의 눈을 부정했던 코페르니쿠스의 혁명 이야기를 듣게 된다. 이어서 흑백의 세상이 보이는 강아지 눈, 컬러 세상이 보이는 사람 눈을 예를 통해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사물이 보이는 것, 즉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 무엇인가를 알아간다. 이는 눈에 보이는 세상이 진짜 세상이 아니다, 사물의 생긴 대로 우리가 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사물이 보이는 것이라고 말한 칸트의 말인데, 즉,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우물안 개구리 이야기도 이와 일맥상통하다. 건미와 태진이는 세계 풍물 시장의 이곳저곳을 둘러보면서 태식이 오빠로부터 칸트의 사상을 접목시켜 듣게 된다.
풍물 시장에서 타로점을 보게된 건미는 타로점이 거짓말 같다고 느끼게 되는데, 태식이 오빠는 칸트가 '이성'이라는 놈을 법정에 세우려는 의도로 쓰여진 <순수 이성 비판>에 대해 들려주게되고, 이 세상에서 듣지도 보지도 못한 것을 우리가 알 수 없으며, 칸트의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이 다 경험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다'라는 말을 이해하게 된다.
세계 음식 체험관에서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는 과정에서 태진이는 요리 프로그램에서 보았던 케밥을 만들겠다고 한다. 그러나 그 프로그램을 본 기억만으로는 케밥을 완성하지 못했는데, 여기서 우리는 칸트가 말한 '우리가 생각한다고 해서 아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까 생각하는 것과 아는 것은 다르다'라는 얘기에 접근하게 된다.
"이제 보니까 안다는 건 생각보다 정말 힘든 일인 것 같아요. 어떤 것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지만 제대로 안다고 말할 수 있을 테니까요." (본문 123p)
우리가 믿고 있는 신의 존재는 사실 존재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신은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생각만 할 수 있는 것, 즉 이렇게 '생각하는 것'과 '아는 것'은 다르다는 점이다. 칸트는 '생각은 할 수 있지만 알 수는 없는 것'(본문 125p) 임을 신의 존재를 예로 들어 이해하게 되고, 우리가 자주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문제 역시 칸트가 말한 진실 여부를 확인할 길이 없는 것에 대해서 안다고 말할 수 없다는 점의 좋은 예가 된다.
그럼 여기서 아는 것이란 정확하게 무엇일까? 칸느는 어떤 것을 안다는 것은 그것을 경험하고, 그것에 대한 개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은 보고, 귀로 들을 수 있는 것은 듣고, 만질 수 있는 것은 만져 보고, 이렇게 아는 것이 경험. 여기에 더해서 개념까지 알아야 그게 아는 것이 된다. (본문 145,146p)
'세계 풍물 시장' 곳곳을 돌아다니며 건미와 태진이는 태식이 오빠로부터 칸트의 '순수 이성 비판'에 대해 알게 된다. 경험과 개념을 알면서 우리는 '아는 것' 즉 지식에 대해 알게 되지만, 칸트는 지식보다 더 중요한 것, 바로 인간에 대한 존경심, 경건과 신뢰야 말로 지식보다 더 중요함을 일깨우는데, 칸트와 다알아 박사의 일화를 통해서 그 중요성을 깨달아간다.
칸트의 <순수 이성 비판>을 이렇게 쉽고도 명확하게 알려줄 수 있는 책이 또 있을까?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작품이지만, 칸트의 <순수 이성 비판>을 이해하고자 한다면, 이 책은 그 연령대에 국한하지 않고 읽기에 제격이다. 우리의 현실과 접목시켜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어 접근하기가 더 용이했던 거 같다. 칸트의 철학에 대해 알아가고 이해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굉장히 부정적이었는데, <<칸트가 들려주는 순수 이성 비판 이야기>>를 통해서 충분히 알 수 있으며,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초등학생들에게도 전혀 부담없이 접근할 수 있는데다, 재미에 편중하여 지식 전달이 부족한 여타의 작품과 달리 재미와 유익함이 공존하고 있어 이 작품에 대한 놀라움은 더욱 크다. 이 책을 시작으로 '철학 제대로 읽기'에 관한 나의 프로젝트는 더욱 힘을 발휘될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