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달린다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8
이상권 지음 / 자음과모음 / 201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간혹 텔레비전에서 방영하는 자연 생태계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자면, 인간들보다 더 열심히, 더 사랑하며 살아가는 동물의 모습을 통해 감명을 받는다. 사람보다 더 진한 모성애를 가진 동물들, 둥지를 틀기 위해 하루에도 수십번씩 나뭇가지를 물어다 옮기는 새들, 알에서 태어나 바다로 가기 위해 작은 발걸음 옮기는 거북, 황제펭귄의 부성애 등 자연의 모습은 경이롭고, 신비로우며, 아름다웠다. 인간보다 하찮은 동물이라 생각했지만, 자연의 순리에 따라 조화를 이루며,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충실하게 살아내는 그들에게 배울 것은 훨씬 더 많았다. 늘 텔레비전을 통해서 느꼈던 이런 감동이 고스란히 글로 담겨진 <<하늘을 달린다>>는 새들을 통해서 그들의 삶과 사랑 그리고 생명의 탄생을 통해 인간이 살아가는 지혜가 수록되어 있다.

 

이 작품은 생생한 묘사가 압권이다. 그동안 보여지는 자연의 아름다움만을 느껴왔다면 , 글 속에서 느껴지는 자연의 아름다움은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눈을 감고 하늘을 올려다보면 햇살의 간질임까지 다 받아내면서 빛과 바람의 흐름 속으로 빨려든다'(본문 10p) 등의 서정적 묘사는 참 아름답게 느껴진다. 이 아름다운 자연 속에 제 스스로를 '하늘눈'이라 부르는 암컷 딱새가 바로 이 책의 주인공이다. 하늘이 살아 있는 거대한 눈이라 생각하고, 언젠가는 저 눈이 허락하는 깊이까지 날아가고 싶었으며, 이 세상의 모든 것을 품어주는 저 눈빛을 조금이라고 닮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 하늘눈에게 사랑이 다가왔다. 번개부리는 하늘눈을 사랑했으며, 혼자 살아가기 위해 그 어떠한 것도 두려워하지 않고 맞설 준비가 되어 있는 번개부리와 하늘눈은 인간이 쓰다버린 벌통에 집을 짓고 알을 낳았다. 고양이 '악마의 발톱', 족제비 '교활한 목도리' 등의 위협으로부터 알을 지키기 위한 처절한 사투도 벌이며 그들의 보금자리를 지켜내지만, 비바람으로 집과 아이를 모두 잃은 하늘눈은 남편 번개부리마저 잃는 고통을 겪는다. 그러나 자신과 같은 아픔을 간직한 노을소리를 만나게 되고, 새로운 집을 짓고 알을 낳으면서 또 하나의 행복을 가꾸게 된다.

하늘눈과 노을소리는 인간이 사는 마을 주택의 우체통에 집을 짓고 알을 낳으면서, 인간과 고양이 악마의 발톱으로 위협을 받게 되지만, 노을소리의 지혜로 잘 헤쳐나간다.

 

"그 누구도 우리의 집을 해코지할 수는 없어. 인간들도 할 수 없어. 저 괴물도 할 수 없어. 비바람도 할 수 없어...." (본문 173p)

 

하늘눈의 생애는 단순히 다큐멘터리처럼 새의 일대기를 다룬 작품이 아니라, 치열한 생태계 속에서 끊임없는 위협으로부터 자신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싸워야하는 삶과 죽음이 한순간에 지나지 않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살아내는 새의 삶을 보여주고 있다해야 할 것이다. 그 삶에는 사랑과 있으며, 아기를 위해 목숨을 거는 모성애가 있으며,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지혜가 있다.

 

'때로는 냉정하게 참아내는 것이, 몸을 던지면서 싸우는 것보다 더 현명할 수 있다는 걸 알았어. 몸을 던져 싸운 것만이 치열한 게 아니야. 바로 그거야.' (본문 203p)

 

혼자가 아니라 둘이었기에 버틸 수 있었던 이들의 모습, 알을 낳는 하늘눈을 향한 번개부리와 노을소리를 통해 생명 탄생의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다. 자연의 생태계는 자신의 삶을 잘 살아내려는 동물들의 탄생과 죽음 속에서 이루어진다. 봄이 지나면 여름이 오듯이, 다른 새의 집을 빼앗기도 하고, 다른 새나 알을 잡아먹기도 하는, 삶과 죽음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인간은 이 순조로워야 할 삶과 죽음의 생태계를 뒤흔들어놓는다.

자연 속의 새와 동물들이 주인공이 된 이 이야기 속에 인간은 단역일 뿐이다. 그러나 아주 짧은 단역인 인간은 생태계를 위협하는 무서운 존재로 등장한다. 자연은 인간이 주인공이 아닌 바로 이들이 주인공이라는 점, 그들이 만들어가는 생태계 속에서 인간은 침입자라는 점을 새삼 느끼게 된다.

"인간의 마음이 언제 변할지 그건 몰라." (본문 145p)

 

하늘눈의 생애는 우리들에게 참 많은 부분을 시사하고 있다. 삶을 놓고 싶을 정도의 고통 속에서 다시 희망을 갖고 하늘을 날아오르는 모습, 자식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걸로 싸우는 모성애,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위험 속에서 느끼는 삶의 소중함 등이 바로 그것이다.

"존재한다는 건 단순히 살아가는 게 아니라 희망을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사실도 깨달았어." (본문 154p)

 

<<하늘을 달린다>>는 하늘눈의 생애를 통해서 자연, 삶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우리는 삶의 소중함을 느끼고 있는가, 희망을 만들어가고 있는가, 자연이 가르쳐주는 지혜를 거스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자문해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생생한 묘사, 서정적인 표현이 잔잔하면서도 아름답게 표현된 작품,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들의 치열한 삶 속에서 긴장감을 느끼게 하는 요소로 단조롭지 않았던 썩 괜찮은 작품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