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모자 어디 갔을까?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22
존 클라센 글.그림, 서남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12년 7월
품절


요즘 우리 사회는 대화의 단절, 소통의 부재로 인한 사회적 문제로 몸살이를 앓고 있습니다. 가족의 해체를 비롯하여 이웃간의 벽을 쌓아두고 있으며, 서로 자신의 이야기가 옳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부모와 자식, 권력자와 국민, 상사와 사원들 사이에 소통의 부재로 인해 상처는 곪아가고 있지요. 진정한 소통은 어떻게 해야할까요?

'2011 뉴욕타임스 선정 올해의 그림책 TOP10'에 선정된 <<내 모자 어디 갔을까?>>는 짧은 그림책이지만 아주 강렬합니다. 특히 삽화는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아주 잘 표현하고 있어 이야기를 더욱 강하게 전달해주고 있는데 그림만으로도 이야기의 주제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모자를 잃어버린 곰은 모자를 찾아 나섭니다. 그리고 만나는 친구들에게 묻습니다.


혹시 내 모자 못 봤니?
응, 못 봤어.
알았어. 어쨌든 고마워. (본문 中)

그런데 뭔가 이상합니다. 묻고 대답하고, 고맙다고 인사하고 있는 이들은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듯 보이지만, 그림을 잘 살펴보면 그들은 서로 다른 곳을 응시하고 있습니다. 대화는 무엇일까요? 서로 얼굴과 눈을 마주하고 이야기를 나누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들은 서로 다른 곳을 보며 일상적인 대화를 나눕니다.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지만, 일단 고개를 갸웃거리고 다음 페이지를 넘겨봅니다.

아뿔사, 이번에 만난 개구리와의 대화도 별반 다를 바가 없습니다.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본 채 묻고, 대답합니다. 곰은 '알았어. 어쨌든 고마워.'라는 인사도 잊지 않습니다. 하지만 먼가 무미건조한 느낌이 드네요.




이번에 곰은 토끼를 만납니다. 곰과 토끼 역시 다른 곳을 보고 대화를 나눕니다.

왜 나한테 물어보니? 난 본 적 없어. 어디서도 모자를 본 적 없어. 내가 모자를 훔쳤겠니? 나한테 더 이상 물어보지 마. (본문 中)

곰은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다른 친구를 만나러 갑니다. 이제 독자는 답답함을 느낍니다. 왜 서로 다른 곳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까요?

곰은 계속 다른 동물 친구들을 만나고 묻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서로 대화를 잘 나누고 있는 듯 보이지만, 여전히 서로의 눈을 마주하지 않습니다.

그러다 지친 곰이 바닥에 눕습니다. 그 모습을 본 사슴이 다가와 이유를 묻지요.
드디어 사슴과 곰은 서로 눈을 마주하고 대화를 나눕니다. 사슴과의 대화 속에서 곰은 드디어 모자를 봤다는 것을 떠올립니다.


그렇게 다시 만난 토끼와의 만남 속에 그들은 서로의 눈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제 그들은 대화는 하지 않지만 서로의 눈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진짜 대화를 나누고 있는 듯 보입니다.

사슴과의 대화를 통해서 이제 이 작가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지금까지 곰이 만나 묻고 대답하는 대화를 나누고 있었지만 이들의 이야기는 '대화'라기 보다는 그저 일방적인 말을 건넨 것 뿐이었습니다. 바로 현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대화의 단절의 예가 될 수 있겠네요.

처음에 곰이 토끼를 만났을 때, 토끼의 대답에 귀를 기울였다면, 토끼의 눈을 바라봤다면 모자는 금방 찾을 수 있었겠지요? 진정한 대화는 서로를 바라보고 서로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반응하는데서 시작된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내 모자 어디 갔을까?>>는 짧은 대화와 그림으로 이 모든 것을 표현하고 느낄 수 있도록 합니다. 소통의 부재에 대한 걱정도, 진정한 대화가 무엇인가에 대한 사설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대화가 무엇인가가 아주 강하게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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