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와와
춘수 지음, 김태성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저자 춘수는 1980년 이후 출생한 젊은 작가를 일컫는 '80후(后)'의 대표적 작가라고 한다. <<베이징 와와>>를 통해 '춘수 신드롬'을 불러 일으며 중국 청년문화의 여전사로 추앙받았으며, [타임스]표지를 장식하였을 뿐만 아니라, 거액으로 영화 판권까지 계약이 체결되었다고 한다. 작품의 화려한 경력탓에 선뜻 읽어봐야겠다는 결심을 했는데, '중국 최초의 잔혹 청춘소설'이라는 평처럼 청춘의 잔혹함이 그려진 탓에 쉽고, 재미있게 읽히는 작품은 아니었던 거 같다.

베이징 와와는 베이징의 귀여운 소녀라는 뜻으로, 이 작품은 베이징에서 빛나는 와와가 되길 바랬던 저자가 열네 살에서 열여덞 살까지 겪은 일을 기록하고 있다.

 

이 책이 처음 출간되었을 때 중국 사회는 완전히 상반되는 두 가지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진실성을 칭송하는 사람과 타락을 비난하는 사람들, 청소년 로맨스 소설이라고 단정하는 평론가와 사회소설로 봐야 한다는 견해를 보여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 나는 타락을 비난하는 사람 중의 하나요, 청소년 로맨스 소설로 단정짓는 사람 중의 하나이다.

복종만 허락할 뿐, 해석은 허락하지 않는 직업 고등학교에 다녔던 압박감은 있었겠지만, 그녀의 타락을 이해하기에는 나의 이해심이 다소 부족했던 듯 싶다.

그녀의 숨막히는 직업 고등학교 생활, 여러 명의 남자친구와의 연애, 휴학 등을 경험하면서 느끼는 불안한 내면이 잘 표현되어 있지만, 그 불안이 규범에 대한 반항으로만 표현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졌다.

저자는 "앞이 보이지 않는 삶에서 그 답을 찾아가는 길에 서 있다"고 자신의 청춘을 설명했다고 하는데, <<베이징 와와>>에서 그녀가 보여주는 행보는 답을 찾아가기보다는 앞이 보이지 않는 삶에 대한 불안을 반항과 타락으로 소비한 듯 하여 안타까움마저 느껴졌다.

 

나는 자신의 미래가 두려웠다. 나는 고생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고통과 즐거움은 항상 똑같은 분량으로 찾아왔던 것 같다. 내가 즐거움을 얻을 때면 동시에 이에 대한 상반된 대가를 치르고 있었다. 따라서 고통을 당하고 싶지 않다면 한 가지 방법밖에 없다. 즐거움도 함께 포기하는 것이다. 이 문제는 아주 확실하고 간단하게 죽음이라는 두 글자로 귀결되었다. 죽음에는 느낌이 없다. 극락세계, 열반이다. 나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다. (본문 139p)

 

<<베이징 와와>>에서 저자는 자신의 청춘을 너무도 솔직하게 표현했다. 자신의 삶을 돌아본 회고록과 같은 의미로 그녀는 있는 그대로, 그 시절에 느낀 감정을 오롯이 표현하고 싶었던 거 같다. 허나, 사춘기인 딸을 두고 있는 탓에 성장소설을 자주 접하는 독자로서, '청춘'이라는 의미 속에 희망을 부여하는 것을 너무도 좋아하는 나는 이 작품과는 약간의 거리감이 느껴졌다.

 

나는 선택에 직면해 있다.

좋다. 나는 이미 선택했다. 나는 이 두 가지 일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싶다. 죽는 것 또는 자유를 얻는 것이다. (본문 389p)

 

나는 이 작품을 표현하는데 다소 어려움을 느꼈다. 청춘의 어두운 면을 보여준 그녀의 삶은 현 우리 사회의 청소년들의 삶을 대변하는 듯 하여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반면 학교를 다니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지만, 유독 그녀만 행동에 옮기고 반항하고 타락, 분노하고, 자유를 넘어 방종을 보여주는 모습이 썩 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베이징의 가장 화려하고 덧없고 반사회적인 그늘만 찾다니며 청춘을 소모한 기록을 담은 <<베이징 와와>>가 중국의 개혁과 개방의 물결로 사회구조가 급속히 변화하는 충격이 만들어낸 '주변인 군체'의 상징(책 소개 中)이라고 표현되느니만큼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이 작품이 가진 의미가 분명 존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작품을 정의내리기에는 나는 역부족이다. 대신 역자 후기 중 공감가는 글귀가 있어 이 작품에 대한 내 느낌을 대신하고자 한다.

 

문예 미학적으로 볼 때 이 소설은 우수한 작품이라고 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인성의 누추한 부분들이 여과 없이 드러나 있고 수사도 정제되어 있지 않다. 드라마틱한 구성이 부족하고 대신 기이하고 주변화된 행위들로 채워져 있다. 하지만 그 어떤 소설보다도 구체적이고 솔직하며 담백하고 속도감이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가 이 소설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충분하다. (본문 566,56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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