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든 당신
김하인 지음 / 느낌이있는책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출근길 버스에서 읽기 시작한 책을 점심시간에 다시 꺼내들었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끝내는 코를 훌쩍훌쩍, 눈물이 핑~도는 감동을 주체하지 못했다. 개인적으로 나는, 제 아무리 아름답고 슬픈 단어로 구구절절 쓰여진 감동적인 허구 소설이라 할지라도 '실화'만큼의 감동은 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잠이 든 당신>>은 실화를 기초로 쓰여진 작품으로, 이런 고귀하고 아름다운 사랑이 실제 우리 사회에서 있었던 일이라고 생각하니 그 감동이 배가 되어 다가왔다.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의 작품을 통해서 사람은 결국 사랑에 의해서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미루어 짐작하게 된다. 이는 책을 통해서만 얻게 되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다보면 사랑만큼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없음을 종종 느끼게 되는데, 간혹 그 행복이 전부가 아니라는 그릇된 생각을 통해 행복을 만끽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

그래서일까? 표지에 적힌 삶이란 결국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라는 글귀가 가슴에 와닿는다. 이 책을 통해 나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 정말 행복함을 가슴깊이 되새겨본다.

 

진부우체국 집배원인 서른 네살의 석민은 짐을 옮기다 허리를 다쳐, 아내 선영에게 사혈침을 맞고 부황을 뜬 채 누워있었다. 서로 까르르~ 웃으며 행복한 일요일 한 때를 보내던 이들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초등학교 교사인 선영은 가출한 정구의 행방을 알려준 제자의 전화를 받고 정구를 찾으러 계곡으로 나섰다. 석민은 같이 가자했지만, 석민의 몸을 걱정한 선영은 한사코 혼자 다녀오겠단다. 그 후 석민은 함께 나서지 못한 것을 두고두고 후회할 수 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발을 헛디뎌 게곡 아래로 굴러 떨어진 선영이 식물인간 경계선까지 내려오는 심각한 상태가 되었기 때문이다. 석민은 열에 한두케이스 정도만이 의식이 돌아올 수 있다는 희망의 끈을 놓치 않은 채 옆에서 그녀를 기다린다.

석민은 한 눈에 선영에게 반했던 일, 맘에 차지 않는 석민을 반대하던 선영의 가족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사랑해주던 선영과의 과거를 떠올리며, 의식없는 선영에게 자신이 얼마나 사랑하는지, 자신의 목숨까지 두 목숨을 가지고 있는 선영에게 일어날 수 있다는 희망의 목소리를 끊임없이 들려준다.

헌데, 야속하게도 선영의 몸 속에는 선영이 그토록 바라던 아기가 자라고 있었고, 아기는 선영의 목숨을 위태롭게 했다.

석민은 아가에게 하늘로 되돌려 보낼 수 밖에 없는 미안한 속내를 털어놓게 되고, 잠깐의 의식에서 깨어난 선영은 석민의 목소리를 듣게 되고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의사를 표현한다. 그 후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지만 선영의 마음을 읽은 석민은, 선영이가 깨어나기 위해서는 아기가 필요함을 느끼게 된다.

 

- 아가야, 미안해. 너를 태어나지 못하게 해서 이 아빠가...............그래, 아주 많이 미안하단다. 하지만 엄마와 난 너를 아주 많이 기다렸었고 아주 많이 사랑한다는 얘기는 꼭 해주고 싶어. 아빠말 듣고 있니? 그래, 우리 아가, 엄마가 아주 많이 아프긴 해도 이렇게 지금까지 꿋꿋하게 엄마 뱃속에서 정상적으로 잘 자라준 네가 이 아빤 무지무지 사랑스럽다.

 

- 아빤 네 엄마를 생각할 수밖에 없어. 먼저 엄마를 구할 수밖에 없거든. 그, 그러, 그러니까 네가 이해해줘. 흐윽,흐윽,흐으읍.... 못난 이 아빠를 용서해주렴. 그리고 아빠가 죽는 날까지 우리 예쁘고 장한 대견스러운 널 꼭 기억할게. 나중에, 아주 나중에 흑, 흑, 우흡우흡 흡으윽...........내가 죽어 하늘나라 가면 제일 먼저 우리 아가 너한테 무릎을 끓고 아빠를 용서해달라고 빌게. (본문 130,131p)

 

세상에는 간혹 놀라운 일이 일어난다. 언론매체를 통해서 그 놀라운 일을 접하게 되는데, 그 기적은 늘 '사랑'을 통해서 발휘되곤 했다. 선영의 사고와 치유과정 속에서 보여지는 아내에 대한 석민의 사랑이 오롯이 전해져 진한 감동이 전해진다. 그동안 나는 행복의 잣대를 잘 못 생각하고 있었다. 재물, 남편의 권력, 아이들의 성적으로 행복을 판단했다. 우리의 삶은 사랑 속에서 풍성해짐을, 우리의 삶은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서 행복함을 나는 깨닫는다. 선영을 향한 석민의 사랑이 담긴 끊없는 독백 속에서 나는 가슴 뭉클한 감동을 느끼며 사랑하는 이들이 내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기억하고 또 기억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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