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청한 편지가! 시공주니어 문고 2단계 71
황선미 지음, 노인경 그림 / 시공주니어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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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황선미 동화작가의 신작이 출간되었다. <마당을 나온 암탉><나쁜 어린이표><과수원을 점령하라><샘마을 몽당깨비><나온의 숨어있는 방> 등 주옥같은 작품으로 사랑받는 작가이기도 하며, 많은 작품들이 초등추천도서목록에 수록되어 있기도 하다. 그런 탓에 황선미 작가의 신작은 놓칠 수 없다. 이번에 출간된 신작 <<멍청한 편지가!>> 역시 기대한 만큼의 재미를 주는 작품인데, 첫사랑의 풋풋함이 너무 예쁘게 그려진 작품이라, '역시 황선미 작가!'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키가 작아 '헐랭이'라 불리는 동주와 뚱뚱해서 '마뚱'이라 불리는 재영이는 단짝 친구이다. 아홉 살만 지나면 인생이 달라질거라 생각했던 이들은 아홉 살이나 열 살이나 다를 게 없다는 것에 큰 실망을 했다. 아홉 살 때 옷이 초등4학년이 된 지금까지 맞는다는 사실이 동주는 절망스러울 정도다. 그에 반해 유치원에 함께 다니던 울보였지만, 지금은 엉덩이가 다른 애들 허리쯤인 영서는 괴물이 되어 가는 거 같다.  한마디로 동주와 재영이는 체육선생님의 표현에 따라 '불쌍한 몸뚱이'라는 점이다.

다른 초등학교는 다 쉬는 어린이날, 동주네 학교는 학부모까지 초대하는 행사를 하는데, 이번엔 반장인 호진이가 제비뽑기를 잘못하는 바람에 축구를 하게 되었다. 마르고 작은 동주는 축구가 싫다. 그만큼 남자들은 다 선수로 뛰어야 하는 이번 어린이날 행사는 더욱 싫다. 축구 때문에 가출하자는 재영이 역시 고민인가보다.

 

 

 

"한심하고 멍청하긴. 하필 그 따위 자식한테..."

가슴 한쪽이 멍든 것처럼 뻐근하다. 가끔 찌르르한 게 정말로 아픈 것 같기도 하고. (본문 64p)

 

그러던 어느 날, 동주는 잠자리에 들기 전 책가방을 챙기다 가방 밑바닥에 책에 눌려 구겨진 작은 편지를 발견했다. 반짝이는 하트 스티커를 다닥다닥 붙인 봉투를 보자니 가슴이 찌릿하고, 얼굴도 확 뜨거워졌다. 헌데 김이 팍 새는 번지수 잘못 찾은 편지였다. 호진이와 똑같은 가방인 탓에 동주의 가방에 들어간 것이다. 편지에는 영서가 목사인 아빠를 따라 아프리카로 이사는 가는데, 좋아하는 호진이에게 호아줌마네 가게에서 파는 '잠자는 코알라'를 선물받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잘못 전달된 영서의 편지 때문에 동주는 머리가 아프다. 그런데 축구 경기 때문에 호진이와 영서가 다투는 걸보니 괜히 쌤통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어린이 날 행사가 끝나고 영서가 이사가는 날, 동주는 이삿짐 차가 떠나려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가슴이 아팠다.

 

 

이삿짐 차가 떠나려고 하고 있었다. 또다시 속에서 물컹한 게 꾸역꾸역 올라와 목에 걸렸다. 그걸 삼키는데 가슴이 너무 아팠다. 눈물이 나올만큼. (본문 109,110p)

 

열 살이 되자마자 변성기가 확 왔다는 재영이네 사촌 형, 변성기가 온 것인지 목소리가 굵어진 것 같은 호진이, 동주가 1cm 자랄 때 5cm씩 자라는 것 같은 영서. 동주에게 성장이라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이라 생각했던 모양이다. 아홉 살때나 지금이나 외모적으로는 별반 달라진 게 없지만, 동주는 잘못 전달된 편지를 통해서 놀라운 성장을 경험하게 된다. 고자질이나 하고 예쁜 척이나 하는 한심한 여자들이 정말 싫었는데, 처음으로 이성을 좋아하는 감정을 경험하게 된 것이다.

영서가 이사가는 바람에 그 예쁜 사랑이 슬픔으로 막을 내렸지만, 동주는 이성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고, 헤어지는 슬픔까지 겪으면서 훌쩍 커버렸다. 비록 여전히 헐랭이고, 변성기도 오지 않았지만 예전의 동주가 아니다.

 

 

 

잘못된 편지로 인해 이성에 대한 감정을 느껴버린 동주의 성장통이 예쁘고 풋풋하게 그려진 <<멍청한 편지가!>>는 동주의 섬세한 심리 묘사를 통해 우리 아이들이 성장하는 순간을 느껴볼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오늘 넌지시 9살 작은 아이에게 마음에 드는 여자친구가 있는지 물었다. 마치 말도 안된다는 듯이, '아~~~니. 나는 남자친구만 좋아'라고 말하는 아직 어린 아이지만, 이 녀석도 이성에 대한 감정을 느끼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훌쩍 크겠지? 그 순간이 예쁘고 아름답게 다가와 주었으면 좋겠다. 그 놀라운 경험이 내 아이에게 행복한 유년을 보낼 수 있는 활력소가 되어줄테니 말이다.

 

(사진출처: '멍청한 편지가!'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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