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 아렌트가 들려주는 전체주의 이야기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 4
김선욱 지음 / 자음과모음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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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을 유독 까다로워했던 내가 요즘 동화형식을 빌어 철학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려주는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를 읽는 즐거움을 갖게 되었다. <플라톤이 들려주는 이데아 이야기>를 처음 접한 뒤, 마음에 드는 구성에 <<한나 아렌트가 들려주는 전체주의 이야기>>로 세 번째 접하게 되었다. 이 작품은 정치를 다룬 이야기라 조금 어렵지 않을까 싶었는데, 우리가 요즘 자주 접하는 왕따 문제를 비유하여 들려주었기 때문인지 이해하기가 훨씬 수월했던 거 같다.

 

 

 

매달 1일이면 선거를 통해서 반장을 뽑는 호곤이는 이번 달에는 반장이 될 수 있을거라고 잔뜩 기대를 했다가,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선생님이 직접 반장을 지목하고 싶다고 하신 탓에 왕따인 승진이가 반장이 되어 너무 화가 났다. 후줄근한 옷차람에 느릿느릿 어눌한 말투, 게다가 냄새까지나는 승진이가 반장이라니, 호곤이는 선생님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호곤이 뿐만 아니라, 슬범이랑 용수, 성훈, 태섭이 등 친구들 모두 이 심각한 상황에 대책이 필요하다며 열을 올렸다.

잔뜩 화가 나서 집에 도착한 호곤이는 게토에 유대인을 몰아놓고 말살시키려고 하는 영화 <피아니스트>의 한 장면을 보며 훌쩍이고 계시는 엄마와 함께 텔레비전을 보게 되었다. 호곤이는 비침하게 죽는 사람들이 모습이나 승진이가 반장으로 지목된 것 모두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호곤이는 정치철학을 전공한 아빠에게 사람들이 유대인의 학살이 고리대금업으로 돈을 많이 벌어서 오랫동안 미움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알고 있는 점은 바로 반유대주의에 대한 고정관념때문이라는 이야기는 듣게 된다. 이에 호곤이는 승진이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

호곤이는 아빠에게 한나 아렌트와 그녀가 쓴 <전체주의의 기원들>이라는 책에 대한 설명을 듣게 되는데, 유대인의 학살은 유대인들이 정치 활동을 하지 않아서 반유대주의가 생겼고, 그 때문에 끔찍한 학살을 당하게 되었다는 점을 알게 된다.

 

호곤이네 반은 스승의 날 특별 수업으로 호곤이 아빠로부터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다'와 관련된 수업을 받게 되었다.

"사회적 동물이란 말은 사회에서 공동으로 경제적 문제를 해결해 가는 동물이라는 말이 되고, 정치적 동물이란 말은 인간답게 살기 위해 정치에 참여함으로써 자기의 독특한 면을 표현하고, 공동이 생활을 추구하며 살아간다는 뜻이지요." (본문 70p)

 

반장이 된 승진이는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을 보였지만, 여전히 반 친구들은 승진이를 무시하고 따돌렸다. 호곤이는 아빠로부터 한나 아렌트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이후부터 처음 승진이에게 화가 났던 것과 달리, 지금 자신과 친구들의 모습이 잘 못 되었음을 조금씩 느끼게 되는데, 왕따를 당하는 승진이를 위해 담임 선생님은 호곤이 아빠에게 또 한번의 특별 수업을 요청한다.

호곤이 아빠는 유명한 여성 정치사상가인 한나 아렌트와 유대인 학살 전문가였던 아이히만의 이야기를 통해 전체주의에 대해 들려주게 된다.

 

"아이히만의 문제는 자기가 해야 할 일에는 충실했지만 자기가 하는 일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를 생각하지 않았던 데 있어요. 왜냐하면 아까 말했듯이 전체주의 국가였던 나치스 독일은 개인이 기핑 생각에 잠겨서 독자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지 못하도록 사회 분위기를 만들었지요. 어쨌든 국가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개인의 생각 같은 건 중요하지 않으니까요." (본문 144,145p)

 

"정리하자면 한나 아렌트가 말한 진정한 정치 활동은 개인이 가지고 잇는 다양성을 인정하고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도록 여러 사람이 자발적으로 함께 힘을 모아 행동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본문 151p)

 

 

 

정치라고 하면 나와는-특히 독자 어린이들에게는- 무과한 일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우리는 일상을 살아가면서 많은 부분에서 정치에 가담하고 있다고 해야할 것이다. 왕따와 맞물려 전하는 유대인의 학살과 한나 아렌트의 전체주의 이야기는 어린이들에게 이해하기 쉽게 다가온다. 학급 회의를 하면서 서로의 의견 충돌로 인해 제대로 된 회의가 진행되지 못하는 모습은 아이들에게 충분한 공감을 이끌면서 다양한 환경과 개성을 갖고 있는 서로 다른 사람들을 인정해야함을 잘 설명하고 있는데, 요즘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왕따 문제에 한나 아렌트의 전체주의는 더 의미있게 다가올 듯 싶다.

 

<<한나 아렌트가 들려주는 전체주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어려운 이야기를 이렇게 쉽게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 참으로 놀라웠는데, 이는 승진이와 유대인, 호곤이와 그의 친구들과 아이히만의 이야기가 적절하게 잘 비유가 되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아이들의 이야기와 맞물려 소개한 한나 아렌트의 사상이 재미있고 이해하기 쉽게 잘 수록되어 마음에 쏙~ 드는 작품이다.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보다 더 쉽게 철학 이야기를 풀어낸 책은 아마 없으리라.

 

(사진출처: '한나 아렌트가 들려주는 전체주의 이야기'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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