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청춘 목록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1
박상률 지음 / 자음과모음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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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아이는 학교에서 친구들과 있었던 이야기들을 쏟아낸다. 요즘 청소년들은 학교, 친구 이야기를 잘 안한다고 하는데, 우리 아이는 아직은 조잘조잘 잘 얘기해주는 편이다. 이야기를 듣다보면, 친구들이 엄마인 내 맘에 맞딱치가 않다. 형광색 양말을 짝짝이로 신고 등교하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수학 시험에서 4점 맞은 친구, 길거리에서 남학생에게 번호 따였다고 자랑하는 친구 등을 이야기 할때면 으레 내 인상은 굳어진다. 아이들의 외모, 성적에서 이미 나는 그들을 불량한 친구들로 선을 그어놓고, 이왕이면 내 딸이 자신보다 좀더 나은 친구들을 만나기를 바란다. 그런데 외모로 그들을 불량한 친구로 선을 긋는 나의 잣대는 과연 옳은걸까? 사실 나는 옳지 않음을 너무도 잘 알면서도 어김없이 또 오류를 범한다. 모범생과 불량학생의 차이는 그다지 크지 않다. 단지 표출의 차이일 뿐.

<<불량청춘 목록>>에는 모범생과 누가봐도 딱~!! 불량한 학생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그들 모두 미래에 대한 불안함과 두려움을 서로 다르게 표현하고 있을 뿐임을 느낄 수 있었다.

 

반장인 진식이는 덩치도 크고, 공부도 잘하는데다, 태권도부터 유도까지 웬만한 운동은 다 섭렵하기까지 한 탓에 누구도 진식이를 건들지 않는다. 반면 진식이네 가족과 인연이 있어 서울에서 전학을 온 현우는 일명 버섯즙 패거리들의 표적이 되었다. 중학생 시절 왕따 경험이 있는 현우는 패거리들의 횡포에 무던히 넘어가지만, 현우를 보호하겠다는 강박감을 가진 진식이는 패거리들을 응징(?)하게 되면서, 그들에게 눈엣가시가 된다.

패거리들의 우두머리 격인 형근이는 진식이를 손봐주려고 하지만, 번번히 진식이의 노련함에 일이 틀어지고 만다.

지식이의 아버지는 주먹은 한 번도 쓰지 않으면서도 읍내 어깨부대들의 큰 형님인 '불곰'으로 팔뚝에 새겨진 '차카게 살자'라는 문신처럼 구두닦이를 하면서 착하게 살고 있지만, 진식이는 그런 아버지가 완벽한 존재로 느껴지면서도 자신이 대신 주먹을 씻어야 한다고 느끼곤 한다. 현우를 보호하려던 과정에서 패거리들과의 여러 차례 다툼이 있어 주먹을 써야했던 진식이는 손을 씻어야하는 결벽증을 갖게 되는데, 자신의 마음 속에 불량함이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두려움을 때문이었다.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닦아도 시원해지지 않는 손. 손을 닦고 싶다. 더러운 것, 좋지 않은 것은 모두 손을 통해 들어오는 것만 같았다. 그러니 틈만 나면 손을 깨끗이 하고 싶다. 손이 깨끗해야 착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무래도 자신의 불량기는 손안에 들어 있는 것 같았다.

습관은 제2의 천성이라 하지 않던가. 어떤 경우든 착한 습관을 들이자.....그러기 위해선 손을 닦아야 한다. 손을 잘 닦는 습관을 들여야 본능적으로 착해질 수 있다. (본문 103p)

 

모범생인 진식이는 착하게 살기 위해 무던히 노력하는 반면, 패거리들은 자신의 본성을 그대로 표출한다. 매번 진식이를 응징하려던 일이 수포로 돌아가고, 살인미수라는 죄값을 물어야 하지만 진식이 아버지로 인해 조금씩 달라지는 듯 보이는 형근이의 모습을 보면, 불량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은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구분되어지는가 보다.

 

형근이는 더 할 말이 없었다. 자신의 주먹은 진식이 부자의 것하곤 비교도 되지 않는다. 그래도 한때는 주먹으로 먹고 살고 싶었다. 그런데 이제 그 꿈은 접어야 할지도 모른다. 강적을 만나도 너무나 센 강적을 만났다. 진식이 아버지 말마따나 '살인미수자, 아니 살인자'가 되지 않으려면 '착하게' 사는 수밖에. (본문 218p)

 

이 작품에서 가장 인상깊은 캐릭터는 뭐니뭐니해도 진식이의 아버지인 '불곰'이다. 어깨부대들의 형님이었을 때도 죄를 짓지 않았으며, 선량한 시민을 약탈하는 일을 하지 않은 채 구두닦이를 하며 생활비를 벌었다는 점과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는 점 또한 특이하지만, 그는 지랄탄 선생님이나 형근이의 아버지처럼 형근이를 타박하지 않았다. 패거리들을 보며 아무도 희망을 이야기해주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앞길이 구만리 같은 아이들이라 했으며, 자신의 아들을 해코지한 아이를 받아들였다. 그들의 내면을 보았기에 그들을 밀어내지 않았던 불곰을 보면서 아이들의 미래에 불을 밝혀주는 어른의 모습을 엿보게 되었다. 지랄탄 선생이나 형근이 아버지를 보면서 인상을 찌푸렸지만, 그들에게서 나의 모습을 본 듯 하여 자책감도 가져본다.

 

<<불량청춘 목록>>은 바다를 보면서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게 된 진식, 불곰을 통해서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 형근과 그의 패거리들, 그리고 은빈이와 함께 자신의 미래를 개척해가는 현우는 우리 청소년들에게 자아를 성찰하는 기회를 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불량한 모습이 너무도 리얼하게 묘사되어 사실 조금 무섭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점점 엇나가는 아이들에게 불곰처럼 힘이 되어줄 수 있는 어른들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안타까운 마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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