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둥이 강민우 저학년을 위한 꼬마도서관 7
김혜리 지음, 심윤정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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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삽화를 보니 민우는 아직 어리기만 한 꼬마녀석같은데, 왜 바람둥이가 되었을까? 책 제목만으로도 피식 웃음이 나면서, 이야기가 궁금해져 얼른 책을 펼쳐보았다. 책을 읽다보니 예전에 흥행했던 영화 <어린 신부>가 떠오른다. 영화는 할아버지의 명령에 결혼하게 된 주인공의 알콩달콩 러브스토리였는데, <<바람둥이 강민우>>는 할아버지에 의해 신붓감을 고르는 민우를 통해서 가족의 의미를 되찾아보는 이야기다. 닮은 듯 하지만 또 다른 두 작품은 전혀 다른 주제를 가지고 있지만, 유쾌함 속에서 그려낸 진솔함은 많이 닮은 듯 싶다.

 

얼마 전까지만해도 9살짜리 아들녀석은 결혼 안하고 엄마와 산다고 하더니, 불과 며칠사이에 마음이 바뀌었다. 우리 집의 역사가 끊기지 않으려면 아무래도 후손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결혼을 해야한다나 머라나. 아들의 진지한 결혼 이야기에 괜시리 웃음이 났지만, 나 또한 진지하게 들어주었다. 결국 아직은 이른 관계로 고등학생이 되면 다시 생각해보아야겠다며 진지하게 결론을 낸 아들의 이야기에 웃음보가 터졌다. 귀엽기도 하면서, 결혼에 대해 생각해보는 아이의 모습 속에서 또 한뼘 자랐구나, 싶은 생각도 해보았다. 이런 일이 있었던 차에 <<바람둥이 강민우>>를 읽어보게 되었으니, 나에게는 더 재미있는 이야기로 다가왔다.

 

"민우야, 넌 고등학교 졸업하면 바로 장가가라. 준비는 내가 다 해 놨으니까 지금부터 맘에 드는 색싯감을 찾아봐라!" (본문 9p)

 

 

 

민우가 어린이집을 다닐 때부터 할아버지는 이런 말씀을 하셨고, 민우는 옆집에 사는 경미를 신붓감으로 점찍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날, 민우는 경미와 고등학교 졸업하면 결혼하기로 약속을 했지만 경미는 1학년도 다 마치지 않고 서울로 전학을 가게 되었다. 서랍장에는 경미에게 사주려고 넣어둔 용돈이 할아버지가 아프거나, 죽게 되었을 때 꺼내서 큰아빠에게 큰 소리로 읽어주라는 편지와 함께 남아있을 뿐이었다.

민우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무렵, 엄마와 아빠는 이곳 해이도 섬을 떠났다. 돈 벌어서 민우 방이라도 얻게 되면 그때 데려가기로 하고, 민우는 이 섬에 남아서 할아버지, 할머니와 살게 된 것이다.

경미가 그렇게 서울로 떠나게 되자, 민우는 엄마 아빠가 있는 육지로 가고만 싶어졌다.

 

 

그런 민우에게 새로운 색싯감이 생겼다. 민우보다 나이가 많은 5학년 민주 누나인데, 육지로 도망간 엄마를 기다리느라 산착장에서 바다를 보고 서 있는 모습에서 민우는 동질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친구들의 놀림, 육지에 있는 엄마한테 간 민주 누나와의 헤어짐으로 인해 민우는 또 한번의 성장통을 겪게 되지만, 자신의 든든한 지원군이자 버팀목이었던 할아버지의 죽음은 민우에게 더 큰 아픔을 겪게 된다. 민우의 맘을 아는 할머니는 민우가 엄마 아빠와 살 수 있도록 경제적인 도움을 주게 되지만, 경미가 다시 섬으로 돌아온다는 말에 민우는 할머니와 섬에서 살기로 결심하게 된다.

 

 

 

어린 민우에게 색싯감을 얻으라는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엉뚱하면서도 재미있는 소재로 담겨져 있지만, 이 작품에는 유쾌함 속에 가슴찡한 가족애를 담아내고 있다. 육지로 도망간 엄마를 기다리는 민주 누나, 아빠 엄마와 함께 살고 싶은 민우의 마음, 삶의 터전이 되어준 섬에서 오순도순 살고싶은 할아버지, 할머니의 마음 등이 고스란히 녹아있기 때문이다.

반면, 할아버지의 유언장으로 큰아빠와 형제들 사이에 작은 소동이 일어난다. 배 세 척과 집 그리고 동산, 밭을 가지고 있었던 할아버지의 재산에 대한 분쟁에 관한 소동은 가족의 어긋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 분쟁을 어린 민우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는데, 이를 통해서 가족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시골이나 섬에는 이제 연세가 지긋하신 할아버지, 할머니들만 남아 고향을 지키고 계신다고 한다. 젊은 사람들은 너도나도 서울로, 대도시로 이동한 탓인데, 대도시에서 자신의 역량을 펼쳐보이는 것을 탓할 수는 없지만, 소외되어가는 고향의 모습을 보는 듯 하여 민우에게 남긴 유언에 큰 의미를 내포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민우를 보내기로 한 할머니가 할아버지의 영정사진 앞에서 중얼거리시는 모습이 왠지 짠하다. 점점 핵가족화가 되어가면서 혼자 쓸쓸히 고향을 지키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바람둥이 강민우>>는 유쾌함 속에 가족애를 다룬 재미, 감동을 두루 갖춘 작품으로 아픔을 겪으면서 한걸음 한걸음 성장해가는 민우의 성장통도 눈여겨 볼만한 작품이다.

 

(사진출처: '바람둥이 강민우'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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