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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섬 ㅣ 클래식 보물창고 3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민예령 옮김, 노먼 프라이스 그림 / 보물창고 / 2012년 6월
평점 :
어린시절 즐겨읽던 명작을 두 아이를 키우면서 다시 읽게되는 것은 추억과 동심을 되찾게 하는 즐거움도 있고, 예전에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의미를 알아가는 즐거움도 있지만, 무엇보다 오랜시간이 지나도 변치않는 고전이 주는 감동, 고전의 힘을 느끼는 놀라움이 가장 크다. 1800년대 후반 작품이 세기를 넘어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으며, 독자 연령에 따라 새로운 느낌을 준다는 것이 너무도 신비롭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통해 <클래식 보물창고>를 처음 접하면서 이 시리즈에 대한 큰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첫째는 고전이 가진 본연의 느낌을 제대로 살린 완역본이라는 점이 좋았으며, 둘째는 역자 해설을 통해 독자들에게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의미와 작품의 배경 등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9살 아들녀석은 집 곳곳에 물건을 숨기고, 보물지도를 그려 해적놀이를 하는 것을 좋아한다. 손수 그린 집 설계도면 곳곳에는 X 표시가 된 물건들이 숨겨져 있다. 어른이 보기에는 뻔한 지도이지만 너무 쉽게 찾으면 큰일난다. 반대로 내가 보물을 숨겨야할 때는 아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또 큰일난다. 이 보물찾기는 아들의 아이디어로 시작된 놀이인데, <<보물섬>> 또한 저자가 의붓아들인 로이드와 지도를 그리며 놀다가 떠올린 아이디어라고 하니, 상상력의 시작이 그리 먼 곳에 있는 것만은 아닌가 보다. <<보물섬>>은 어린시절 TV 만화영화로 시청했던 기억이 난다. 요즘 고전을 자주 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을 다시 만나게 된 것은 실로 오랜만이다. 이미 전반적인 내용을 다 알고 있지만, 읽을때마다 새로운 느낌을 주는 터라, 요즘 고전을 읽는 재미에 푹 빠져있는데, <<보물섬>>은 마치 처음 읽는 작품인냥 짐의 모험에 가슴을 졸이며 읽었다.
특히 짐이 키다리 존 실버를 '벤보 제독 여관'에서 빌이 말했던 '외다리 뱃사람'과 동일 인물임을 알지 못했을 때는 괜시리 답답하기 까지 했으니, 내가 얼마나 이들의 모험에 푹 빠져있었는지 짐작하고도 남을 것이다.
자본주의의 노예가 된 요즘, 돈 앞에 장사없다라는 말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점점 흉악해지는 세상은 돈 때문에 부모형제, 친구를 속이고, 살해하는 지경까지 이르렀으니, 인간의 삶은 사랑, 꿈이 아닌 돈이 전부가 되어버렸다. 돈 앞에서는 선과 악은 종이 한장 차이가 되어버리곤 하는데, <<보물섬>>은 바로 그런 인간의 본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주인공 짐 호킨스는 정직하고, 의리있는 용감한 인물로 묘사되고 있다. 특히 빌이 죽은 뒤에 가방에 있던 금화를 가져도 좋았을 상황에서 외상값만을 계산하는 어머니의 모습은 보물 앞에서 온갖 탐욕을 갖는 이들과 상당히 대조적이다.
"이 악당들에게 내가 정직한 여인이라는 것을 보여줄 텐다. 내 몫만 가지고 단 한 푼도 더 갖지 않을 테야." (본문 47p)
특히 저자는 짐, 의사인 리브시 선생님 그리고 선장 스몰릿 선장 그리고 해적을 선과 악으로 나누어 놓았으며, 전형적인 권선징악의 결론을 그대로 보여주었는데, 해적들의 노랫말 중 '나머지는 술과 악마에게 맡기고 왔다'(본문 334p) 는 이 모든 이야기가 함축되어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결국 악과 더불어 술은 인간의 삶을 피폐하게 하는 가장 큰 이유가 되는 것이다.
어린시절 만화영화로 보았던 <<보물섬>>은 보물을 찾기 위한 모험이 전부였지만, 어른이 되어 읽는 <<보물섬>>에는 자본주의의 병폐로 몸살을 앓고 있는 현재의 모습을 보게 되고, 인간이 가지고 있는 선과 악의 양면성도 보게 되었다. 이런 사회적인 문제점이 해적, 모험, 보물찾기라는 상상력 가득한 이야기 속에 숨겨놓았다는 것이 굉장히 놀랍다.
<<보물섬>>의 짐은 용감하고 의리있는 인물로 묘사되고 있는데, 짐이 거친 바다를 항해하고 많은 금을 얻을 수 있었던 것처럼, 우리 아이들이 성장하는 동안 거친 파도를 만나게 될지라도 짐처럼 용기있고, 정직하게 헤쳐나아간다면 분명 원하는 결실을 얻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렇듯 이 작품은 독자 연령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이것이 바로 고전의 매력, 힘이라 할 수 있으리라.
<클래식 보물창고>로 읽어 본 <<보물섬>>은 묘사가 탁월했기에, 책을 읽는 동안은 마치 히스파뇰라호의 훌륭한 범선에 함께 탑승한 듯한 실감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사진출처: '보물섬' 본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