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이면 예쁘고 행복하게 - 스물아홉에 세 아이 엄마가 된 황규림의 다이어트 에세이
황규림 지음 / 이지북 / 2012년 5월
평점 :
품절


여자라면 한 번 즈음 다이어트를 시도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결혼 전에도 몇 차례 다이어트를 시도했지만, 제대로 성공한 적은 한 번도 없다. 하물며 결혼 후 두 아이를 키우면서 시도한 다이어트가 성공했을리 만무하다.

고백하자면, 작년 이맘때 즈음 또 한 번의 다이어트를 시도했다. 저자 황규림처럼 탄수화물은 먹지 않고, 닭가슴살과 달걀 위주로 2주 정도 식단을 조절하였지만, 끝내는 포기하고 말았다.

이유인 즉, 아이들을 키우면서 다이어트를 한다는 것은 애당초 무리였다는 것과 직장 생활로 바빠서 운동할 시간이 없었다는 게 나의 그럴싸할 포기 사유였다.

얼마 전, 거울 속의 내 모습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조금씩 조금씩 찌기 시작한 뱃살이 이제는 감당하기 버거운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다이어트를 다시 시작해야겠다고 다짐하고 있을 무렵, 개그맨 정종철의 아내 황규림이 쓴 <<이왕이면 예쁘고 행복하게>> 책을 보게 되었다.

지난 달부터 다이어트를 해야겠다는 결심은 했지만, 귀찮음증과 나도 모르게 내 몸을 인정해버린 의지 속에서 아직 실천에 옮기지 못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결심을 굳히는 계기가 되었다.

 

연예인이 쓴 책을 보면 으레 선입견을 가지고 보게 되는데, 이 책을 보면서 으레 남편 정종철의 다이어트 쇼핑몰을 홍보하기 위한 책자가 아닐까, 라는 생각으로 괜히 심사를 한 번 꼬아 보게된다. 아니나 다를까, 저자 황규림이 주식 대용으로 먹는 제품이 이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것을 알게 되면서 꼬인 심사를 더 배배 꼬아보게 되었다. 그런데 아뿔사~!! 선입견을 두고 본 책이었는데, 이 책 정말 너무 괜찮다. 주부라는 공감대가 형성되니 어느 새 나도 모르게 책에 몰입하여 읽고 있는 게 아닌가. 24세에 큰 아이를 낳고 육아로 인해 산후우울증을 경험해보았고, 어느 새 여자가 아닌 아줌마가 되어가는 내 모습에 속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둘째 아이를 낳고 빠지지않는 살과 점점 푸석해지는 피부, 전혀 가꾸지 않은 채 완전 리얼 내추럴한 모습이 비춰진 거울을 보고 경악하고 우울해한 적이 다반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저런 핑계로 나를 가꾸지 못한 채 15년 째, 이 모습을 고수하고 있다.

저자 역시 결혼과 임신, 출산의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익숙해지고 변해가야 할 여자의 삶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해 먹는 일로 스트레스를 풀면서 결국 스스로를 망치는 지름길을 달리고 달렸다. 그러나 저자는 이제 자신에 대한 사랑을 보여주는 길에 들어섰다.

 

그래도 후회는 없습니다. 누구에게나 과도기는 한 번쯤 찾아오는 법이고, 무언가에 익숙해지거나 자신의 길을 찾는 데는 그만한 대가가 따르는 거니까요. 멀리 돌아온 것 같기는 하지만 그런 시간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 거겠지요.....다이어트도 결국에는 나를 돌아보고, 나를 다스리고, 잃었던 나를 다시 만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구에게 자랑하기 위해, 혹은 남 보기 좋으라고 하는 게 아니라 오롯이 나 자신에 대한 사랑을 보여주는 일인 셈이지요. (본문 13,14p)

 

 

 

 

첫 아이를 임신하기 전만 해도 53kg이었던 저자의 몸무게는 셋째를 출산 후에 87kg으로 늘었다. 이제 저자는 몸짱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평범한 대한민국 표준 사이즈가 되기 위해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항상 예측 불가능한 변수가 되는 아이들, 경제적인 면, 식탐과 굳이 변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라는 생각에서 오는 의지 부족으로 다이어트를 못하는 이유는 저자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아줌마들이 공감할 이유일 게다. 하지만 그녀는 건강한 엄마가 되기 위한 다이어트를 시작했고, 그렇게 시작한 다이어트하는 3개월간의 과정을 일기로 기록했다. 읽다보면 공감하게 되고, 나도 시작할 수 있다는 의지가 불끈 생기게 된다.

그동안은 다이어트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아가며 힘겨운 다이어트를 했었는데, 저자는 돈 안들이고 천천히, 조금씩, 일상 속에서 무리 없이 실천할 수 있는 다이어트를 시도, 기본적인 룰만 지키고 그저 포기하지 않은 채 꾸준히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택했다.

어느 날은 열심히 실천한 자신에게 칭찬하고, 어느 날은 먹고 싶은 마음에 침을 꼴깍 삼키고, 때로는 과식으로 후회하는 저자의 심경이 책 속에 오롯이 담겨져 있다. 누구나 공감할 이야기들, 그래서 결국은 포기하고 말았던 다이어트였는데, 저자는 다시 힘을 내고, 하루를 자신을 위해 투자했다.

 

웬만큼만 먹으려던 것이 먹다 보니 어느새 심하게 먹은 것 같다. 아, 이 찝찝한 기분! 다이어트를 하면서 제일 중요한 게 식습관인데.....집에 와서 몸무게를 재보니 역시나 70.kg. 망했다. 반 협박으로 애들 재우고 운동을 갔다 오기로 마음 먹었다. 아자아자, 파이팅! 황규림, 넌 할 수 있어!!! (본문 75p)

 

별 탈 없이 하루를 보내고 몸무게를 재보니 이게 웬일이야. 59.2kg? 지난 5년간 내 몸무게가 5로 시작한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아, 종띠를리는 언제 집에 오나. 빨리 자랑하고 싶어 온몸이 근질근질거린다. (본문 151p)

 

   

 

종띠를리는 저자 황규림이 남편 정종철을 부르는 애칭이다. 책 속에는 재미있는 개그맨 정종철에서 몸짱 정종철로 거듭난 '정띠를리 정종철의 한마디'가 수록되어 있는데, 다이어트를 결심한 나에게 많은 지침이 되어주었다. 오늘 폭풍 식사를 하면서 '다음 주부터 다이어트 시작!'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결심을 한 나이지만, 아줌마라는 공통분모로 공감대를 형성하며 다가온 저자의 책을 통해서 나도 이왕이면 예쁘고 행복하게 살아보고 싶어졌다. 늘 나잇살이라며 스스로를 위안하던 나에게 기분 좋은 긴장감이 생긴 듯 하다. 그동안 접해왔던 다이어트 책보다 더 큰 용기를 선물해 준 책이라, 그 어떤 다이어트 책보다 큰 효과를 줄 거 같은 기대감에 왠지 마음이 들뜬다.

 

다이어트를 하면서 깨달은 것은 사람이 일을 하거나 주식을 하거나 부동산을 할 때는 아무리 열심히 투자를 해도 흥하고 망하는 게 있는데 내 몸에 투자를 하는 건 망할 일이 없다는 거예요. 내 인생의 주인공을 나거든요. 그런데 그 인생의 단 하루, 단 한 시간도 나를 위해 투자할 수 없다고 한다면 그건 너무 서글프잖아요. 인생을 즐겁게, 열심히 살려면 몸이 있어야 한다고요. 그런데 그 몸에 왜 투자를 안 해요? (본문 55p)

 

 

 

몸짱 같은 거 개나 줘라. 나는 그저 보통 55나 66 사이즈를 유지하는 평범한 대한민국 표준 사이즈가 되고 싶을 뿐이다. (본문 127p)

 

(사진출처: '이왕이면 예쁘고 행복하게'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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