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일곱 살, 펑 터질 것 같은
멜리나 마체타 지음, 공경희 옮김 / 책그릇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책 제목이 나를 이 책으로 이끌었다. 이제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열일곱 살 무렵을 떠올리면 나는 여전히 터질 듯했던 그 때의 변화무쌍했던 시절의 감정을 고스란히 껴안게 된다. 그 시절의 나는, 나의 의지가 아닌 부모의 의지로 인해 미래가 결정되어졌고, 나는 그 틀에 맞추어야 했는데, 지금이야 내 인생을 내 스스로 결정하지 못한 나에 대한 질책이 더 크지만 그 당시는 부모에 대한 원망이 컸다. 나의 생각과 맞지 않았던 엄마와 늘 최선을 다하셨지만 그 사실을 너무도 몰랐던 나는 아빠의 무능력함을 탓하기만 했다. 그때의 나는, 내 주위의 모든 것에 대해 참을 수 없어했지만, 주인공 조세핀처럼 온몸으로 부딪쳐보지 못했다. 그것이 나의 삶에서 가장 후회되는 부분이다. 왜 나는 청춘의 아픔을 만끽하지 못했던가.

지금 열일곱 살을 보내고 있는 청소년들도 예전의 나처럼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들을 참을 수 없어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혹 참을 수 없다면 조세핀처럼 온몸으로 부딪쳐 거침없이 나아가보기를 권한다. 조세핀과 그들을 둘러싼 이야기는 청춘이 주는 아픔과 열정을 온전히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지금을 살아가는 열일곱 살의 아이들을 보면 우리와 달리, 더 감정적이기도 하고 더 열정적이기도 한, 그래서 마치 폭탄과도 같은 존재같다. 정말 펑~!! 하고 터질 것 같은 다양한 감정을 내포하고 있는데다, 사회의 시선이나 관습 따위는 신경쓰지 않는다. 금방 불이 붙어 터질 듯 싶다가도, 너무도 쉽게 식어버리는 그들이 가진 감정은 언제 터질지 모를 위험도 있지만, 그들을 편견없는 시선으로 본다면 그들 안에 그만큼의 열정도 있음을 볼 수 있다.

 

<<열일곱 살, 펑 터질 것 같은>>의 주인공 조세핀 알리브란디는 현재를 살아가는 열일곱 살의 청소년들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다.

호주에서 이탈리안 이민 2.5세로 태어난 조세핀은 전통이 강한 이탈리아인으로 살아가면서 사회의 따가운 시선을 받아내야했다. 더군다나 미혼모의 딸이라는 점 때문에 조세핀은 차별과 편견에 시달려야했는데, 그렇다고 해서 집이 조세핀의 따뜻한 울타리가 되어준 것은 아니었다. 잔소리가 심한 할머니는 엄마 크리스티나 알리브란디에게도 잔소리가 심한 탓에 할머니와 엄마의 다툼은 끝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세핀이 자신의 딸처럼 되지 않기를 바라는 할머니의 잔소리는 더욱 조세핀을 힘겹게 했고, 할머니와 있는 단둘만의 시간을 조세핀은 못 견뎌했다. 엄마는 조세핀으로 인해 인생을 헛되었다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지만, 엄마 마음을 아프게 할까 봐 조세핀은 미혼모의 딸이라는 사실을 표현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와 조세핀의 사이는 평온했지만, 갑자기 나타난 얼굴도 몰랐던 아빠의 등장으로 두 모녀는 혼란스러워한다.

아빠 마이클은 생각지도 않았던 딸 조세핀으로 인해 인생이 복잡해지고, 꼬이는 것을 원치 않았고, 조세핀 역시 엄마가 상처를 받게 될 것에 대한 걱정으로 자신의 삶 근처에 얼씬대지 않는다는 약속을 하지만, 그들의 약속은 현실적이지 못했고 그들은 서로의 삶에 조금씩 다가가기 시작한다.

아빠와의 만남 뿐만 아니라 할머니에 대한 반감이 강했던 조세핀은 할머니가 열일곱 살이었던 40년 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할머니를 조금씩 이해하게 되고, 자유분방한 성격을 가진 제이콥과 사랑에 빠지면서 열일곱 살의 조세핀의 삶은 소용돌이 치기 시작한다.

 

조세핀의 감정은 굉장히 격정적인데, 금새 푸르르 화를 냈다가도, 금새 화를 풀어내기도 한다. 조세핀 뿐만 아니라 제이콥 역시 그런 감정적인 변화를 주고 있는데, 열일곱 살 청춘들의 감정적인 부분을 잘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와 달리 처음 조세핀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존 바턴은 이들과는 좀 다른 청춘을 보여주는 인물로, 격정적인 요즘 청춘과는 다른 내면의 갈등을 풀어내지 못하는 또다른 청춘의 모습을 보여준다. 부모의 커다란 기대 때문에 늘 힘겨워하는 존 바턴은 (마치 예전의 내 모습을 보는 듯한) 그 힘겨움 끝에 완전한 자유를 얻기 위해 죽음을 택하고 마는데, 그는 현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아픔을 여과없이 보여주었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힘겨운 상황 속에서 조세핀이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그녀를 사랑하는 가족들 때문이었다. 엄마와 자신에 대한 할머니의 질책이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는지를 알게 된 조세핀은 할머니와의 대화를 통해서 그녀를 이해하게 되고, 이민자라는 자신을 향한 편견과 선입견을 고스란히 받아들이는 듯 보였고, 열여섯 살이었던 엄마와 아빠의 사랑을 이해하게 되면서 그들을 향한 분노 역시 사랑으로 바뀐다.  또한 처음 사랑을 하고, 섹스를 생각해야 했으며, 처음으로 이별의 아픔을 겪어야 했던 열일곱 살의 조세핀의 한해는 정말 롤러코스터와도 같았다. 그러나 그 힘들었던 시간을 보냈던 조세핀은 자신에게 멋진 일이 일어났던 한 해로 회상한다.

 

내가 -알리브란디의 피를 받지 않았고, 샌드포드였었야 하며, 쿠트가 되지못할 -조세핀 안드레티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문제는 내가 나를 누구라고 느끼는가이다. (본문 395p)

 

<<열일곱 살, 펑 터질 것 같은>>은 열일곱살 소녀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 것 외에도, 관습, 가족과의 관계, 미래에 대한 꿈과 계획 그리고 친구와의 갈등 뿐만 아니라 성에 관한 이야기도 서슴치 않게 묘사한다.

할머니, 엄마, 그리고 조세핀 세 모녀의 이야기는 우리가 가족 사이에서 느낄 수 있는 갈등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든다. 관습에 얽매어 살아가는 세대인 할머니, 그 관습을 조금씩 탈피하려고 애쓰던 시대인 엄마, 그리고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세대인 조세핀의 갈등은 우리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며, 필수불가결한 일이다. 관습을 바라보는 차이는 상당한 갈등을 가져오는데, 이들이 서로의 갈등을 풀어가는 과정을 통해서 진정한 갈등은 '소통'을 통해서 풀어낼 수 있음을 다시한번 인지하게 된다.

청소년들의 성장 속에 어른들의 모습은 성장의 자양분을 주는 요소가 되기에, 우리가 그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다가가느냐는 상당히 중요한 부분임을 느꼈다.

 

참을성 있게 앉아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가 얼마나 많이 변했는지 깨달았다. 1년 전만 해도 지루해서 죽을 지경이었을 텐데. 또 할머니에 대한 예전 감정 때문에 모든 이야기를 무시해 버렸을 텐데. 이제 나는 감정이 변하고 있으며, 우리 관계가 꽤 좋아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한다. (본문 301p)

 

또한 조세핀이 가졌던 이민자의 고통은 현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이주자, 그리고 다문화가족이 늘어나는 요즘 우리 사회 속에서 그들을 향한 따가운 시선과 편견은 그들의 삶에 또 하나의 고통을 주는 것이다. 이주자였기에 받아야 할 고통이 조세핀의 삶에 어떤 영향을 가져왔는지 이 책에 잘 드러나있다.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 그리고 우리의 시선으로 움츠려드는 그들에게 조세핀은 많은 부분을 전하고 있는 셈이다.

 

아픔은 성장할 수 있는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다. 그 아픔을 온몸으로, 열정으로 부딪쳐낸다면 청춘은 더욱 아름답게 빛날 수 있음을 조세핀을 통해서 나는 보았다. 그것이 청소년들에게도 큰 힘이 되어주리라는 것을 나는 믿어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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