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의 부름
기욤 뮈소 지음, 전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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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로맨틱 코미디를, 소설은 로맨스 소설을 좋아하는 내게 달달한 기욤 뮈소의 작품은 안성맞춤이다. 처음 <사랑하기 때문에>를 읽고 기욤 뮈소의 작품에 푹 빠지게 되었데, 그 후로 연이어 기욤 뮈소의 작품을 찾아 읽었다. 그의 몇몇 작품은 판타지를 가미하여 환상적인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비현실적인 로맨스가 살짝 현실과의 괴리감을 주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욤 뮈소의 작품은 빠른 전개와 생각하지 못했던 반전, 뛰어난 영상미로 인해 굉장한 흡입력을 가지고 있기에, 출간하는 작품마다 베스트셀러의 자리에 오르고, 끊임없이 사랑받는 것은 아닐까 싶다. 이번 <<천사의 부름>>은 현실과의 괴리감이나 판타지가 전혀 가미되지 않는 지극히 현실 속에서 이루어지는 로맨스를 담아내고 있는데, 이 책에서는 스릴러를 담뿍 담아내어 그동안 읽어왔던 작품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주고 있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 버스 안에서 혹은 길을 걸으면서 전화통화는 기본이고, 책 읽기나 음악감상, 영화 감상, 게임, 인터넷 검색 등 스마트폰으로 다양한 것을 추구하고 있다. 한시도 손에서 놓을 수 없는 휴대폰은 이제 몸의 일부가 되어버렸는데, 간혹 분실로 인한 걱정과 불안을 겪기도 한다. 단순히 전화 통화만 했던 것에서 벗어나, 이제 자신의 많은 것들을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프롤로그에는 휴대폰을 처음 사용하고, 휴대폰의 중독 증세를 나타내다가 분실로 인해서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것으로 시작하고 있다. 어릴 때 가슴에 꼭 껴안고 자던 곰 인형처럼 휴대폰은 이제 당신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죠.(본문 10p)라는 말에 누구나 공감하지 않을까?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잡은 휴대폰이 다른 누군가의 손에 들어가게 된다면 나는 어떤 마음이 들까? 혹여 내가 타인의 휴대폰을 갖게 된다면 나는 어떤 마음이 들까? 아마 타인의 휴대폰에 대한 호기심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을 막지 못하리라.

 

크리스마스 일주일 전, 뉴욕 JFK 공항.

라파엘의 청혼을 받은 매들린은 휴대폰으로 단짝 친구인 줄리앤과 통화중이었다. 아들 찰리와 재회한 조나단은 북적이는 식당안에서 자리를 잡으려 애쓰다 마침 자리가 난 테이블로 다가서다 울리는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줄리앤과 통화를 마친 매들린 역시 식당안에서 빈 자리를 향해 다가가다 울리는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그러다 결국 매들린과 조나단은 정면충돌하게 된다. 다소 격양된 목소리로 다투던 그들은, 조나단은 샌프란시스코에서 그리고 메들린은 파리에서 서로의 핸드폰이 바뀌게 된 것을 알게 된다. 이제 그들은 서로의 휴대폰을 소유하면서 각자에게 걸려온 전화와 음성 메시지를 듣게 되고, 그 과정에서 이들은 휴대폰에 담겨진 서로의 삶에 대해 호기심을 갖게 되고, 늦도록 휴대폰을 탐닉하게 된다.

 

매들린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작은 음식점 <프렌치 터치>를 운영하는 조나단이 예전에는 뉴욕 최고급 식당이었던 '림퍼레이터 레스토랑'의 주인이었으나, 아내의 외도로 인한 이혼과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파산하게 된 사실을 알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석연치않은 느낌을 갖게 된다.

반면 조나단은 파리에서 꽃집 <환상의 정원>을 운영하고 있는 매들린이 한때는 경찰이었다는 사실과 '앨리스 실종사건'이 앨리스의 죽음으로 종결되자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에 조나단은 '앨리스 실종사건'에 대해 좀더 깊숙이 알아보게 되는데. 사건의 주인공인 '앨리스'가 자신이 만난 적이 있는 소녀임을 알게되면서 이 사건에 주목하게 된다.

앨리스의 죽음으로 종결된 사건이었지만, 조나단은 사건이 종결된 이후에 앨리스를 만난 적이 있음에 사건에 석연치 않는 무언가가 있음을 알게 되고, 파리행 비행기를 타게 된다.

매들린 역시, 조나단 아내의 외도에 대한 사건전말을 알게 되고 조나단을 찾으러 샌프란시스코행 비행기를 타게 되는데, 서로를 찾아 나섰던 이들의 엇갈림은 로맨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안타까움을 자아내지만, 다행이 맨허튼에서 만나게 되고, '앨리스 사건'에 깊숙이 관여하게 된다.

 

앨리스의 심장이 당시 경찰이었던 매들린에게 배달이 되어 사건은 종결을 맞았지만, 그 후 6개월 뒤 이혼과 파산으로 자살을 생각했던 조나단이 우연히 앨리스를 만나게 되었다. 앨리스가 살아있다는 사실에, 다시 수사를 시작한 매들린은 조나단의 뛰어난 추리력으로 사건을 조금씩 해결하게 된다. 그러나 사건 정황을 파악할 때 즈음 제2의 앨리스 실종사건이 터지고 만다.

사건을 해결해가는 과정내내, 긴장감으로 책 속에 빨려들어가게 되었는데, 생각하지 못했던 반전요소들이 무척이나 흥미롭게 다가왔다. 지금까지 읽어왔던 기욤 뮈소의 작품과는 전혀 느낌을 주는 스릴러 형식이 신성함과 긴장감을 주었는데, 책 전반에 걸친 스릴러로 인해서, 기존에 보아왔던 달달한 로맨스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그동안 기욤 뮈소는 작품마다 비현실적인 스토리를 가미해왔기 때문에, 사실 처음 <<천사의 부름>>이라는 제목만으로 나름 천사를 소재로 한 비현실적인 로맨스가 아닐까, 하는 스토리에 대한 상상을 하고 있었던 터였는데, 전혀 다른 소재와 스토리라는 점과 '역시 기욤 뮈소구나'라는 것을 느낄 수 밖에 없었던 탄탄한 구성력과 빠른 전개 그리고 영상미가 책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자칫 작가에 대해 갖게 될지도 모를 선입견을 한순간에 무너뜨릴 법한 작품이었다.

 

결정적인 순간에 두 사람을 그 자리에 있게 한 건 바로 운명의 힘이었다.

돌아가신 할머니는 운명을 일컬어 '천사의 부름'이지, 라고 말씀하시곤 했었다. (본문 314P)

 

인연, 운명이 만들어낸 스릴러와 로맨스를 담아낸 <<천사의 부름>>은 영화화해도 손색이 없을 법한 박진감이 있는 듯 하다. 이번 작품을 통한 기욤 뮈소의 성공적인 변신은 앞으로의 작품에 더 큰 기대를 걸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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