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여름 나는 루카스를 만났다
케빈 브룩스 지음, 서애경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아이를 키우면서 성장 소설에 유독 관심을 갖는다. <<그해 여름 나는 루카스를 만났다>>는 독특한 제목과 표지 그리고 열다섯 소녀의 성장이야기라는 점에서 나의 시선을 끌었다. 지금 내 딸아이가 열다섯 살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으리라.

요즘 우리 사회는 아이를 키우기에는 너무도 무서운 곳이다. 학교폭력과 왕따, 청소년의 범죄, 성폭행 등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거나, 청소년들이 범죄자가 되는 사건들이 비일비재하게 생겨나고 있다.

톡 하고 건들면 펑~! 터져버릴 거 같은 청소년들의 위태로운 모습들이 내게는 너무도 안쓰럽게 다가온다.

 

<<그래 여름 나는 루카스를 만났다>>에서는 결코 거론하고 싶지 않는 무거운 주제들이 담겨져 있다. 왕따, 폭력, 술, 담배, 마약, 섹스 그리고 편견과 군중심리까지 청소년들이 행할 수 있는 모든 사회적 문제점을 담아냈다. 대면하고 싶지 않지만, 결코 모른 체 할 수 없는 사회적 문제들이기에 대면할 수 밖에 없는 이 불편한 진실과 이렇게 또 마주하게 되었다. 우리 사회의 분위기(마약 등)와는 조금은 다른 부분들로 인해 내 아이가 과연 이 책을 읽는 것이 괜찮을까? 라는 고민을 했지만, 이 또한 내 아이가 스스로 판단하고 옳고 그름을 결정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고민의 실마리가 의외로 쉽게 풀렸다.

어두운 주제들이 500페이지가 넘은 두꺼운 책 속에 수록되어 있지만, 긴장감 때문인지 지루함보다는 속도감있게 읽어내려갈 수 있었다.

이 책을 읽게 된다면, 많은 문제들이 수록되어 있지만 그 중에서도 '군중심리'에 관한 부분을 주위깊게 봐 주었으면 한다. 옳고 그름과는 상관없이 감정의 고조로 인해 비합리적인 행동을 하는 그들의 비정한 심리가 주인공들을 더욱 아프게 했기 때문이다.

 

소설가인 아빠는 지난 여름에 있었던 일을 글로 쓰기를 권했다. 사건을 통해서 느낀 부분을 적고 소설 속에서 실컷 울어보라는 아빠의 권유로 케이트는 이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결국 우리는 케이트의 소설, 즉 소설 속의 소설을 읽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리라.

작은 섬인 홀에 사는 열다섯 살, 케이트가 루카스를 처음 본 것은 대학 일 학년을 마친 도미니트 오빠를 역으로 마중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연육교인 스탠드에서였다. 주변에 있는 모든 것에 속해 있으면서도 동떨어져 있는 사람의 걸음걸이(본문 16p)를 걷는 루카스의 걸음걸이를 떠올리면 케이트는 일년이 지난 지금도 미소가 번진다.

엄마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시고, 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소설가 아빠와 단둘이 살던 케이트는,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듯한 오빠와 지내는 것이 석연치 않았다. 오빠는 친구 제이미와 지내면서 쾌락에 빠진 듯 했으며, 케이트의 단짝 친구인 빌 역시 이들과 어울리면서 많이 달라졌다. 케이트는 쾌락에 빠진 이들을 보면서 거리감을 느끼게 되는데, 갯벌에서 루카스와 재회하면서 설레임을 느끼게 된다.

 

나는 루카스가 어디에서 왔는지,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나이가 몇 살인지도 몰랐다. ............. 하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 보였다.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다. (본문 140p)

 

그러나 이방인인 루카스에 대한 섬 사람들의 편견은 좋지 않았다. 섬에서 생기는 사건사고에 루카스를 지목하는 한편, 바다에 빠진 소녀를 구해준 루카스를 성추행범으로 몰아세운다. 섬 사람들이 루카스가 소녀를 구해주는 것을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무섭고 비정한 군중심리로 루카스는 점점 위험에 빠지게 된다. 더군다나 루카스가 케이트를 성폭행하려는 제이미를 혼내준 뒤 루카스는 섬에서 사는 일이 더욱 어려워졌고 드디어 큰 사고가 일어나게 된다.

 

군중이란.....

군중이란 이상한 것이다. 군중이란 사람들 마음의 모음이다. 도리에 대한 감각을 마비시키고 야비한 열정이 와 닿기만 하면 화르르 타오르는 마음이다. 이런 군중은 어디서나 볼 수 있다. 군중은 루카스가 꼬마 애를 구하려고 바다로 뛰어드는 것을 보았다. 군중은 진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군중에게 진실은 곧 잊혀지고 만다. (본문 173p)

 

케이트는 아빠가 자신을 믿어주길 바라지만, 아버지의 입장에서 루카스에 대한 편견을 버릴 수는 없었을게다. 이 작품에서는 곳곳에서 편견과 선입견, 그리고 군중심리에 의한 비합리적인 행동들이 보여지는데, '섬'이라는 작은 장소라는 특성에서 보여지는 이방인에 대한 적개심이라고만 치부하기에는 그들의 행동은 너무도 무자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카스는 왜 자신의 결백을 설명하지도 않은 채 이 상황들을 받아들였던 걸까? 독자에게도 너무도 안타까운 부분이었기에 케이트가 받았을 충격과 슬픔이 얼마나 컸을지 짐작이 간다.

케이트는 너무도 큰 슬픔과 아픔을 겪었다. 그리고 글로 쓰면서 그 슬픔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고, 고통을 잊는 것이 아니라 이겨내는 것임을 조금씩 깨달아간다.

 

"믿기 어려운 소리처럼 들리겠지만, 슬픔과 싸우려고 하지 말고 슬픔을 자기 것으로 받아들 일 수만 있다면 슬픔은 그다지 나쁜 게 아니야. 여전히 아프겠지. 여전히 가슴이 미어지도록 아프겠지. 하지만 다른 방식으로 느낄 거야. 슬픔과 친해지는 거지. 슬픔을 유용하게 쓸 수 있게 될 거야. 그건 네 것이니까...그건 너에게 속해 있으니까. 하지만 슬픔의 고통은..........지금 네가 느끼고 있는 고통은 영원한 게 아니다, 케이트........... 고통은 네가 자기를 극복하지 않으면 자기가 너를 죽일 거라는 걸 알고 있어. 고통은 그걸 원하지 않지. 그러니까 고통은 네가 자기를 이겨 내도록 한단다............. 고통을 잊는 걸 뜻하지는 않아. 네 느낌을 배반하는 걸 뜻하지는 않아. 참을 수 있을 만큼만 고통을 줄이는 걸 뜻하는 거야. 너 자신을 파괴하지 않을 만큼만." (본문 510,511p)

 

너무도 많은 주제를 담아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는 전혀 산만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스토리에 몰입하게 만들었다. 어려운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기에 전혀 어려움이 없었으며, 긴장감으로 인해 오히려 속도감이 붙는 책이었다.

이들의 이야기가 우리와 문화적 차이를 느끼게 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큰 뼈대가 가지고 있는 문제들은 우리가 꼭 성찰해야 할 부분들이었기에 큰 공감과 반성을 하게 되었다.

군중에 이끌리지 않고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 소신있게 다가선 케이트가 어려운 일을 겪으며 슬픔과 고통을 감내해야만 했지만 이를 통해서 어른이 되어가는 혹독한 시험을 잘 치루어내었다는 생각이 든다.

제이미와 섬 사람들에 대해 화를 냈다가도, 루카스에 대한 안타까움에 슬퍼했던 이 책을 통해서 나 역시 편견에 사로잡힌 것은 아니었는지, 혹은 군중심리의 비합리적인 행동을 따라했던 적은 없는지에 대해 반성을 해본다.

 

케이트처럼 나 역시도 루카스를 잊기에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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