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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ㅣ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18
도널드 크루스 그림, 로버트 칼란 글, 오지명 옮김 / 시공주니어 / 2012년 3월
구판절판
오늘 우리 동네에는 비가 내렸습니다. 비 오는 날은 우리의 옷차림도 틀려지고, 세상도 달라보입니다. 따스한 해는 자취를 감추고, 파란 하늘도 사라지지요. 깨끗했던 창은 비에 가려져 희미해지고, 새들도 사람들도 비를 피해 안전한 곳에 숨습니다. 비가 오는 날은 왠지 우중충충한 느낌을 주고, 세상을 희부옇게 만듭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비 오는 날은 우울해하기도 하고, 어서 빨리 해가 뜨기를 기다리곤 하나봅니다.
<<비 Rain>>의 표지를 보자마자 떠오르는 그림책이 있었습니다. 무언가 낯익는 느낌을 주는 삽화가 친근감을 주었지요. 바로 <트럭><화물 열차>로 칼테넛 아너 상을 수상한 도널드 크루즈의 삽화였기 때문입니다. 글자없는 그림책으로 유명한 <트럭>은 삽화만으로도 아이들을 사로잡았던 작품이기도 하지요. 빨강, 주황, 노랑, 연두, 파랑, 보라, 까만색의 <화물열차>에서 보여주는 삽화 역시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주었던 작품입니다. 그래서인지 삽화에 대한 기대가 컸는데, 역시 그 기대를 져버리지 않네요.
우리는 보통 그림을 그릴 때, 비는 //// 사선으로 표현을 합니다. 비가 내리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죠. 그런데 이 작품에서는 사선 대신에 'Rain'을 인용했습니다. 비를 영어로 'Rain'이라고 한다는 사실을 이 그림책을 접한 아이들은 저절로 알게 될 뿐만 아니라, 절대 잊지 못할 듯 싶습니다.
이 삽화에서 주목해서 봐야할 것은 비를 표현한 방식 외에도 색상에 있습니다. 비가 오는 전, 비가 온 후, 그리고 비가 그친 후의 세상을 색상으로 그 느낌을 아주 잘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죠.
짧고 간결한 이야기는 반복적이면서도 운율이 느껴지는 문구로 표현되고 있는데, 글자와 삽화가 조화가 너무도 환상적입니다.
파란 하늘 노란 해 하얀 구름
너무도 화창한 하늘에 회색 구름이 다가옵니다. 해는 사라지고, 하늘은 회색으로 변했고 비가 내리기 시작했지요.
초록 들판 위에도, 까만 도로 위에도, 빨간 자동차 위에 그리고 주황 꽃들 위에도 비가 내립니다.
비는 갈색 울타리, 보라 꽃들, 하얀 집과 초록 나무에도 내립니다.
이렇게 내리는 비로 세상은 희뿌옇게 변합니다. 우중충한 세상은 왠지 슬퍼보이네요.
하지만 비가 그치고 나면 세상은 더욱 환하고, 깨끗하게 변신을 합니다. 빨주노초파남보 예쁜 무지개가 뜨고, 꽃들과 나무는 더욱 싱그럽게 보이네요. '비'는 왠지 세상을 변신시키는 마법사 같습니다.
노란 해는 노란 색 글씨로, 하얀 구름은 하얀 색 글씨로, 초록 들판은 초록색 글씨로....이렇게 글자에 색을 입혀 씌여진 글자로 책을 읽다보면 색상을 저절로 알게 될 거 같아요. 더불어 짧으면서도 운율이 있는 이야기는 아이들도 쉽게 따라 읽을 수 있어 글자를 익히는데도 좋을 거 같네요. 미국에서는 이제 막 글을 익히는 아이들이 글자를 배우는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고 하니, 색으로 배우는 글자, 글자로 배우는 색상으로 쉽게 익힐 수 있을 듯 싶습니다.
이 작품은 화장했던 비 오기 전의 모습, 비가 오면서 희뿌옇게 변하는 세상 그리고 비가 온 후 깨끗해진 세상이 '색'으로 너무도 잘 표현하고 있네요.
<<비 Rain>>는 읽고 배우는 그리고 삽화를 통해 '보는 즐거움'을 선물하는 그림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원색의 색상을 주로 사용하면서 아이들에게 색감을 전달하는 도널드 크루즈가 다음에는 어떤 삽화로 즐거움을 선사할지 너무 기대가 됩니다. 그의 삽화는 늘 눈여겨보게 될 거 같아요.
(사진출처: '비 Rain'본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