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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kg ㅣ 마음이 자라는 나무 29
비르기트 슐리퍼 지음, 유영미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텔레비전에 나오는 여배우와 가수를 보면 얼굴과 몸매를 보면 '와~'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커다란 눈, 오똑한 코, 앵두같은 입술은 물론이요, 환상적인 몸매까지...연예인을 추종(?)하는 십대의 아이들에게 이들의 외모는 부러움의 대상이 된다. 큰 키에도 불구하고 45kg 정도의 날씬한 몸매와 연예인에 대한 동경 등으로 인해 우리 사회의 외모지상주의는 더욱 골이 깊어가고 있다. 예쁘면 모든 게 용서(?)되는 사회적 분위기로, 성형은 하나의 유행처럼 번져가고, 여학생들의 '다이어트'의 일상 생활이 되어버린지 오래다.
비만은 건강상의 문제를 일으키는데다, 날씬하면 옷맵시가 좋아 예뻐보이기 때문에 나 역시도 날씬한 걸 선호하는 편이지만, 요즘 우리 아이들이 갖고 있는 심각한 외모지상주의는 그 정도를 넘어서서, 조금 과장한다면 뼈가 덜거덕거리는 소리(본문 95p)가 들릴만큼의 빼빼마른 몸매에 집착하고 있다.
결국 먹는 것을 거부하게 되는 거식증에 걸리기도 하는데, 외모지상주의의 잘못된 인식이 가져온 안타까운 병명이 아닐 수 없다.
중학교 2학년생인 딸아이 역시 날씬한 몸매를 원하고 있는데, 텔레비전을 볼 때나 책을 읽을 때도 훌라후프를 병행한다.
엄마인 내가 보기엔 지금 이대로의 모습이 너무도 예쁜데, 아이의 눈에 비치는 자신은 모습은 '뚱뚱'하게 보이는가보다. 다행이도 먹는 것을 좋아하는 딸아이는 다이어트를 꿈도 못 꾸고 있지만, 여전히 연예인들의 몸매에 집착(?)한다.
여학생이라면 자신의 외모와 몸매에 관심을 갖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자칫 잘못된 생각으로 '진정한 자아'를 발견하지 못하고, 겉으로 보이는 자신의 모습이 자신의 전부라 생각하는 그릇된 생각을 갖게될까 걱정스럽다.
<<45kg>>은 주인공 넬레를 통해 외모에 대해 우리 청소년들이 가지고 있는 솔직한 마음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몸무게 45kg에 집착하는 넬레의 심리묘사가 아주 잘 담겨져 있어, 내 아이의 마음을 짐작케할 수 있었다.
체육 시간에 쓰러진 넬레는 구급차에서 깨어났다. 컨디션은 최상이기 때문에 집에 가도 될 거 같지만, 병원에서는 중병에 걸린 것처럼 난리를 쳤다. 퇴원을 못하게 된 덕분에 주말에 있을 DJ 미팅에도 못가게 되어 넬레의 기분은 최악이었다. 넬레의 일주일간의 병원 생활은 그야말로 가관이었다. 목표인 45kg을 향한 넬레의 집착은 너무도 심각해보였다. 그러나 넬레 스스로는 그것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퇴원 후 넬레는 우연히 '달안개'라는 카페를 알게 되었고, 자신의 의사소통 모델과 딱 맞아떨어지는 이 곳에서 회원들과 소통을 나누면서 몸무게에 대한 집착은 더욱 커져만 갔다.
소금물이나 비눗물을 조금 먹으면 효과를 볼 거예요. 아니면 옆으로 누워서 무릎을 배 쪽으로 끌어당긴 손가락을 목 안으로 깊이 넣으면 토하기가 좀 더 수월할 거예요. 잘 되길 바랄게요! (본문 158p)
넬레 스스로는 느끼지 못하는 거식증 증세를 더욱 심각해졌고, 넬레의 부모님은 넬레를 병원에 입원시키기로 결정한다. 넬레는 병원에서 퇴원하고 싶은 마음에 체중을 많이 나가게 보이는 방법을 찾는다.
그런 와중에 넬레는 '달안개' 카페에 새로운 회원 DiD(어둠 속의 댄서)를 알게 되고, 그와 맛물려 회사에서 힘들어하던 오빠가 회사를 그만두고 댄스 학원 사람들과 찍은 사진을 보게 된다. 너무도 달라진 오빠의 모습은 굉장히 낯설어 보였다.
그후 DiD가 남자라는 사실과 혼수상태에 빠졌음을 알게 되고, DiD가 오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혼란스러워한다.
"넬레, 넌 네 생각도 무시하고 있어. 제발 정신 차려. 이대로 계속 가다간 넌 굶어 죽을 거야. 넌 허상을 좇고 있어. 네가 좇는 허상에 도달하면 넌 이미 그 자리에 없을 거야."
"라르스, 그따위 소리 관심 없어."
"알아. 넌 아무것에도 관심이 없지. 네가 관심 있는 게 뭐가 있겠어? 오로지 말라비틀어지는 것만 중요하지. 널 처음 보았을 때만 해도 넌 재치 넘치는 아이였어. 조금 마르긴 했지만, 그래도 사랑에 빠질 만한 애였지. 하지만 지금 네 모습을 봐. 넌 뼈하고 가죽만 남았어. 아무렇게나 구석에 처박혀 있는 바람 빠진 풍선처럼 말이야. 시들시들하고, 축 늘어지고, 생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지." (본문 212p)
나는 청바지의 단추를 풀었다. 지퍼를 내릴 필요도 없이 쉽게 미끄러져 내렸다. 하지만 그것이 더 이상 자랑스럽지 않았다. 모든 것이 슬플 따름이었다. 내 손에서 뭔가가 미끄러져 나간 듯한, 결코 채워지지 않을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본문 213p)
오로지 45kg이라는 목표에만 집착했던 넬레는 자신의 모습을 보지 못했다. 이 작품에서는 넬레의 심리를 잘 묘사하고 있는데, 넬레는 엄마에 대한 불만이 있는 듯 보였다.
'나 따위가 어떻게 되든 엄마한테 뭐가 그리 중요하겠어요? 난 로베르트 오빠가 아니니까요. 엄마 오빠밖에 몰라요. 집안을 이을 장남! 멋쟁이 큰아들!' (본문 27p)
넬레는 소위 말하는 '엄친아'인 오빠에 대한 기대를 갖고 있는 엄마에 대한 불만과 그로인해 자신도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가 몸무게, 숫자에 대한 집착으로 표현된 듯 싶다.
점점 심각해지는 넬레의 증상을 바로보는 가족, 주변의 관심과 사랑은 넬레가 '자아'를 찾아가는데 크나큰 도움을 준다. 넬레가 카페를 통해서 의사소통을 이루고, 이를 통해서 더 심각한 거식증 증세가 나타난 것을 봤을 때, 우리 아이들에게 '의사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된다. 카페가 아닌 부모와 친구들과의 의사소통을 이루었다면 넬레는 좀더 빨리 자신의 참모습을 보게 되지 않았을까?
이 작품 <<45kg>>의 넬레는 책 속의 주인공으로서가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아이일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있게 봐야할 인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용기를 내. 맞지 않는 틀에 너를 맞추려 하지마. (본문 149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