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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첫사랑 ㅣ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22
웬들린 밴 드라닌 지음, 김율희 옮김 / 보물창고 / 2012년 3월
평점 :
(이미지출처: '네이버 영화')
작년 겨울, 우연히 보게 된 영화를 통해 풋풋함, 순수함, 달콤함 등으로 설레임을 느낀 적이 있다. 소년, 소녀의 풋풋한 첫사랑이 너무도 예뻤는데, 첫사랑 속에 담아내 두 주인공의 성장 또한 감동적으로 그려져 참 마음에 드는 영화였다. 그 영화 제목은 바로 <플립>이었다. 첫사랑을 떠올리면 누구나 설레임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이 영화는 보는내내 그 첫사랑의 기억, 설레임을 떠올리게 하여 정말 사랑스러운 작품이었다.
분홍색 표지에 귀여운 병아리가 풋풋한 첫사랑과 어울리는 듯하여 궁금한 마음에 <<두근두근 첫사랑>>을 읽기 시작했는데, 첫 줄부터 낯설지가 않았다. 바로 얼마 전 설레임으로 봤던 영화 <플립>의 원작이었던 게다.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었다는 사실을 몰랐던 터라 더욱 반가웠는데, 그 설레임이 다시 느껴지는 듯 하여 책을 읽는내내 너무 행복했다. 이 작품은 (영화도 마찬가지였다) 같은 장소와 사건에서 일어난 일을, 두 주인공인 브라이스와 줄리가 느끼는 생각과 느낌을 각각의 입장에서 서술하고 있어, 브라이스-줄리 이야기로 반복적 구성을 가지고 있다.
이야기는 두 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으로 올라가기 직전 여름 방학 때, 브라이스가 줄리의 앞집으로 이사오면서 시작된다. 함께 놀 친구가 생겼다는 기대감에 부풀었던 줄리는 브라이스의 파란색 눈을 보고 숨이 멎을 정도였는데 그 뒤로 줄리는 브라이스를 쫓아다니기 시작했다. 반면 브라이스는 그런 줄리가 부담스러웠으며 줄리를 피해다니기 바빴다. 재미있는 것은 줄리가 싫어서 피했던 순간에 우연찮게 손을 잡게 된 브라이스와 줄리는 이 부분에 대해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줄리는 브라이스와 첫 키스를 할 뻔 한 사건으로 오랫동안 기억한다는 점이다.
심장이 쿵 멈추고 말았다. 그대로 멈춰 버렸다. 그리고 난생 처음 느낌이 왔다. 그러니까 세상이 내 주변에서, 내 밑에서, 내 마음속에서 빙빙 돌고 몸이 둥둥 떠오르는 느낌, 공중에 붕 뜬 느낌이었다........ 그날 나는 첫 키스를 할 뻔했다. 그건 분명하다. (본문23,24p)
브라이스는 자신에게 특별한 감정을 가진 줄리를 너무도 싫어한다. 이 작품의 원제가 '뒤집는다'라는 뜻을 가진 <플립>인 점을 통해 미리 짐작할 수 있겠지만, 이 감정을 뒤집는 사건이 일어난다. 그 과정에서 브라이스의 감정 변화가 아주 풋풋하게 잘 묘사되어 있는데, 이를 통해서 성장해가는 브라이스의 모습 또한 볼거리다.
브라이스와 줄리는 각자가 가진 성격도 다르지만, 가정환경도 너무도 다르다. 넉넉한 집안에, 현실적이고도 속물적인 성향을 가진 아버지에게 영향을 받은 브라이스, 넉넉하지는 않지만 일보다는 개념을 더 많이 이야기하고, 철학적인 아버지의 영향을 받았지만, 선천적 장애를 가진 삼촌 때문에 부담을 갖고 있는 줄리, 이렇게 서로 다른 이들은 서로의 겉모습에만 사로잡혀 그 내면을 바로 보지 못하는데, 함께 살게된 브라이스의 할아버지로 인해 두 사람은 내면을 보는 법을 조금씩 터득해 나간다.
"어떤 사람들은 집에, 어떤 사람은 옷에, 어떤 사람은 겉치장에 몰두하지...
하지만 아주 드물게 무지개 빛깔을 내는 사람이 있단다. 그런 사람을 발견하면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게 되지." (본문 128p)
<<두근두근 첫사랑>>의 큰 줄기는 '첫사랑'이지만, 이 작품은 분명 첫사랑을 기록하는 다른 소설과는 차별화되어 있다. 두 주인공은 여러 사건들을 통해서 조금씩 성장해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 과정 속에서 겉모습이 아닌 내면의 모습을 보는 법과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가를 깨닫게 되는 점, 더불어 가족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하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가족과 겉도는 듯했던 할아버지와의 관계를 비롯하여, 그동안 알지 못했던 아버지의 내면에 대한 실망감으로 인한 갈등, 장애를 안고 있는 삼촌으로 인한 가족이 짊어져야 할 부담 등을 보여줌으로써 진정한 가족의 모습은 무엇인가를 그려보게 한다.
부분이 아닌 전체를 볼 줄 아는 마음과 눈을 갖게 되는 두 소년, 소녀의 성장과정과 풋풋하고 예쁜 첫사랑의 감정이 너무도 아름다운 작품이었다.
덧붙히자면, 밴드를 한다는 것만으로 줄리의 오빠들을 문제아로 판단하고, 정원을 관리하지 않는다는 점으로 줄리의 아버지를 게으른 사람이라 판단하며, 선천적인 장애를 가진 가족이 있다고 해서 그 가족 모두를 정신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고 생각하는 브라이스의 아버지를 통해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선입견과 판단이 얼마나 큰 오류를 범하는지를 생각해본다면 더 좋을 듯 싶다.
정신 나간 짓이었다! 대체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나는 이불을 뒤짚어쓰고 잠을 청했다. 수렁으로 빠지고 있으니 지금이야말로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때였다. (본문 131p)
곳곳에 사랑 때문에 당황하고, 설레여하는 두 아이의 모습이 너무도 순수하면서도 사랑스럽다. 중학생인 딸도 언제일지 모르지만 첫사랑이 찾아오게 될 것이다. 그 사랑이 요즘 유행하는(?) 쉽고 가벼운 감정이 아니라, 사랑을 통해서 성장할 수 있는 그런 예쁜 사랑이었으면 좋겠다. <<두근두근 첫사랑>>의 두 아이가 그랬던 것처럼.
(이미지출처: '두근두근 첫사랑'표지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