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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담은 그림, 지도 ㅣ 전통문화 그림책 솔거나라 14
김향금 지음, 최숙희 그림, 배우성 감수 / 보림 / 2004년 1월
헨젤과 그레텔은 새엄마때문에 숲 속에 버려지게 됩니다. 다행이 오빠 헨젤이 숲으로 갈때, 돌멩이를 떨어뜨려놓아 집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다음에는 얄미운 새들이 떨어뜨려놓은 빵을 먹어버린 탓에 길을 잃고 말지요. 헨젤과 그레텔은 집을 찾을 수 없어 나쁜 마녀에게 잡혀 고생을 하게 됩니다. 만약 집으로 가는 길을 그림으로 그려 두면 어땠을까요?
지금은 네이게이션이 있어 모르는 길도 척척 찾아갈 수 있지만, 예전에는 길을 찾는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옛날, 아주 먼 옛날 사람들은 먹을거리를 찾아 돌아다닐 때, 길을 잃지 않도록 나무, 바위, 산이랑 강이 나오면 꼭꼭 기억해 두곤 했지요.
하지만 사냥을 하기 위해 무작정 사슴을 쫓아 다니다보면 길을 기억하는 것이 쉽지가 않았어요. 그래서 사람들은 생각을 했지요.
길을 잃지 않으려면 그림을 그려 두면 어떨까? (본문 中)하고 말입니다. 높은 산에 올라가 평평한 나무토막을 골라 사냥터 가는 길을 그렸지요.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그림이 바로 '지도'입니다.
지도는 우리가 사는 곳을 작게 줄여서 알기 쉽게 그림으로 그린 거지. (본문 中)
보림출판사의 전통문화그림책 <솔거나라>는 초등추천도서 목록에 빠지지 않는 시리즈입니다. 그 중 <<세상을 담은 그림 지도>>는 05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서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선정 작품으로 지도가 왜 필요한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추어 이해하기 쉽도록 담아냈습니다.
표지에 수록된 지도는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로 당시 동양에서 가장 우수한 세계지도라고 하네요. 우리나라가 실제보다 크게 그려져 있는데, 이는 우리나라에 대한 자부심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라고 합니다.
이 작품은 지도의 필요성을 느끼고 그림을 그린 것으로 시작된 지도의 역사를 시작으로, 지도를 그릴 때 중요한 방향과 거리에 대해서 알려주고 있어요. 예전에는 낮에는 그림자를 보고, 밤에는 별자리를 보고 방향을 확인했지요. 거리는 뚜벅뚜벅 발걸음 수로 거리를 재고, 잰 거리를 줄여서 표시했다고 하네요.
지도가 생기면서 사람들은 다양하게 지도를 활용했습니다. 산골 선비가 과거를 보러 갈 때, 상인들이 시장을 열어 장사를 할 때, 전쟁이 날 때 어느 길로 적군이 쳐들어올지도 알아내기 위해서도 사용했지요. 이렇게 지도는 나라를 지킬 때도 중요하게 쓰였습니다.
'지도'를 떠올리면 누구나 김정호의 '대동여지도'를 떠올립니다. 우리나라 실제 모습과 아주 흡사한데다, 현대 지도가 나올 때까지 가장 정밀하고 정확한 지도로 손꼽히기 때문이지요.
<<세상을 담은 그림 지도>>에는 아주 예전에 그려진 다양한 지도들을 볼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표지에 수록된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 대동여지도, 속표지에 그려진 대동여지도에서 필요한 부분을 본 따 그린 설성이정표, 그리고 선사시대 그려진 지도를 비롯 19세기 서울 지도인 도성도와 팔도총도 등 다양한 지도가 수록되어 있답니다.
우리나라에 예로부터 자연과의 조화를 많이 생각했다고 하는데, 우리나라 지도에는 땅을 살아 있는 유기체로 여기고 산과 강을 뼈와 핏줄로 이해하여 맥을 강조(본문 中)한 점을 미루어보아, 지도를 통해서 조상들의 생각을 엿 볼 수 있었습니다.
책 속의 지도를 보면, 현재 우리가 접하는 정교하고 정확한 지도가 생겨나기까지 조상들이 어떠한 노력이 있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세상을 담은 그림 지도>>에 담겨진 지도의 발달사를 통해서 우리나라의 역사 한켠을 보고, 조상들의 지혜와 생각을 엿 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가져보면 좋을 듯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다양한 옛 지도를 볼 수 있어 재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사진출처: '세상을 담은 그림 지도' 본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