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를 사는 따뜻한 부모들의 이야기 1 - 2008 개정판
이민정 지음 / 김영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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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1학년 딸, 초등 1학년 아들을 키우는 엄마인 나는, 성장 소설을 잘 챙겨서 읽는 편이다. 우리 때와는 다른 내 아이들의 마음을 엿보기 위함인데, 책을 읽다보면 우리 아이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짐작해볼 수 있어서, 그 마음을 이해하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그런데, 머리로는 모든 것이 다 이해가 되는데 막상 내가 아이들을 대하는 말과 행동은 '이해'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내 아이들의 입장에서 엄마인 나는 '독재자'이며, '마귀할멈'일게다. 그런 내 모습을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우리 아이들의 못 마땅한 모습에 버럭 화를 내게 된다. 많은 책을 읽어오면서 소통과 대화의 중요성을 너무도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특히 강압적인 말투로서 아이들을 제압한다. 금새 후회를 하면서도 끓어오르는 화를 억누르지 못한 채 아이들에게 호통을 치곤하는데, 사춘기에 접어든 큰 아이에게 이런 내 모습이 좋게 보일리 만무하다.

초등학교 4학년때까지만 해도 엄마 말에 고분고분하던 아이가 사춘기에 들어서면서부터 엄마의 말에 토를 달기 시작했고, 매일 6살 아래의 남동생과 싸우기를 반복하고, 공부가 하기 싫다며 연예인에 푹 빠져지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엄마의 강압적인 말에 움찔하던 아이가 이제는 입을 삐죽 내밀며 엄마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런 아이를 보면서 요즘 나는 육아의 어려움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선뜻 손이 가지않아서 한동안 책장에 꽂혀있던 책인데, 못마땅한 아이의 행동을 보며 한숨을 내쉬던 날, 유난히 눈에 띄어 책을 꺼내보게 되었는데, '내 뜻을 따라주지 않는 아이, 사춘기라서 반항적으로 행동하는 아이, 공부에는 관심없고 놀기만 하는 아이, 그런 아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고민하는 우리 시대 부모님들에게 바치는 책'이라는 표지 문구가 나를 사로잡았다. 지금 내게 너무도 절실한 내용이었기에, 서둘러 책을 읽어보았고 읽는내내 내가 가지고 있는 욕심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으며, 그동안 아이들을 '이해'하고 있다는 내 생각이 섣부른 판단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우리는 부모로서 자녀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다른 사람에게 하듯이 자녀에게도 그들의 마음을 헤아리며 조심스럽게 교양 있는 언어를 사용하려 노력하고 있는가? 내 자식이라고 순간의 감정대로 격한 언어를 쏟아 내고 있는 건 아닐까.

사람은 타인에게 이해받기를 원한다. 다른 사람, 그 중에서도 특히 사랑하고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 즉 부모나 형제, 부부, 교사나 친구 그리고 직상 상사나 동료들에게 이해받기를 원한다. 그들에게 이해받고 인정받을 때 그는 사랑과 기쁨으로 충만한 삶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본문 25p)

 

<<이 시대를 사는 따뜻한 부모들의 이야기>>에서는 아이와의 갈등과 이해를 통해서 갈등을 해소하는 과정을 예를 통해서 보여주고 있는데, 우리 집에서 자주 일어나던 상황들을 보면서 무엇이 잘못 되었는지를 판단할 수 있었다.

그 예시에는 갈등을 풀어가는 대화법이 다양하게 수록되어 있는데, 흔히 우리가 사용하는 대화는 아니었기에 조금은 어색하고, 난해한(조금은 오글거리는) 느낌을 주곤 했지만, 그 대화는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하고 있음을 충분히 드러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이들은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해주는 부모의 말에 마음을 쉽게 열었고, 부모 역시 아이들의 변화된 모습을 통해서 행복해했는데, 지금까지 나는 일방적인 대화만 추구해왔기 때문에, 아이들이 속마음을 제대로 드러낼 수 있도록 이끌지 못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① 관심을 갖고 조용히 자녀의 이야기를 들어 준다.

② 자녀의 말을 인정해 준다.

    오, 음, 그래, 그랬어, 그렇구나 등의 말을 함께 하면서.

③ 자녀가 원하는 것을 상상으로 표현해 준다.

④ 자녀가 느끼는 감정을 말해 준다. (본문 38p)

 

우리는 '대화가 없다, 대회가 안 된다, 대화를 많이 해야 한다'는 말을 귀가 따갑도록 들어 왔다. 그러나 상대방이 마음속을 툭 털어 놓을 수 있도록 대화하는 방법을 배우려고 관심을 가져 본 적이 있는가? 아이들이 자기 마음에 지닌 근심, 걱정, 불안을 거침없이 털어놓을 수 있도록 말할 기회를 준 적이 있는가? 특히 부모와 교사는 자녀와 학생들에게 일방적인 대화만 강요하지 않았는가? (본문 44p)

 

곰곰 헤아려보면 부모 자녀 간의 갈등이나 가정의 문제 등 여러 문제들이 내가 아닌, 우리 가족, 그리고 자녀들에게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 그 책임이 부모 스스로에게 있다는 것을 깨닫기만 한다면, 악마는 천사가 되어 지옥을 천국으로 바꿔놓을 수 있지 않겠는가. (본문 52p)

 

생각해보면, 나 역시도 아이들과의 갈등이 내가 아닌, 아이들에게 있다고 생각했다. 공부를 제대로 안해서, 형제끼리 다투어서, 엄마말에 순응하지 않아서 등등등 아이들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나 스스로에게 문제가 아주 많다는 것을 느꼈다. 물론 그동안 다양한 책들을 통해서 그 문제점을 간간히 느끼고 있기는 했지만, 얽힌 실타래를 어떻게 풀어야하며,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막막했는데, 이 책을 통해서 그 시작점을 찾아낸 거 같다.

부모는 내 아이가 '내 것'이라는 착각을 하며,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아이에게 많은 횡포를 부린다. 자식에 대한 '사랑'과 '욕심' 그리고 '소유'에 대한 구분은 너무도 어렵다. 그 구분에 '자녀를 독립된 인격체'로 생각하느냐? 하지 않느냐?로 두면 어떨까?

자녀의 소유주로서의 부모가 아닌, '격려자'와 '상담자'로서의 부모가 되어 자녀의 고민을 수용하는 자세로 자녀의 내면을 본다면 좋을 듯 싶다.

 

부모와 자녀의 관계는 참으로 신비스런 관계인가 보다. 부모는 자녀에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무조건적인 사랑으로 자신을 다 내준다고 하면서도 저 깊은 곳 마음 밑바닥에선 더 큰 것을 바라고 있지는 않는지, 앞으로 남은 인생 모두를 자녀에게 맡기고자 하지는 않는지. 그러기에 자신의 곁을 떠나고자 하는 기미가 보이면 어쩐지 서운하고 외로운 것이 아닐까. 자녀가 독립하여 떠나려고 '이제 제 걱정은 그만 하시고 몸도 마음도 편안히 사십시오'라고 하는데 편치 않고 외로운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부모가 자녀에 대한 기대와 욕심을 버리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 아닐까. (본문 177p)

 

부모 역할을 바르게 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고통과 어려움이 따른다. 그러나 이 일은 고통을 감수하며 노력할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부모 역할은 부모가 해야 할 가장 위대한 역할이며 소중한 임무이기 때문이다. (분문 258p)

 

<<이 시대를 사는 따뜻한 부모들의 이야기 1>>을 통해서 나의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었다. 다양한 경험담이 도움을 주었고, 변화되는 과정이 희망을 주었다. 내 아이와의 갈등이 풀어질 수 있는 시작점을 찾은 듯 하여 마음이 한결 놓인다. 나도 모르게 갖고 있었던 내 아이에 대한 소유욕과 욕심을 이제는 내려놓고자 한다. 이 책은 나에게 많은 부분을 고쳐주고 깨닫게 해 준 따뜻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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