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의 여름과 괴짜 할머니 뉴베리 수상작 시리즈 (주니어김영사) 5
리처드 펙 지음, 김선희 옮김, 이선민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1999년 이 작품은 저자 리처드 펙에게 '뉴베리 수상'이라는 영예를 안겨주었고, 2001년에도 이 작품의 후속편으로 '뉴베리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일곱 번의 여름과 괴짜 할머니>>는 주니어김영사에서 출간된 <뉴베리 수상작 시리즈> 중 5권으로 굉장히 유쾌하면서 잔잔한 감동을 주는 작품이다.

어린시절에는 미처 깨닫지 못하는 부분을 나이가 들면서 깨닫게 되는 경우가 많다. 어른들의 이야기를 그저 잔소리로 치부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나이가 들면서 잔소리가 아닌, 삶의 경험을 통해서 깨달은 바를 알려주는 조언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일생을 사는 동안 많은 경험을 했으며, 그 경험 속에서 실패과 성공을 통해 지혜를 얻었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우리 부모세대에게 세대 차이로 대화가 안되고, 고리타분하다는 단편적인 평가는 가당치도 않다. 물론 이런 나의 이야기가 어린이들에게는 전혀 공감이 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안다. 그러나, 이 동화 <<일곱 번의 여름과 괴짜 할머니>>를 읽는다면 괴짜 할머니를 통해 그 의미를 어렴풋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조와 그의 여동생 메리 앨리스는 1929년 엄마와 아빠가 위스콘신으로 낚시를 하러 가기위해 시카고와 세인투루이스 사이, 철도가 지나가는 한 마을에 사는 할머니와 일주일을 보내게 되었고, 이는 그 후 매년 팔월이면 할머니 댁에서 일주일을 보내는 계기가 되었다. 화장실에 가려면 집 밖으로 나가야 한다는 사실 때문에,친구 비버리와 오드리랑 떨어져야 한다는 사실 때문에 할머니 집에 가는 걸 꺼려하던 아이들은 삼년 째가 되면서 할머니 집에 가는 걸 싫어하지 않게 되었다.

이 작품은 할머니 집에서 일주일을 보내면서 겪은 에피소드를 조의 시선으로 기록한 글로, 할머니의 괴상하고 이해하기 힘든 일들이 재미있게 수록되어 있다.

그런데 할머니의 행동에는 다 큰 의미가 부여되어 있었다. 비록 샷건의 죽음에 대해 이러쿵 저렁쿵 말이 많은 마을 사람들을 향해 총을 쏘아 메리 앨리스는 수년동안 악몽을 꾸게 되었지만 말이다.

말썽꾸러기 카우질 아이들을 혼내주는 할머니의 방식은 참 엉뚱하고 괴상하다. 일부러 우유에 쥐를 넣는가 하면, 아이들을 함정에 빠뜨리게 하긴했지만, 카우질 씨가 직접 아이들을 혼낼 수 있도록 했으니 괴스럽지만, 참 지혜롭다.

 

할머니의 마음을 알려면 꽤 유심히 얼굴 표정을 살펴야 했지만, 이번에는 단번에 알 수 있었다. 할머니는 이 모든 것이 꽤 마음에 든 듯했다. 할머니는 조금도 관심 없다던 마을에 이럽게 법과 질서를 되돌려 놓았다. (본문 54p)

 

 

 

할머니의 진가를 제대로 알 수 있었던 것은 1931년 할머니의 범죄 행위를 통해서였다. 후버 대통령이 나라를 다스리던 그때, 대공황이 온 나라를 휩쓸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고 먹고 살기가 점점 더 어려워졌다. 할머니 마을에 도착해 열차에서 내리면, '떠돌이 노동자는 내리지 말고 계속 이동할 것'이라는 표지판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모두가 먹고 살기 힘들었던 시기였던지라, 타인을 생각할 수 있는 여력이 없었을 시대적 상황을 알 수 있었는데, 얼핏보면 냉소적이면서도 전혀 자상함이라고는 없을 것 같은 할머니이고, 동네의 일에 전혀 관심이 없어보이지만, 할머니의 마음은 겉보기와는 많이 달랐다.

통발로 물고기를 잡는 것은 엄연히 불법이었지만, 할머니는 보안관의 배를 허락도 없이 사용해서 물고기를 잡았고, 이를 알게 된 보완관이 배를 멈추라고 했지만, 할머니는 유유히 지나쳤다.

할머니는 물고기로 요리를 해서 떠돌이 노동자에게 식사를 제공했으며, 보안관이 찾아와 죄를 물었지만 조금의 흐트러짐없이 지혜롭게 사건을 헤쳐나갔다. 이뿐 아니라, 1933년  유령 열차 차장에서도 할머니의 지혜로움을 엿볼 수 있었다.

자상한 말도 잘 못하고, 무섭고 다가가기 어려운 할머니지만, 두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는데,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는 할머니의 사랑으로 가슴이 뭉클해졌다.

 

 

 

할머니는 내가 어느 칸에 있는지 알지 못했다. 그러나 할머니는 손을 들어 흔들고 또 흔들었다. 내가 볼 수 있기를 바라면서...

기차가 모두 지나가도록...

나도 손을 흔들었다. 할머니네 창문이 어둠으로 뒤덮이고 한참이나 지난 후에도 오랫동안 손을 흔들었다. (본문 213p)

 

할머니와의 생활은 두 아이들이 성장하는데 자양분이 되었을게다. 옳은 일에 당당한 할머니의 모습, '나'뿐만 아니라 '타인'을 생각하는 마음을 몸소 보여주신 할머니의 행동과 그리고 두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은 그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었으리라.

이 책의 시대적 배경이 되는 때는 대공황으로 모두가 어렵고 힘든 시기였음에도 불구하고 할머니는 함께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 읽는내내 할머니의 위풍당당한 모습에 웃음을 짓게 되지만, 할머니의 지혜와 사랑으로 잔잔한 감동을 느낄 수 있는 동화였다. 2001년 뉴베리 상을 수상한 이 책의 후속작도 매우 궁금해진다.

 

(사진출처: '일곱 번의 여름과 괴짜 할머니'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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