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나무에 부는 바람 동화 보물창고 43
케네스 그레이엄 지음, 아서 래컴 그림, 고수미 옮김 / 보물창고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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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1908년에 출간된 이후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전 세계의 수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은 고전 중의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고 하는데, 사실 나는 이 책을 처음 읽어본다. 우리나라에서만 널리 알려지지 않은 작품이라고하니 그나마 위안을 삼아,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작품을 처음 접하게 된 것에 대한 기쁨을 느껴본다.

책을 읽기에 앞서 책소개를 꼼꼼히 살펴보았다. 이 작품은 저자 케네스 그레이엄이 앞을 제대로 보지 못했던 그의 아들을 위해 들려주었던 이야기를 한 편의 동화로 탄생시켰다고 하는데, 동물들의 모험을 담아내고 있지만 가족의 사랑이 밑바탕에 깔려진 따뜻한 동화인 듯 하다. 이 작품은 작품의 탄생 배경부터 눈길을 끌었는데, 세계적인 화가 아서 래컴의 삽화 역시 눈길을 사로잡는다.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은 영국의 시골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호기심이 많은 두더지와 영리하면서도 사려깊은 물쥐, 현명한 오소리 아저씨와 사고뭉치 두꺼비 4마리의 동물이 주인공이다. 이 이야기는 봄맞이 대청소가 지긋지긋해진 두더지의 일탈에서 시작된다. 다들 바쁜 와중에 혼자 빈둥거린다는 사실이 정말 즐거웠던 두더지, 휴가를 보낼 때 가장 멋진 일은 단순히 쉬는 것보다 다른 친구들이 바쁘게 일하는 걸 지켜보는 것이라 생각하는 두더지, 이런 두더지의 모습에서 왠지 나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우화는 동물 등을 인격화하여 그들의 행동 속에서 풍자와 교훈을 나타내주기 때문에, 두더지 뿐만 아니라 우리는 이 4마리의 동물들을 통해서 인간의 모습을 보게 되고, 그들을 통해서 반성하고 삶의 지혜를 얻게 되기도 한다.

우리는 지루하고 따분한 일상 속에서 늘 일탈을 꿈꾸기에 두더지가 이렇게 박차고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왠지 호기심과 부러움을 갖게 된다. 그리기에 앞으로 펼쳐질 두더지의 모험에 기대를 하게 되는 것일게다. 저자 케네스 그레이엄은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아들에게 두더지의 모험을 들려줌으로써 모험 속에서 깨달을 수 있는 다양한 삶이 주는 가치를 전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두더지의 일탈은 곧 모험으로 이어졌고, 강둑의 물가에 사는 물쥐를 만나게 된다. 두더지는 물쥐와 지내면서 처음으로 배를 타게 되었고, 두꺼비 친구도 생겼다. 두더지는 호기심이 많았는데, 이 호기심 때문에 어려운 일을 겪게 되지만, 물쥐는 그런 두더지를 도와주는 사려깊은 친구였다. 반면 굉장한 부자였던 두꺼비는 제멋대로인데다 사고뭉치였는데 타인에 대한 배려심은 많이 부족하다.

두꺼비는 두더지와 물쥐를 데리고 샛노란 마차로 여행을 떠나게 되었지만, 달리는 자동차로 인해 마차가 부서지게 된다. 두꺼비는 자동차에 온 마음을 빼앗겼고, 결국 사고를 치게 되는데, 허영심 많은 두꺼비의 모습은 우리 인간의 모습은 다를게 없다.

다행이 이곳에는 지혜로운 오소리 아저씨가 살고 있어 천연림에서 위험에 빠진 물쥐와 두더지, 그 밖의 동물친구들을 도와주기도 하고, 제멋대로인 두꺼비를 바르게 인도하려 애쓴다.

새로운 곳에서의 두더지의 모험은 굉장히 새롭고 즐겁다. 그러나 문득, 두더지는 자신의 집에서 풍기는 냄새를 맡게 되고 그리움을 느끼게 되는데, 먼지가 수북히 쌓인 자신의 집에 돌아오게 된 두더지는 자신에게 소중한 것들을 보며 기뻐한다.

 

 

 

그 환한 아침에 도망치듯 빠져나온 뒤로 두더지는 자기 집을 거의 떠올리지 않았고, 놀랍고 신선하고 매혹적인 경험을 만끽한 새로운 생활에 푹 빠졌다. 이제 옛 기억이 밀물처럼 밀려와 어둠 속에서 두더지 앞에 또렷하게 서 있었다. 집은 무척 허름한 데다 가구는 작고 낡았지만 여전히 두더지의 집이었고. 두더지가 자기 자신을 위해 지은 집이었고 하루 일과를 마치고 즐겁게 돌아가던 곳이었다. (본문 76p)

 

두더지는 이 땅속에서도 더 넓은 무대로 돌아가야 한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자기 자신만의 장소였던 기곳으로 돌아온 것도 좋았다. 이곳은 오전히 두더지 자신만의 장소였고, 살림 도구들은 두더지를 다시 만나 무척 기뻐하고 있었다. 그리고 언제나 변함없이 반갑게 맞아 주고 의지가 되어 줄 터였다. (본문 91p)

 

이 작품은 자연에 대한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는데, 아들에 대한 저자의 부성애가 찐하게 배어져 나오는 듯 하다. 삽화에서도 볼 수 있지만, 이 묘사를 통해서 한 편의 그림이 그려지는 듯 하여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쳐볼 수 있어 읽는 즐거움을 더한다.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은 두더지와 물쥐, 오소리 아저씨와 두꺼비를 통해서 모험과 우정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비록 두더지의 일탈에서 시작된 모험이지만, 이 모험은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나아가기 위한 도전이었다. 그 모험 속에서 우리는 일탈에 대한 짜릿함을 느낄 수 있었으며, 세상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용기도 얻게 되지만, 일상이 주는 행복이나 소중함 또한 함께 얻을 수 있다.

호기심 많은 두더지의 모험이나 허세를 떨며 제멋대로인 두꺼비, 지혜로운 오소리 아저씨도 참 매력적인 인물이지만, 나는 특히 물쥐에 대해 깊은 호감을 느꼈다. 타인에 대한 배려와 사려깊은 마음, 친구를 생각하는 마음이 너무도 따뜻했기 때문이다.

우화를 통해 인간의 삶을 엿보면서 우리는 이렇게 삶의 지혜를 얻는다. 또한 매일 매일 일탈을 꿈꾸는 우리에게 지긋지긋하게 느껴지는 일상으로의 도망이 아닌, 더 넓은 세상을 향한 모험을 꿈꾸라 조언하며, 따분한 하루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우리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중한가를 깨우친다.

 

아들을 사랑하는 작가의 마음, 그리고 이야기 속에서 전해지는 다양한 깨달음, 그동안 알지 못했던 고전을 알게 된 것에 대한 기쁨 등 너무도 많은 것을 내게 알려준 작품이었다. 

 

(사진출처: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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