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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멋진 형아가 될 거야 ㅣ 저학년이 좋아하는 책 18
이미애 지음, 임수진 그림 / 푸른책들 / 2012년 3월
평점 :
책을 읽다보니 자연스레 둘째 아이를 가졌을 때를 생각하게 되었다. 큰 아이를 가졌을 때도 그랬지만, 둘째를 임신하면서 입덧은 더욱 심해졌다. 6살이었던 큰 아이는 다른 친구들처럼 동생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더니, 입덧으로 하루종일 누워있는데다 병원을 오가는 엄마 때문에 동생이 생기는 것이 그다지 달갑지 않게 되었다. 늘 엄마와 함께 했던 아이는 외톨이가 될 수 밖에 없었는데, 미안한 마음, 안쓰러운 마음이 너무도 컸지만, 지친 몸으로 인해 아이를 품에 안지 못했던 마음은 더욱 아팠다. 그 당시 내게 정말 마음이 아팠던 사건은, 처음으로 유치원에서 가족 운동회를 개최하여 다들 아빠, 엄마, 할아버지, 할머니, 삼촌, 이모까지 다 동원하며 행사에 참여했지만 아이는 아빠와 고모할머니 손을 잡고 가야했다. 사진 한장 제대로 찍어주지 못했던 그 때를 회상하면 나는 아직도 마음이 아프고 슬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들었던 임신기간이 끝나고 둘째가 태어나면서, 큰 아이는 점점 더 혼자가 되었다. 초등학교를 입학하여 엄마의 손이 너무도 절실했던 아이었지만, 혼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둘째 녀석때문에 큰 아이는 많은 부분을 혼자 해야만 했다.
<<난 멋진 형아가 될 거야>>를 읽으면서 그때의 나는 아이의 마음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었다는 것을 느끼게 되면서 그때보다 더 마음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이제 누나니까 모든 것을 혼자 해야한다며 아이를 더더욱 다그치기에 바빴던 나는, 아이가 받았을 상실감이나 외로움에 대해서는 대수롭지않게 여기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에서야 미안한 마음에 자고 있는 아이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 뒤로 7년이 지났고 두 녀석은 매일매일 전쟁터를 방불케하며 싸우고 있다. 그 당시 큰 아이의 마음을 제대로 어루만지지 못했던 탓일까? 6살 아래의 동생을 귀찮아하고 미워하는 것이....왠지 마음이 싸해진다.
한 달 전, 2학년이 된 형동이는 학교도 집도 다 재미없다. 느릿느릿 거대한 달팽이처럼 움직인 엄마는 형동이를 보면서 활짝 웃어 주는 일도 확 줄었기 때문이다. 형동이는 내일 아침 일어났을 때는 엄마가 아기를 갖기 전, 아프기 전으로 돌아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임신 중독증에 걸린 엄마때문에 온갖 걱정에 휩싸인 형동이는 동생이 생기는 것이 별로 반갑지않다.
'누가 동생 낳아 달랬나? 난 동생 같은 건 필요없는데. 없어도 되는데.' (본문 17p)
아픈 엄마 때문에 준비물도 못 챙기고, 집은 지저분한데다, 빨래도 제대로 못해서 형동이의 체육복은 더럽기만 하다. 더군다나 목욕을 싫어하는 형동이는 엄마가 아픈 뒤로는 제대로 씻지도 못해 너무도 더럽다. 엄마가 아픈 탓에 늦게 일어나 지각을 하고, 아침에 급히 서두느라 화장실을 다녀오지 못한 탓에 학교에서 똥을 누어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하고, 준비물도 못 챙기고, 받아쓰기 시험도 못 봐서 망신을 당한 탓에 형동이는 더욱 슬프기만 하다.
봄비가 추적추적 내리지만 아픈 엄마는 아빠와 병원에 갔기 때문에 우산을 갖다 달라고 엄마에게 전화를 할 수 없었다.
'맞아. 이게 다 엄마 배 속에 동생 때문이야. 야, 누가 생기랬어?'
"너, 태어나지마!"
"미워, 미워, 미워!" (본문 38,39p)
그러던 형동이는 공원에서 초록색 짧은 멜빵바지를 입은 꼬마를 만나게 되었고, 형동이에게 멋지다고 해주는 꼬마가 싫지 않았다. 형동이는 스스로를 천사라고 하는 이 꼬마에게 자신을 아주 멋진 형아로 포장하여 소개했다. 형동이는 꼬마와 함께 놀아주면서 의젓한 형의 모습을 보여준다.
"봐, 봐. 요렇게 올록볼록한 데를 맞춰서 꼭 끼워 봐."
"와! 된다. 된다. 형아, 천재다. 우와, 우와!" (본문 61p)
<<난 멋진 형아가 될 거야>>는 동생을 갖게 된 아이의 심리를 잘 표현하는데, 다소 어두울 수 있는 이야기를 상상력을 가미하여 재미있게 담아냈다. 아이들은 동생이 생기는 것에 대한 심리적인 스트레스가 상당히 크다고 한다. 부모의 사랑을 빼앗긴다고 생각하기도 하며, 가족의 관심이 동생에게 집중되는 것에 대한 질투심도 생긴다. 형동이가 꼬마와 함께하는 모습은 우리 아이들에게 동생과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음을 암시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사랑을 뺏아기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할 수 있는 좋은 친구와 같은 동지가 생긴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집도 학교도 모두 재미없었던 형동이는 꼬마 덕분에 친구도 생기고, 혼자서 받아쓰기 공부도 하고, 준비물을 챙길 줄 아는 '멋진 형아'가 되어가고 있었다.
<<난 멋진 형아가 될 거야>>는 동생이 생기게 될, 동생이 있는 형아, 누나가 형동이의 심리를 통해 크게 공감할 수 있으며, 형동이와 꼬마를 통해서 동생이 생기는 것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심어주는 재미있는 이야기이다. 훈훈한 마무리가 잔잔한 감동까지 전하는 이야기인데, 마지막 반전 아닌 반전(?)이 너무도 유쾌하다.
미리 찾아와 준 동생, 늘 환하게 잘 웃던 꼬마천사처럼 형동이는 활짝 웃었어요. 내 동생으로 태어나 줘서 고마워! 꼬맹이. (본문 110p)
(사진출처: '난 멋진 형아가 될 거야'본문에서 발췌)